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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반짝이는 별들로부터 - 8점
필립 K. 딕 외 지음, 패트릭 닐슨 헤이든 엮음, 정소연 옮김/창비(창작과비평사)

창비에서 2007년에 펴낸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가 토종 SF단편 선집이였는데 이번 책은 SF전문 출판사 '토르 북스'의 선임 편집자인 패트릭 닐슨 헤이든이 2003년에 펴냈던 SF단편 선집의 번역본입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활동 중인 SF작가의 반짝거리는 17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인상은 "아하~ 이제는 설정이나 배경 설명은 더 이상 필요 없구나..." 입니다.
나올 수 있는 설정이란 설정은 다 나온 상태이다 보니, 오히려 설명에 페이지를 소모하기 보다는 이런 미래에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며 저렇게 살고 있구나라는 좀 더 문학적인 주제에 심혈을 기울이는 인상입니다.

하긴 장르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를 상대하는 것이고, 혹시 일반 독자라도 각종 매체의 SF물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복잡한 설정이나 배경 설명은 이제 불필요해 진 것이겠지요. 만화, 영화. 그리고 특별히 헐리우드의 공이 큰듯합니다.

개들 몸은 고깃덩어리래-테리 비슨
고깃덩어리 지성체는 C형 우주로 밖에는 못 다니고, 그러니 광속 이상으로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우연이라도 다른 종족과 접촉할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하죠.

가볍게 무시 당합니다. 이쪽 우주에는 '지성체 없음.'

테리 비슨은 플레이보이 SF 걸작선 II에 사내연애라는 단편을 통해 소개된적이 있습니다.

태양 아래 걷다-제프리A.랜디스
패트리샤 제이 멀리건은 달에 불시착합니다.
구조대는 30일 이후에나 도착하지만 식량은 충분하고 생명유지장치도 멀쩡합니다. 다만 문제는 그 모든 기계장치들이 태양에너지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낮에는 살 수 있지만 밤이 되면 죽는다는 것이죠.

그러나 트리시(애칭)는 좌절을 모릅니다.
먼저 죽은 언니의 환영과 함께 그녀는 해를 따라서 11,000Km를 걷습니다. 그리고 한달 후 구조되지요.
수혹성 연대기의 오히시 마사루씨가 만화화 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은 작품입니다.

미친 몰리에게 복숭아를-스티븐 굴드
점퍼의 작가 스티븐 굴드의 작품입니다.
매우 스피디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죠. 문제는 배명훈의 타워를 연상시키는 배경입니다. 
마치 빈스토크처럼 주인공이 사는 곳도 752층 높이에 밑변의 길이가 Km단위인 거대한 타워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내부가 아니라 타워의 외부에 매달려 살고 있으며 통제된 내부보다는 탑의 외벽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이 꽤 된다는 겁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주인공은 미친 몰리의 생일에 복숭아를 선물하기 위해(신선한 과일은 매우 귀합니다) 650층 이상에 사는 부유층의 발코니를 털 생각을 합니다. 그전에 잠시 외줄을 타고 500층대에 사는 각다귀들을 피해 아래쪽에 물물교환을 하러 다녀오기도 하죠. 이 과정 속에 건물 등반의 스피디와 위험. 추격. 자유로은 삶에 대한 견해. 빈부격차 등등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녹아 있습니다. 빈스토크와 다른 점은 스티븐 굴드의 타워는 늪과 식인종들이 살고 있는 지역 한가운데 놓인 문명지역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다 그리 됐는지는 다른 이야기겠죠. 

재주꾼입니다. 스티븐 굴드는...

참, 몰리는 복숭아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법이죠.

뱀의 이빨-스파이더 로빈슨
아이들이 부모와 이혼할 수 있는 세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테디와 프레디 부부는 자신들의 아이로부터 이혼 당한 후 다른 아이를 찾아서 술집에 옵니다.
부모의 계획이란 것이 얼마나 아이를 억압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인 줄 알았더니 시건방진 아이들도 충분히 나쁘군요.

조슈아 삼촌과 그루글맨-데브라 도일/제임스D.맥도널드
이 이야기는 댄과 조슈아 아저씨가 어떻게 리지 존슨을 괴물로부터 구하러 갔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사실 그루글맨들이 방독면과 방역복을 입은 문명인이였다는 덧글은 사족인 것 같습니다.

클리어리 가에서 온 편지-코니 윌리스
1992년 네블러 상 수상작입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류문명이 멸망한 이후 일년.
폭도들을 피해 산중에 숨어사는 일가족에게 일년전에 친지가 보낸 편지가 도착합니다.
막내 딸이 우체국에서 찾아낸 것이지요.

그리고 숨겨져 왔던, 혹은 모른척해 왔던 현실이 쳐들어 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살아 있지 않고, 폭도들이 다시 돌아 온 줄 알고 딸에게 총을 쏘았던 기억은 사라지지도 용서 받지도 못했다는 현실 말입니다.

브라이언과 외계인-윌 셔털리
외계인이 정원에 착륙합니다.
좀 흔한 개그 같습니다만 언제나 즐거운 개그이니 참고 봅시다.
중요한 것은 아빠도 엄마도 브라이언도 외계인도... 심지어 개까지도 서로 자기 말만 하고, 아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종류의 어둠-데이비드 랭포드
2001년 휴고상 수상작입니다.
암록이라는 테러리스트들은 블리트(B.L.I.T : Berryman Logical Imaging Technique-베리맨 논리 영상화 기법)를 이용한 패턴으로 사람들의 뇌를 파괴하는 테러를 자행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뇌에 칩을 삽입하여 블리트 패턴 테러가 있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암흑으로 처리하는 조치를 취하지요. 그러나 아이들은 항상 금지된 것을 더 하고자 하고, 그를 통해 단련되어 갑니다.

블리트 패턴도 자주 접하니 면역이 생긴다네요.
   
우주 비행사가 될래?-그렉 반 에커트
애스프라는 외계인에 인류의 상당 수 가 죽은 미래에 우주비행사는 애스프를 막기위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양자총으로 애스프의 공격에 항상 대비하고 있는 삶을 삽니다. 혹시 양자총의 컨트롤을 빼앗긴다면 몸으로라도 막으면서요.
우주 비행사의 꿈을 그리는 줄 알았더니 희생과 의무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짓습니다.

슬픔의 카드-제인 욜런
외계인이 찾아오고, 더 이상 예전의 문화를 유지할 수 없는 어떤 행성에서 애도자로 살았던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애도를 노래가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했던 그녀는 이제 늙고, 죽어갑니다. 그녀가 만든 카드는 세상을 변화시켰지만 그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녀가 남긴 슬픔의 카드들은 놀이가 되어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카드 그림의 유래와 의미를 하나 하나 설명하는 대목은 마치 타로카드를 연상시키면서도 뭔가 다른 맛이 납니다.

탄젠트-그렉 베어
1986년 네뷸러 상, 1987년 휴고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팰 트레몬트라는 이름의 한국인 입양소년은 피터 손튼씨와 함께 다른 차원을 엿보고, 음악으로 소통하고, 마침내 다른 차원으로 건너갑니다.
다른 차원의 물체가 이쪽 차원에서는 본래의 모습이 아니라 일부분이나 다른 모습으로 왜곡되는 현상을 잘도 묘사하고 있습니다. 외른쪽, 온쪽, 아쪽, 위래쪽으로 번역한 번역가의 노력도 칭찬 받을만 하고요.
루이스 패짓의 보르고브들은 밈지했네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덭붙여서 피터 손튼씨는 2차대전 당시 암호화 작업을 했다든지 동성애자라든지 하는 설정이 튜링을 오마쥬한 듯 합니다.
 
외계인의 생각-필립 K.딕
진짜 소품입니다.
외계인의 생각을 우리가 어찌 이해하겠습니까?

저 반짝이는 별들로부터-낸시 크레스
1985년 네뷸러상 수상작입니다.
더 없이 일상적인 풍경. 예를 들어서 문닫기 직전의 간이식당에 외계인이 찾아들었을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라고 묻고 있는 듯한 소설입니다.
물론 외계인은 정부 보호하에 있고, 존재를 알고는 있지만 접하기는 힘든 존재라는 가정하에서 아주 아주 일반적인 사람들의 반응을 상상해서 쓴 글입니다.
서둘러 자리를 피하기도 하고, 외면하거나 거부하는 모습이 외계인만 아니라면 이 또한 일상적인 차별의 모습이라 나름의 울림이 있는 작품입니다.

링컨 기차-머린 F.맥휴
1996년 휴고 상 수상작입니다.
대체역사 소설로 링컨이 저격은 받았지만 죽지는 않는 세상이 배경입니다.
남부 사람들이 소, 돼지처럼 기차에 실려 낯선 땅으로 유배되어 버리는 군요.

아서 스턴벡이 화성에 변화구를 소개한 이야기-킴 스탠리 로빈슨
화성 3부작이 유명한 작가라더니 화성에서 하는 아마츄어 야구 이야기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지평선은 가깝고, 공기는 희박하며 중력은 단지 0.38밖에 안되는 곳에서 그저 좋아서 야구를 하는 화성인과 그들에게 슬쩍 변화구를 가르쳐주고 떠난 지구인의 짧막한 이야기입니다.
흐믓하네요.

폐품 수집-올슨 스콧 카드
엔더의 게임의 저자 올슨 스콧 가드의 단편입니다.
지구가 물에 잠긴 미래에 디버는 모르몬교도의 물에 잠긴 예배당안에 보물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 보물이라는 것은 금이나 또 다른 가치있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소박한 소원들을 금속쪼가리에 써서 던져 놓은 소원 무더기였죠. 주인공 디버만 몰랐던 겁니다. 마을의 모르몬교도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앞으로 어딘가에 속해야 하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과거의 무게와 소박한 희망, 그리고 개척해야 하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이별-로버트 찰스 윌슨
구인류와 신인류 사이인 조손의 이야기입니다.
항성간 여행을 떠나는 신인류가 할아버지고 구인류가 손자라는 반전이 반전답게 자리 잡고 있는 초단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