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10점
김두식 지음/홍성사

대한민국에서 기독교를 손가락질하기란 참으로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인터넷 게시판을 조금만 돌아보아도 교회에 대한 불만과 조롱, 야유가 넘쳐납니다. 그러나 보다 공적인 채널을 통해 비판이라도 해 볼라고 하면 남다른 각오가 필요한 것이 교회 비판입니다. 그만큼 기독교인들의 징함이 무시무시한게죠.

그런 의미에서 김두식 교수님의 교회 이야기는 귀하고 소중합니다. 게다가 이분은 독실한 크리스찬이기도 하니 이런 분이 교회의 교회됨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저 같은 비기독교인에게는 그나마 그곳에 사람이 있다는 점을 알게 해줘서 안도감마저 줍니다. 한마디로 다행인거죠.

사실 우리나라 교회의 문제는 기독교의 문제라기 보다는 대형교회의 문제입니다.
"모여라, 돈 내라, 집 짓자."로 대변 되는 교회들의 행보는 그들의 보수성과 결합되어서 충분히 경악스럽고 심지어 혐오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제 주변의 교인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안하지요. 어쩌다 이야기를 꺼내다가도 교회는 교회고 자신의 믿음만은 진실하게 간직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됐어라고 말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요?
한국 교회의 태생적인 문제일까요? 아니면 일부 보수적인 목사님들만의 문제일까요?

저는 그것을 무식함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일례로 제가 알고 있는 어떤 교인은 무슬림에 대한 화제가 나왔을 때 무함마드를 하느님의 서자라고 하시더군요. ^^a;;;;
종교를 가부장적인 토대위에서 해석한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그나마 적대관계가 아닌 가족관계로 파악하시는 것이 다행이다 싶기도 했습니다. 뭐래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마는...

그럼 그 무식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제가 만나 본 한국의 교인들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영화 <여왕 마고>의 예를 들어 종교분쟁의 역사를 얘기하고 있지만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여왕 마고>보다 더 널리 읽히고, 알려진 <장미의 이름>을 보고도 거기에 등장하는 청빈 논쟁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이 왜 중요한지 의문을 갖지 않는게 더 신기했습니다. 조금만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진다면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소형제파, 알비파들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될 것이고 자신의 믿음을 더욱 풍성하게 할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텐데도 말입니다.

물론,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닐겁니다. 게중에는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찾아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가 만나 본 교인 중에는 없지만. 분명 있겠지요. 그러나 그건 교회에서 목사님을 상대로 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하긴 저 같은 비기독교인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주제로 목사님과 면담했다가는 얼마나 피곤해 질지 그리고 얼마나 뻔 한 대답이 돌아 올지 말입니다.

슬픈일이지요.
안타깝기도 하고요.
[중직자]라는 신개념을 만들어서 세속에서 성공하는 것이 하느님에게 은혜를 돌리는 일이라고 가르치는 목사님들 앞에서 과거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모르면 더 편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 놓고는 구약인용은 참으로 잘도 하시지만 말입니다.
^^;;;;

각설하고,
젊은 크리스찬들에게 권할만한 책입니다. 혹시 지금 다니는 교회를 떠날 생각이라면 더더군다나 권할 책입니다.
제가 아무리 비기독교인이라도 사람의 문제로 신을 저버리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보니 무신론자를 만들기 보다는 좋은 기독교인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 책과 더불어 김규항씨의 '예수전'도 일독 할 것을 권합니다.
같이 읽으면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를 위해 좋을 책들입니다. 크리스찬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