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 - 8점
캐서린 애셴버그 지음, 박수철 옮김/예지(Wisdom)

아는게 병이라 하이힐이란 것이 거리에 넘쳐나는 오물을 피하기 위해 신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과거인들이 얼마나 더럽고 지저분했는지 쉽게 상상하고, 더러움을 기정사실화 할 것입니다. 게다가 향수가 몸냄새를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했고, 베르샤유궁전에 화장실이 없다는 재미있는 상식을 어떤 경로로든 알고 있다면 과거속의 사람들은 빼도 박도 못하게 더러운 사람들 확증인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그랬을까요?
정말 그들은 평생 한번도 목욕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였을까요?
그 의문의 답이 이 책에 실려 있습니다.

저자는 우선 역사의 시작인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시작합니다.
대중목욕탕의 시대죠.

손님에게 씻을 물을 대접하는 것이 예의이던 시절과 공중목욕탕의 전성시대의 그들은 결코 지저분한 사람들은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좀 과하다 싶을 정도죠. 그러나 예의바른 깔끔이들의 시대는 서기 200년부터 1000년 사이. 육체적인 청결보다는 영혼의 청결을 우선시 했던 기독교의 득세로 점점 저물어 갑니다.
그럼, 기독교 때문에 사람들은 안 씻게 되었느냐?
뭐 그건 또 아니라네요.
물론 약간이라도 영향이야 있었겠지만 도시라는 공간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배관이라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겠고요.
목용탕과 연계된 공창의 존재와 흑사병의 창궐은 유럽인들에게 목욕하는 것은 목숨에 위협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답니다. 모공이 열리면 그곳으로 나쁜 기운들이 들어 온다나요. ^^a
지금으로써는 웃기는 얘기이지만 당대에는 꽤나 진지하게 목욕의 의학적 필요성이 부정 당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이때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더러움의 시대가 수백년간 지속된답니다.
대략 1000년부터 1750년까지입니다.

이후로는 조금 더 극적입니다.
갑작스러운 물의 귀환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고, 심지어는 깨끗함으로 계급을 구분하기 시작하는 시대가 도래합니다.
나쁜 냄새, 즉 불쾌한 체취는 저소득층을 구분하는 현실적인 기준이 되었고, 뭐든지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야마는 미국에서는 때마침 발전한 광고와 함께 몸냄새는 치명적인 무례로까지 나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덕분에 위생이라는 개념이 발전하고 보다 건강하게 살게된 혜택도 누리게 되었지만 문제는 지나친 위생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역설이 골치아프다네요.
아직 결론이 난 문제는 아니지만 현대병이라는 아토피관련해서도 충분히 음미해볼 문제이기는 합니다.

읽다보니 궁금해지는 것은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몸을 씻었으며 개인청결의 역사는 어찌되었는가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제가 어렸을 때는 1주일에 한번 정도 목욕탕에 가는 것도 제법 깔끔한 사람이였는데(아닌가?), 이제는 매일 샤워하고 하루 3번 이닦고, 틈틈히 손이라도 씻어야 정상인 같은 분위기라 우리나라의 청결의 역사는 우리나라 답게 압축성장의 역사 아니였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개인위생을 중심으로 근대화의 역사를 풀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기획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위생의 관점에서 바라 본 조국 근대화의 역사>쯤 되려나요? ㅋㅋㅋ

재미있는 소재를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다루고 있는 책이라 추천할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목차와 출판사 책소개를 남겨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