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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별 - 8점
폴 앤더슨 지음, 이정인 옮김/행복한책읽기

폴 앤더슨의 타임 패트롤을 처음 본 것이 1995년 시공사판이였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역사적인 인물을 죽이게 되서 그 대신 죽은 역사적 인물의 대역을 하다가 고향에 돌아와보니 아파트는 좁고 답답하고, 애인은 한심하더라는 얘기가 인상적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후로 꽤 오랜시간이 지났군요. ^^

타임 패트롤 시리즈는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세상을 배경으로 시간여행자의 부분별한 행동이나 시간 간섭으로 인한 역사 변이를 감시하고 교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순간 이미 고정된 역사는 사라지고 확률만 남았을 텐데 뭘 기준으로 교정을 하겠다는 거냐?라는 물음은 미루어두고 읽으면 꽤 재미있습니다.

오딘의 비애
북유럽의 신화를 바탕으로 기록된 역사 이외의 지역을 탐구하던 연구자가 스스로 신화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타임 패트롤 1권에 실렸던 이야기들이 주로 1955년에서 1975년 사이에 창작된 단편들이였던 것과 비교해서 1983년에 쓰여진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 교정이 아니라 시간 여행자가 역사를 발견하는 것인지 창조하는 것인지에 대한 형이상학적 질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표제작이기도 한 바다의 별에서도 이 질문은 계속이어지는데요. 
역사의 변형을 바로잡고자 출발한 패트롤들의 행위가 오히려 모든 사건의 발단이었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가의 변화는 뉴튼의 시대에서 양자역학의 세계로 곧바로 뛰어든 것처럼 극적이여서 1권을 쓴 그 사람과 같은 작가가 쓴건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뭐 약간 과장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오딘의 비애와 바다의 별은 약 8년의 격차가 있지만 모두 로마 시대 게르만 족의 역사를 다루며 북구 신화에 깊이 천착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유럽 신화에 대한 약간의 사전 지식이 필요합니다) 다른 점은 1991년에 발표한 바다의 별이 좀 더 설명적이라는 점인데, 아마도 나이 만큼 노파심도 늘어서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덧붙여서 젤라즈니에 의해서 화성에도 영향을 끼친 전도서가 어떻게 기독교 세계에 편입되게 되었는지를 밝힌 폴 앤더슨의 농담도 확인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