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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점
발터 뫼어스 지음, 안영란 옮김, 귀스타브 도레 그림/문학동네

발터 뫼르스라면 차모니아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차모니아 이야기가 아닙니다.

귀스타브 도레라는 19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민 책입니다.
주인공의 이름도 귀스타브 도레입니다.

12살의 어린 선장, 귀스타브 도레와 그 일행이 탄 배는 야간 항해도중 샴 쌍둥이 토네이도를 만나 난파합니다. 죽음의 사자와 그의 미친 여동생 데멘티아를 만난 귀스타브는 그의 영혼을 가지고 한판 내기를 합니다. 동이 틀 때까지 죽음의 사자가 던져준 여섯 가지 과제를 완수하면 살려주겠다는 것이죠. 이렇게, 귀스타브의 여행은 시작됩니다.

아마조네스로 부터 '세상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임을 배우고, 수수께끼 거인들을 만나 학문과 이론의 모순과 허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유령들이 우글거리는 숲속에서 '꿈의 여인'임을 자처하는 노파를 만나는가 하면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괴물이 다름아닌 '시간'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간'의 도움으로 아흔두살이 된 미래의 자신을 만나기도 합니다. 결국 모든 과제를 마치고 귀스타브는 죽음의 사자가 살고 있는 달의 '고요의 바다'에 이르러 마지막 과제로 죽움의 사자릐 초상을 그립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삽화들은 귀스타브 도레가 단테의 <신곡>,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아리오스토의 <성난 오를란도>에 삽입되었던 그림들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을때에 느끼는 느낌은 마치 저자 발터 뫼르스의 주문을 받아 귀스타브 도레가 새로 그린 일러스트라는 착각이 듭니다. 그 만큼 그림을 바탕으로 그럴싸한 이야기를 엮어냈다는 증거겠지요.

"우리 모두 죽음의 노예 아니였어"라는 말을 따라가다 만나는 발터 뫼르스의 상상! 상쾌합니다.
감탄이 절로 나오지요.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은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에도 쓰이고 있으며 움베르트 에코의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에서는 주인공 얌보의 추억 속에도 등장합니다.

그림은 1863년 그린 <돈키호테>의 일부분입니다.


<밤>에서는 시공의 연속가능성 프로젝트에 비친 귀스타브 도레의 아흔두살 모습으로 나오지요.
돈키호테의 환상이 <밤>의 모험이 되는 순간입니다.
이 놀라움은 말로 설명할게 아니라 한번 읽어 볼 내용이지요.

안타까운 것은 2003년에 문학동네에서 펴낸 이 책이 구하기 힘들어 졌다는 점입니다.

"모든 책은 궁극적으로 한정판입니다."

걸리면 읽어야 되요.^^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