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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장르문학 팬이라고 칩시다.

 

장르문학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지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규칙 중에 하나는 여기가 아닌 저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것을 빌려오든, 자신이 창작을 하든 적당한 세계가 창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게 무협의 세계이든 우주연맹이든 새롭게 창조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명확하고, 사건의 전후는 명료하죠. ( 그런 것도 있지만)

 

장르문학이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장르문학의 문학성이 낮아서가 아니라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가 먼저 눈에 읽히다보니 그런 것일 겁니다. (이 또한 안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런데, 황정은 작가의 야만적인 앨리스씨의 사건은 명료하지 않고, 정체성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우선 주인공 앨리시어의 성정체성부터 모호합니다. 자유분방한 베타인들의 유전자 실험으로 탄생한 양성인간 쏘온 함장이 활약하는 보르코시건 시리즈를 읽다가 바로 넘어온 저로써는 특히나 어리가 벙벙입니다. 헉헉

 

그리고 뒤이어 날아오는 돌직구.

우주, 미래, 무협, 심해 등등에서 펼쳐지는 현대사회의 우화가 아니라 그냥 '현실'.

 

폭력은 너무나 당연해서 문제의식조차 느끼겠고, 씨발됨이라 명명된 어떤 상태는 부연설명 없이도 바로 앞에 펼쳐집니다. 그다지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고 당분간은,   앞으로도 일어날 일들이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사건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해서 뉴스꺼리도되고 있는 그런 것들입니다.

그러나 뉴스꺼리가 못된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죠. 아니요. 뉴스꺼리도 못되기에 더욱 아픕니다.

 

야만적인 앨리스씨는 그런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그런 세상인겁니다.

 

씨발.

 

 

 

 

 

 

 

 

야만적인 앨리스씨 - 8점
황정은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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