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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안쪽

imuky 2009. 4. 6. 18:42
바람의 안쪽 - 8점
밀로라드 파비치 지음, 김지향 옮김/황금가지

문장의 힘에 기대는 글은 어렵다.
게다가 그 대상이 '꿈'이기라도 한다면 읽는 쪽 입장에게는 대단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글이 되기 쉽상이다.
하물며 번역물이기까지 한다면 이해는 커녕 자신이 난독증이 아닌가 의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한마디로 "제대로 걸린" 것이다.

'바람의 안쪽'의 저자 밀로라드 파비치가 '카자르 사전'의 저자라는 사실을 서점에서 기억해 냈다면 안 샀을 것이다.
솔직히 제목에 혹했는데 "아이쿠~야~".
나처럼 약간 속독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에게는 쥐약인 문장이 유려한, 아름다운 표현과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의 관계가 글의 깊이를 더하는 책이라니 그냥 책을 펼친채로 '후덜덜'
 
책은 두개의 시작점을 가지고 있으며 두 시작점의 이름은 '레안더'와 '헤라'이다.
(카자르 사전도 남성편과 여성편이 있다더만... 저자의 특기인듯)
개인적으로는 헤라편을 더 좋아한다.

인내를 요구하는 '읽기'이지만 비 사이를 지나는 바람의 건조한 부분을 느끼는 것이 쉽거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니고, 
요즘 부는 차가운 봄바람의 안쪽에 숨은 따뜻함이 반가운 일이듯, 귀한 텍스트를 만나는 즐거움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아쉬운 건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어를 알았다면 번역문의 꼬임에 같이 휘둘릴 일은 없을텐데...

그건 누가봐도 욕심이고!(버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