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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이야기들

imuky 2009. 1. 1. 21:49
어스시의 이야기들 - 6점
어슐러 K. 르귄 지음, 최준영.이지연 옮김/황금가지
어스시의 이야기들을 읽게 된 것은 1993년 웅진출판 본을 통해서이다.
당시 웅진에서는 이종인, 윤소영 번역으로  <어스시의 마법사>와 <아투안의 지하무덤> 2권을 펴냈었는데(어쩌면 머나먼 바닷가를 냈었을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찾지 못했을 뿐) 이지우씨가 그린 판화 같은 느낌의 삽화들이 무척 인상적이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흘러 게드전기라는 희대의 졸작 애니메이션을 계기로 어스시의 이야기들이 재출간되기 시작했고, 다시 한번 무딘 머리로 어스시의 세계를 여행하게 되었다.

작가에게도 전공이 있다. 누구는 장편을 잘 쓰고, 누구는 단편에 재능이 있다는 식으로 분명 잘하는 분야나 혹은 분량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르귄은 장편 쓰는 사람이다. 그녀의 중단편은 마치 긴 이야기의 토막처럼 어스시의 세계관을 보완하고 있지만 자체발광은 불가능한 처럼 보인다. 그저 어스름한 세계를 창조하는데에만 매진하는 그녀의 글은 풍부하기는 하지만 명징하지는 않다. 모든 작가에게 날타로움만을 바라는 것은 글쓰는이에 대한 모욕이지만 자신이 만든 세계에 주민이 되어버린 창조자를 만나는 일 역시 슬픈일이다.

루카스의 손에서 스타워즈를 보호하듯 어스시를 보호하기 위해 르귄을 추방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