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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벼랑위 그림 같은 집에 소스케라는 막장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막장인가 하면...
바닷가에서 주워 온 물고기를 수돗물에 담글 정도로 막장이고, 나중 얘기이기는 합니다 마는 5살 나이에 인생을 결정해 버리는 막나가는 소년이였습니다. 소년이 사는 바다는 바닦에 쓰레기들이 쌓여있는 죽은 바다이기도 하죠.

그리고, 먼 바다 어딘가에는 마법사가 살고 있습니다.
인간이기를 무척 노력해서 포기했고, 생명의 물을 모아서 언젠가는 칸브리아기나 데본기 바다처럼 생명력이 넘치는 바다를 다시 살려내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위대한 마법사입니다.
그런데 이 마법사의 딸년께서 애써 모은 생명의 물을 탕진하고, 가출해버립니다.
이런 된장이죠.
그래도 이 마법사님. 혈연이 뭔지 집나간 딸 찾아 그 싫어하는 더러운 바다에도 직접 오시고, 나중에는 인간 사위를 인정하기까지 하십니다. 핏줄이 웬수입니다.



아무튼 이 마법사 후지모토씨. 왠지 미야자키 감독 같습니다.
치열한 주제의식도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노년의 포기. 지치고 힘들어서 실패에도 무덤덤해진 왕년의 투사 같은 것이 딱 감독입니다.
얼마나 바뀔지, 바꿀 수는 있는지, 앞날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래에 기대를 걸어 볼 수 밖에 없는 나약한 미야자키 하야오.
이렇게 세월은 흘러서 열정은 식고, 아이들은 못 믿겠고, 지쳤지만 실망하지 않고 손주들에게 미래를 넘기는(아들은 이미 포기한듯 합니다) 미야자키 감독님.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