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한창 유행하던 문화비평의 한자락으로 광고비평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광고 크리에이티브 메시지의 한계라는 것이 "상식"이라는 대중의 집단 합의사항 내에서 경계를 넘나들던, 그 핵심을 찌르던, 하는 것이다 보니 광고비평이라는 수단이 꽤나 유효해 보이는 문화읽기처럼 보였더랬습니다.
문화를 진단은 할 수 있을지언정 개혁과는 관계 없는 상업 메시지의 한계 덕분에 금방 시들해지기도 헸지만 말입니다. ^^a
그래도 애초에 광고를 통해 동시대 문화의 한계랄지 상식, 혹은 고정관념, 선입견등을 파악 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해서, 광고를 통한 대안은 아닐지라도 다른 대안을 위한 분위기 파악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광고 한편 씹어보자는 얘기입니다.
가족경제 발효유 요하임 : 김구라 부자편입니다.
여기서 김구라는 말합니다
"미국경제가 말이야~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니?"
그러자 신문을 보고 있던 아들이 대답하죠.
"아빠! 가족경제나 좀 생각하세요~ 답답하네"
그렇습니다.
우리의 경제 상식은 거시경제가 어땋게 되든 우리 가족경제가 우선이고 시스템에 어떤 오류가 생겨도 우리 가족경제만은 시스템과 상관 없이 살릴 수 있다. 입니다.
그게 아무리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틀렸다고 외쳐도, 이게 상식입니다.
공감해버리는거죠.
사회적 대타협이나 배려 같은 개념은 개인의 경제사정과 경제 시스템이 함께 연동한다는 점을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상식이 바뀌기 전에는 광고도 바뀌지 않으며, 광고로 사회적인 통념을 바꿀 수 없다는 점입니다. 광고비평의 한계죠.
그럼 우짤까요?
가만히 앉아있자니 답답해서 죽겠고, 그냥 보고만 있자니 더 답답하기만 해서 이렇게 끄적거리기라도 합니다마는 난감한 것은 어쩔 수 가 없습니다. 다만 이건 아니잖어 정도라도 알아 주었으면 하는 정도죠. OTL
그런데, 더 문제는 우리의 통념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들의 대답에 김구라의 댓구가 더 죽입니다.
"엄마는 노냐?"
엄마는 노냐? 엄마는 노냐? 엄마는 노냐? 흑흑
기껏 한다는 소리가 엄마의 노동력이 가족경제를 살린다는 정도 입니다.
이 소리가 아껴야 잘 살지를 넘어서 엄마도 나가서 일해! 로 들리는 것은 김구라라는 모델 파워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대단한 모델이죠. 생각이상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알면서도 울컥하는 것은 두 부자가 목욕하는 동안 엄마는 놀기만 하냐는 점 입니다. 보기에는 두 부자가 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정통적인 가사노동 경시 풍조의 한 단면입니다.
이렇게 광고는 우리의 생활 속 통념 안에 있습니다. 광고를 보면 우리의 고정관념의 경계와 한계를 알 수 있습니다. 그냥 삐딱하게 한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이 꽤 많습니다. 고치는 건 별개의 문제일지라도 아는게 어디입니까.
노파심에서 하는 얘기이지만, 특정 제품이나 광고 씹자고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경제는 시스템이고, 엄마는 밖에서 돈 못벌어 온다고 가볍게 무시당할 만큼 놀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