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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사무라이 1 - 10점
마츠모토 타이요 글.그림,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김완 옮김/애니북스


마츠모토 타이요.
<핑퐁><철콘근그리트>의 그 마츠모토 타이요의 신작입니다.

평화의 시대. 아끼는 칼 '쿠니후사'를 팔아버리고, '다케미츠' 즉 죽도를 차고 에도의 연립주택에서 훈장질하며 살아가는 칼잡이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세노 소이치로는 타고난 살성입니다. 마치 여우귀신에 홀린 듯 마음 속에 살인귀를 감추고 있는 사무라이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뛰어난 검술을 몸에 익히고, 거침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심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시대는 그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평화의 시대에 칼잡이는 분란의 불씨이거나 잠재적인 범죄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결국 '쿠니후사'라는 이름있는 검을 팔아버린 세노는 대나무로 만든 가짜 칼(다케미츠)을 차고 에도의 한 구석에서 훈장질로 호구책을 삼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사건도 일어나서 칼을 뽑는 일도 일어나고, 숨겨진 사연도 언뜻 내비치지만... 기본은 유유자적입니다. 마치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천재가 시대를 잘못만나 세월을 흘려보내는 분위기입니다.

그림체는 일본의 민화에 뿌리를 둔듯한 정갈함과 현대적인 거친 맛이 적당히 머무려져 신선합니다.
컷과 컷을 잇는 연출의 과감함과 파격적인 앵글이 특기였던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에 독특한 그림이 얹어지니 그림만으로도 오랜시간 눈을 잡아 놓는 매력이 있습니다. 게다가 마츠모토 타이요가 직접 쓴 전작의 이야기들이 좀 과하다는 느낌이였다면 스토리작가 따로 존재함으로써 간결하고 여유로우면서도 맥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로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역날검의 켄신처럼 극적인 활극은 아니지만 칼잡이는 칼잡이... 활극의 재미도 오래된 일본 사극을 보는 듯하여 보기 좋고요. 

한국어판의 출판 품질 역시 훌륭합니다. 번역은 뉘앙스와 전달력을 적절히 안배한 고풍스러운 말투로 되어있으며, 일부 개념에 대한 주석도 친절하되 눈에 거슬리지 않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극중 효과음을 그림체에 가장 어울리도록 펜과 붓으로 쓴 손글씨를 사용한 것도 돋보이고요. 현재 애니북스에서 5권까지 출간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