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독서목록

[책] 이민자들

imuky 2016. 11. 7. 22:10

 

 

"제발트." "제발트." 하는 그 제발트입니다.


4편의 조금 긴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민자들>은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4명의 이방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향이 없는 삶, 고향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삶이 고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책에 실린 4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인 헨리 쎌윈 박사, 파울 베라이터,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막스 페르버에게는 그렇습니다.


아니, 사실은 고향이 없는 삶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이 이방인이며 어디를 가도 이민자일 수 밖에 없는 유대인이라는 점이겠지요. 그것도 독일이 고향인 유대인. ㅜㅜ

 

 

 


약간 신빙성 없어 보이는 사진들이 신빙성을 채우는 서술과 어느 구석에선가 무뎌지고 무너지는 느낌의 문장은 매력적입니다.


<토성의 고리>가 풍경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면 <이민자들>은 흐릿한 기억을 기억해 내는 '무딤'이랄까요. 제겐 <토성의 고리> 쪽이 더 인상적입니다만 사람마다 다른 느낌일 것 같기는 합니다. 몰락한 예루살렘이 너무 뻔한 상징이라면 영국 동부에서 만난 토성은 흙 알갱이 한 개씩 사라져가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참, 4편의 이야기에 곤충망을 들고 있는 사람이 한 번씩은 등장합니다. 화자는 작가이지만 작가의 이미지는 등장하는 1인칭 화자가 아니라 곤충망을 들고 있는 사람인듯한데요. 아무래도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잡으러 다니기에는 곤충망만한게 없기 때문입니다. 나비채라고 하면 이해가 더 쉽겠군요. 화자는 작가지만 그것은 말과 글의 영역이고, 이미지는 나비채를 든 사람이 작가. 뭐 그런 겁니다. 제 생각에

 

 

 

이민자들 - 6점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