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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인의 귀향 -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북스피어 |
북스피어의 중단편 시리즈 '에스프레소 노벨라'의 첫 번째 책입니다. 이 작품은 로저 젤라즈니의 중기를 대표하는 작품집 <내 이름은 레기온>에 실린 연작 중편 중 마지막에 실린 작품이자 네뷸러 상/휴고 상 중편 부문 수상작으로, <드림 마스터>에 실린 '형성하는 자'(네뷸러 상 수상작)와 함께 중단편 작품 가운데 걸작으로 손꼽히는 놈입니다. 과연이더군요.
로저 젤라즈니하면 신화SF나 판타지SF를 연상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의외로 하드합니다.
전 세계를 통괄하는 컴퓨터 '센트럴 데이터'에 의해 인간의 모든 행동과 경력이 감시당하는 가까운 미래,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던 주인공은 자기 신원을 데이터베이스에서 고의로 삭제하여 완전한 자유를 얻은 뒤 신원을 바꿔가며 프리랜서 탐정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멕시코 만에 불시착한 우주탐사용 인공지능 로봇 '행맨'을 회수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데, 이 행맨이 걸작입니다. 1976년 초전도 터널접합 뉴리스터라고 작가가 이름 붙인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양자전뇌를 장착한 이 녀석은 오랜 행성탐사 끝에 지구로 돌아와서 자신의 창조자 4명을 찾아나선 겁니다. 왜? 어쩔려구? 라고 물으신다면 그게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아무튼 행맨의 등장과 동시에 4명의 창조자 중 1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창조자들은 각기 다른 생각을 합니다. 1명은 신의 영역을 넘어선 것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한명은 두려울 것 없다고 버티며, 나머지 한명은 인간적으로 대응합니다. 탐정을 고용하고 보드가드를 준비해서 산장에 숨어버리는거죠.
결과는 간단합니다. 행맨은 자신은 죄의식에서 벗어났으며 자신으로 인해 여전히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 부모들의 죄의식(4명의 부모는 행맨의 자아가 생성되는 시기에 행맨을 이용하여 사람을 죽인적이 있다. 물론 실수였지만)을 씻어주기 위해 지구로 돌아온 것이였습니다. 인간은 우둔하고, 사악하고,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종족이지만 죄의식 덕분에 본능의 지배를 받고 살아가는 다른 모든 존재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선한 충동을 보유하고 고귀한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타협한거죠.
"와우~"
에스프레소 노벨라는 양이 적은 대신 진하고 강렬한 향기를 담은 에스프레소 같은 중편(Novella)들을 모았다는 의미로,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여러 작가들의 중단편의 매력을 듬뿍 보여 줄 북스피어의 새로운 문학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그동안 국내에는 장편 위주로만 소개되었던 작품들을 벗어나 150~200페이지 내외의 콤팩트한 분량의 문고판 총서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라는데 제발 예정데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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