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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최종 이론은 없다

imuky 2010. 11. 29. 14:08
최종 이론은 없다 - 6점
마르셀로 글레이서 지음, 조현욱 옮김/까치글방

만물을 관통하는 이론을 정립한다는 것.

아주 오랜 꿈이죠. 아름다운 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최종 이론이 전일성에 대한 꿈이요. 사실과 증거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그마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자연의 실체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희망사항을 투사한 것에 불과하다는 거죠.
저자의 태도는 명확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것만 알 뿐이며, 우리의 지식과 관측장비가 발달할 수록 측정해야할 대상은 점점 더 많아지고, 지금 최종 이론의 후보들은(예를 들어 초끈 이론) 언제고 그 자리를 다른 이론에게 물려 줄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증명 불가능한 사변일지도 모르죠. ㅡ,.ㅡa

덧붙여서, 우리의 우주에 어떤 의미가 없더라도 이렇게 의미 없고, 가혹한 환경에 인간이라는 지성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신비롭고 대단한 일이니 '우주적인 정신'이 우리를 합목적적인 이유로 창조했을 것이라는 착각은 안해도 과학은 충분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우리는 우리의 의미를 긍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연 속에 숨겨진 대칭성은 비대칭성과 켤레관계이니 숨겨진 비밀이 꼭 아름다운 대칭일 필요가 없다는 것도 강조해야 겠군요.

새로운 이론이나 놀라운 발견보다는 과학을 추구하는 연구자로써의 '태도'의 문제가 더 중요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무의식 중에 신의 자리를 과학으로 대체하고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고 있다고 한다면 제가 너무 확대 해석한 것일까요?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남는 것은 세상을 관통하는 최종 이론은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르고, 우리의 인식에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우주라는 이 엄청난 우연의 결과를 아낄 줄 아는 태도.
이게 교훈인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