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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영화가 있다.
1944년 작품으로 기억하는데, 대공포에 쓰이는 조준경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총후부인의 근면, 성실, 애국, 충정을 다룬 국책영화이다.
여성 평등이라는게 임시 증산 계획의 할당이 남자 보다 못하다고 공장에 항의하고 쓰러질 정도로 무리해서 일하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어의 없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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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구로자와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이 영화고, 하다 못해 야후재팬을 검색해 보니 이 영화만 별도 설명 없이 부족하고, 사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감추고 싶은 과거라는거다.....

허허 그렇다고 과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존경하는 구로자와 감독의 이 어이없는 영화를 10여년 전에 프랑스에서 봤다. 그것도 극장에서 봤다. (지금 생각하니 무지 신기하다...-,.-)

그리고, 2차 자료와 친일 영화인 스스로의 변명과 회고라는 이름의 거짓말에 의존해서 연구되던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 영화가  2000년을 전후하여 러시아와 중국등지에서 대거 발견 되었다는 것도 과거의 역습이라고 할까.

아무튼 총독부가 주도한 영화신체제하에서 친일영화인 단체인 조선영화인협회의 회장이였던 안종화 같은 인물의 회고로 쌓아올린 연구는 '영화를 봤다'라는 사실 앞에서 무너져 버린 것이다.

'영화를 봤다'

더 뭔 말이 필요하겠으며 그 결과가 이번에 읽은 책. <투사하는 제국 투영하는 식민지>이다.
그리고 영화를 봤기 때문에 수탈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적인 강점기 영화 연구를 넘어서 웰메이드 친일영화와 수준이하의 필름 기록물을 구분할 여력도 생기는 것이다.

친일청산이란 조선일보가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강조되고마는 인적청산의 문제가 아니라 일제 식민지라는 트라우마를 치유하자는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결국 얼마나 진실을 알고 일제 때 부터 지금까지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저 못된 새끼'에게 속았다는 기분은 없어져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이제와서 쌓아온 부를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는 조선일보와 친일파 후손들의 좀생이 심뽀와는 거리가 만장이라는 얘기이다.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때론 기쁜보다는 괴로움이 될 수 있다.게다가 지금 내손에 쥔 진실의 끈을 잡아 당길때 딸려오는 것이 저 추악한 '제도적인 기억'일 때 그 괴로움은 냉혹한 현실이 될 것이다.

날조된 기억을 평가하고 복원하는 일 계속되기를 바라며 작은 성과 이후에 찾아 올 보다 큰 성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