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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의 사진. 19명의 젊은이.

한명은 박헌영이고, 나머지는 누구인가?

 

이렇게 시작된 추적은 20세기 , 극동 아시아와 미국 땅을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기록이 됩니다.

 

현앨리스.

독립운동가 현승의 . 그리고 1955 북한의 부수상 외상이었던 박헌영을 북한이 미제의 고용간첩 공화국 전복 혐의로 숙청 . 혐의를 확증하는 중요한 인적 증거로 활용되었던 여자.

 

그의 시대를 추적하는 만으로도 395쪽입니다. 상상으로 채워 넣은 가상 대화 한번 없이 순전히 기록에 쫓아 행적을 따라가는데만도요. ~

 

1903 선교를 목적으로 하와이로 떠난 현승 목사의 딸로 미국땅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이지만 서울에서 자라고, 독립운동가인 아버지를 따라 상하이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박헌영과 사회주의를 만났으며 일본에서 교육 받고, 한국에서 시집살이하다. 이혼. 아들을 혼자 키우며 뉴욕에서 대학을 나와 주한미국이 되어 군정시기에 한국으로 돌아 사람. 서울에서 미군내 민간통신검열단에서 활동하다. 미군내 공산주의자들과 함께 비미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군대에서 쫓겨난 군속. 다시 돌아 미국에서 진보신문을 발행하고 이후 체코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 마침내 미국의 스파이라는 오명을 쓰고 재판도 없이 사라진 공산주의자 현앨리스.

아마 시나리오를 써도 현실성 없다고 제작자에게 퇴짜 맞을 인생이지요.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체코도, 남한도 북한에도 속하지 못했던,

그대로 물결이 높이로 출렁이는 인생입니다.

그저 감탄하며 읽기에도 급급한 삶이지요.

 

한번 읽어 보시길.

경계인이라 경계 당하는 '국제인' 로망.

어차피 망할걸 알기에 느껴지는 애잔함.

위치가 우물안임을 깨닫게 해주는 거대함.

 

그리고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고통과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하며, "미국 사회는 인구의 10퍼센트 미만이 부의 90퍼센트 이상을 지배하며,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물적 자원의 10퍼센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적 변화도 부를 지배하는 10퍼센트의 이해관계를 위협하기 때문에 차단됩니다. 우리는 사회에 감금당해버렸습니다."라는 주장이 담긴 편지는 현앨리스의 동생 현피터가 1938 7월에 쓴것이라는 군요.

 

에궁

 

우리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100 보다 얼마나 앞으로 걸어 걸까요?

 

신체적인 고문과 감금, 대량 살상은 줄었고, 사회 구성원간의 차별은 많이 완화 되었습니다.

그래도 20세기 초엽의 고민들이 21세기의 고민들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 언제나. 내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내가 있는 일은 너무나 미미합니다.

 

그래도 있는 일은 밖에요.

 

불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있거든요.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 10점
정병준 지음/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