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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범하다 - 이정원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경기대학 국문과 교수인 이정원의 전을 범하다의 부제는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입니다.
권선징악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입시용 암기과목으로 전락한 우리의 고전을 다시 읽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일 겁니다. 아마도...
일단 고전이 고전이기 위해서는 항상 새로이 읽히고 해석되고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아니라면 그냥 옛날 소설이겠지요 (이것도 저자의 생각입니다-그리고 동의).
책은 우리 고전 17편에 대한 소개와 해석이 담겨있습니다.
1부 죽은자의 변에는 장화홍련전, 심청전, 적벽가, 사씨남정기가.
2부 욕망의 늪에는 장끼전, 토끼전, 지귀설화, 운영전이.
3부 지배자의 힘에는 홍길동전, 황새결송, 양반전, 김현감호. 그리고 최낭전이.
4부 나의 재발견에는 춘향전, 김원전, 전우치전, 채봉감별곡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장화홍련전을 통해 '계모는 왜 공포스러운 악인인가?'라는 질문과 가부장에 문화 속에서 아녀자들에게 각인된 결핍과 불안에 대한 서사적인 형상을 읽어냅니다.
또한 심청전에서는 누가 심청이의 죽음에 공모하고 있으며(사실상 심청이를 제외한 모두), 죽어도 소용없는 죽음과 그 제의성을 따지고 들어갑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이럴 수도 있다는 주장들은 독자의 무지에 반비례하는 반향을 일으킬만 합니다.
문제는 여러 고전을 여러방면으로 다루다 보니 일관성이 주는 깊이가 모자른다는 아쉬움입니다.
고전소설들에 권선징악이라는 '계몽의 스티커'를 붙였던 것은 창피했던 봉건을 뛰어넘어 황급히 근대로 가고자 했던 우리 사회의 치열한 자기 갱신의 부산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면 바로 그 '근대'의 정신과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집중하든지, 그게 아니라 현대적인 재해석이 목표였다면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들을 현대로 연결하여 지금 우리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것에 매진하는 것이 책의 무게를 잡아가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니라면 순수하게 작품내적인 분석에만 집중하든지요.
어느편에서는 작품 재해석이 지금 우리의 거울로 제시되기도 하고, 사견이 두서없이 제시되었다가는 곧바로 고전비평으로 돌아오는 애초에 무슨 의도로 집필하기 시작했는지 목표가 불분명해 보이는 것이 이 책 최대의 단점인가 합니다.
물론 이점이 장점일 수도 있고요.
전문적이지 않은, 그러나 현실과도 연결된 칼럼은 대체로 교양적이라는 점에서 유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아무리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해도 다르게 보기라는 덕목은 귀중한 것입니다.
상식적인 고전의 지식을 다르게 말해주는 책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움이라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안타까움이지 이건 아니다라는 부정은 아니니까요(뭐냐?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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