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독서목록

엔젤과 크레테

imuky 2009. 10. 30. 19:39
엔젤과 크레테 - 10점
발터 뫼르스 지음, 전은경 옮김/들녘(코기토)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른 다른 이야기의 제목이 있다면...
정답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는 헨젤과 그레텔의 차모니아식 변종입니다.
차모니아의 남서부 페른하힝엔에서 바우밍숲으로 휴가를 온 페른하헨(아첨 난쟁이) 오누이 엔젤 폰 하헨과 크레테 폰 하헨의 신비한 모험을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차모니아어로 쓰고 발터 뫼르스가 독일어로 번역한것을 전은경씨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책입니다. 헉헉헉....

재미라면 차모니아의 신비한 자연과 기괴한 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숲이 배경이다보니 차모니아가 좀 더 풍성해진 느낌이랄까 뭐 그런것이 느껴집니다.
차모니아 연작을 읽어 온 독자라면 기볍게, 안 읽은 독자라면 헨절과 그레텔의 패러디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단, 엔젤과 크레테가 헨젤과 그레텔보다는 캐릭터도 좀 더 분명하고 모험도 좀 더 기괴합니다.

그런데 사실 전 엔젤과 크레테의 이야기보다는 중간 중간 무례하게 끼어드는 미텐메츠의 군소리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소위 미텐메츠식 여담인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입니다.
3. 상상력
차모니아의 작가들 중에는 이 덕목이 없어도 아주 잘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실은 그들의 작품이 대부분 주변의 이야기나 현재 화제가 되는 사건을 다룬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이런 작가들은 저술을 하는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 일상에 관한 판에 박힌 진부한 이야기를 그저 적을 뿐이다.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
그렇습니다.
매번 당대에 화제가 되는 사건을 잘 잡아서 적당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포장하고, 그게 또 베스트셀러가 되면, 판매량이 받쳐주니까 처음에는 무시하던 평단도 슬슬 주목하다 못해 근거를 마련해주고 상찬까지 하는 어떤 작가를 연상시키는 말입니다.
리얼한 환상과 환상적인 리얼에도 차이가 있는데 리얼하기만 할뿐이라면 작가가 아니라 기자가 되는 것이 낳겠지요.
안 그렇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