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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꾼, 아니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했으니 노가리꾼이라고 하자. 아무튼 썰을 푸는데 남다른 재능을 가진 작가 성석제의 산문집이다.

그런데 이게 산문집이라니까 산문집인 줄 알지
첨에는 작가노트 혹은 메모쯤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하! 평소에 이리도 잘 적어 놓으니 그런 책들도 쓸수 있는갑다라고 스스로의 게으름에 잠깐 질책을 했다고 할까....크~흐

아무튼 이 책에는 넷에서 여섯 페이지짜리 짧은 글들이 잔뜩 실려 있는데 그중에서 상분지도에 관한 글이 있다.
상분지도란 본시 <서언고사(書言故事)>에 나오는 이야기로 당()나라에 위원충()을 모시던 곽홍패()가 있었는데, 그의 벼슬은 시어사()였다. 위원충이 와병 중이어서 동료들은 거의 문병을 갔는데,  곽홍패는 혼자 몰래 문병을 갔다. 곽홍패가 위원충에게 변을 보여달라고 하여 그것을 주었다. 곽홍패는 아무 거리낌없이 위원충의 변을 손으로 찍어 맛보고 나서 “변의 맛이 달지 않으니 곧 완쾌하실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위원충은 나중에 조정에 가서 이 사실을 폭로하였단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상관의 변을 맛볼 정도로 아부하는 곽홍패의 처신을 두고 지나친 아부를 말할 때 상분이라고 하며, 그런 무리들을 상분지도()라고 한다라고 한단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내맘을 끈건 똥 얘기가 아니라 위원충이라는 사람인데,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맘으로 조정에 나아가 그 사실을 폭로 했을까?
좀 지나치기는 했으나 옛부터 똥을 맛보고 병세를 진단하는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곽홍패라는 사람을 모르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고,
설령 잘 모르는 부하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이 인간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짓을 하는지 능히 헤아리고도 남을 사람인데, 아니 어떤 마음으로 내 똥을 맛 볼까라는 측은지심이 일어날만도 할만큼 지독한 일인데, 그냥 그렇게 조정에 나아가서 폭로 했단다. 그러고는 좀 웃었을라나...

그러고보니 곽홍패는 또 무슨 심정으로 그걸 먹었을까?

휴~

위원충에게 '이건 또 왠 영웅군자인가'라고 생각하는 건 내가 삐딱이라서인지,
아니면 (마음의)양심보다는 (일용할)양식이 아쉬운 현실탓인지,
도통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