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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국영화를 얘기하면서 '경성'을 빼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연초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시작으로 '모던 보이'까지 꽤 많은 일제시대 활극이 판을 쳤다.
그 중 만주 웨스턴이라고 불리 울만한 영화는 '다찌마와 리'와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하 놈놈놈)'인데 이 두작품이 한해에 개봉된 관계로 자연스럽게 비교를 안 할 수가 없겠다.

먼저 만주 웨스턴이란게 뭐냐?
만주 웨스턴 또는 만주 활극서부극을 한국식으로 풀어낸 영화의 한 장르의 하나로, 일제강점기 시대 만주를 배경으로 한 활극을 말한다. 1960 ~ 70년대에 이러한 장르의 영화가 대한민국에서 유행하였는데 지금보면 유치찬란하지만 나름 상업영화 되시겠다.

그럼 6~70년대 상업 장르영화를 류승완, 김지운 두 감독은 어찌 소화했을까?
먼저 류승완 감독.

영화 제작 능력의 일천함과 시대적인 요소가 갖는 유치찬란함을 코미디로 승화시켰다. 문어체의 시적인 대사의 남발과 과장된 감정 연기, 그리고 뜬금없는 스토리 진행과 괴악한 설정의 난무는 작정하고 막나가기를 필생의 업으로 삼은 듯이 급행열차를 타고 달려 나간다.
사실 웃으라고 하는 포인트에서 어떻게 웃어야 좋을지 헷갈릴 정도로 유치찬란한 이 영화의 포인트는 의외로 활극이다.
비록 권총 손잡이로 드잡이질을 해도 마적단 본거지 습격 장면은 총격 액션편집의 정수를 보여주고, 서극의 '칼'을 패러디한 외팔이 검객의 검격 액션은 그 허망한 결과와는 상관없이 잘 조율된 동선과 드라마틱한 편집으로 산뜻한 결과물을 제시한다. 여기에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포대자루 썰매 추격신은 잘 만들려고 작정하면 얼마든지 최고의 시각적 쾌감을 은근과 끈기로 조형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다.
한마디로 옛날 만주 웨스턴 영화를 현대의 관객이 봤을 때 느끼는 유치함과 이상한 부분, 해괴한 부분, 어색한 부분을 그대로 가져와서 뻥을 튀긴 다음에 "그땐 이랬어"라며 멀리 던져버린 영화이다.(이 때 관객과 영화 사이의 거리는 알아서 소화해야할 대목이다)




그럼 김지운 감독은 어땠나?
우선 김지운 감독의 프로필부터 보자.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 <반칙왕>에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의 감독님이시다.
일단 기가 팍팍 죽는다. 뭘해도 잘 할 것 같고, 왠지 욕하면 삐뚤어진 사람이 되 버릴 것 같은 감독님 되시겠다.
그런데 '놈놈놈'을 보자.


일단 캐스팅이 죽음이다.
류승완에게는 류승범이 있지만 이 쪽의 스타파워는 상대가 안된다.
이병헌, 정우성, 송강호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니...
이건 뭐 찍기도 전에 한표 사들고 들어가는 금성탕지(金城湯池)의 형국이다.
뭘 해도 흥행은 대박이다. 찍고 가셨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자.
만주 웨스턴의 유치한 부분, 이상한 부분, 해괴한 부분, 어색한 부분을 싹 걷어내고 현대의 관객에 맞추어 쌈빡하게 구워내겠다는 포부는 어디로 가고, 뜬금 없는 등장 인물과 긴장감 없는 추격신, 멋대가리 없는 총격신에 과분한 세트. 엿 같은 결말만이 남아 있다.
이상하고, 해괴하고, 어색한데....떼깔만 곱다.
도대체 총격신과 추격신의  머리 수 채워주러 나온 병춘이 패거리의 한심함과 아무 설명 없는 만주 장물시장 조직원 친구들의 살신성인은 무엇으로 보상할 작정이셨는지. 세르지오 레오네감독은 어쩌자고 끌어들여서 수습할 작정이였는지 못내 궁금하다.
원 없이 말타고 달렸다는 건 이해하겠지만 말이다....



2008년 2편의 만주 웨스턴이 충무로 영화가를 뜨겁게 달궜으면 했지만 생각만큼은 아니였나보다. 후속작 소식이 없는걸 보면. 게다가 경제도 안 좋아서 대작은 당분간 힘든가 본데 총 쏘기 시작하면 돈 들어가는 소리가 탕탕 울려 퍼지니 만주 웨스턴의 부활은 꼴랑 2편으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말입니다.
류승완 감독님. 이번엔 진지하게 액션영화 한번 찍어주시고요. 김지운 감독님 다음번에는 코미디 한번 해주시죠. 사실 터지는 웃음은 '다찌마와리' 보다 '놈놈놈'이 더 순수하게 터졌더랬습니다. 당신의 유머 감각을 똥폼 속에 묻어두기에는 너무 아깝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