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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와인 - 10점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황금가지

1928년 일리노이 주의 위키건, 그린타운에 살고 있던 더글러스 스폴딩이라는 12살 소년의 여름이야기입니다.
40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끊어질 듯하다 이어지고, 이어질 듯하다 끊어지며 지나간 날들 속에서 퍼올린 보석들을 하나, 둘 영롱하게 펼쳐 놓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1928년 여름은 더그(더글러스 스폴딩)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온 몸으로 깨닫을 해이기도 하고, 증조 할머니를 떠나 보내고 가장 절친한 친구인 존 허프와 이별한 해이기도 합니다.
더그가 자신도 죽는다는 진실의 구멍을 직면한 그 해 여름. 전차는 운행을 영원히 멈췄고, 인간 타임머신인 프리라이 대령은 미래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행복기계는 실패했고, 과거의 물건들에 묻혀있던 밴틀리 부인은 현재를 살기 시작했으며 헬렌은 포레스터씨와 시공간을 뛰어넘어 함께 했더랍니다. 그러고보니 12살 여름치고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여름이로군요.
읽는 동안에는 그저 아쉬움과 아련함. 이미 과거에 비워졌기에 다시는 채울 수 없는 무엇들과 마주치느라 슬슬 흘려버린 사건과 사고들이 참 많았습니다. 참. 외로운 남자는 죽고, 타로 카드의 마녀는 자유를 찾았군요.

지나간 것들은 비슷비슷한데도 누군가는 찬란하게 살려내고, 누군가는 잊어버린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두고 두고 읽어 볼만한 책입니다.

그리고, 제목인 민들레 와인은 민들레 꽃으로 만든 음료로 여름의 시작에 담그기 시작해서 여름이 끝나면 멈추는 여름의 기억들이랍니다. 시골집 지하실에 매년 여름을 병에 담아 둔다라니... 정말 시적인 오브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