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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뜨인돌 |
그랜드 펜윅 공국.
북부 알프스의 험준한 습곡에 자리한 작은 나라.
계곡 셋, 강 하나, 높이 60미터쯤 되는 산 하나와 성 한채.
길이 8km, 폭 5km.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으로 세계 최고의 와인을 생산해 수출해 오던 이 나라에 건국 600년 사상 최악의 위기가 닥쳐옵니다. 그랜드 펜윅의 인구가 불과 수십 년 만에 4000명에서 무려 6000명으로 급증한 결과, 지금까지의 와인 수출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게 된 것이죠.
이에 정원 10명인 그랜드 펜윅 의회는 와인에 물을 더 많이 타서 생산량을 늘리자는 '희석당'과 이에 반대하는 '반(反)희석당'으로 나뉘어 대립합니다. 어린 나이에 공국의 제위를 물려받은 처녀 군주 글로리아나 12세는 고심 끝에 "자기네와 전쟁을 해서 패전한 나라에 온갖 선물과 원조를 아끼지 않는" 이상한 나라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죠.
일단 전쟁을 선포한 다음 재빨리 항복해 패전국이 됨으로써 막대한 구호물자를 받아 챙기자는 발상이었던 것인데, 그만 승리(?)하고 맙니다. 하하하하
어떻게 승리하는지는 책을 읽으셔야 하겠지만, 대량살상무기를 기반으로한 평화체제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정도는 적어 놓겠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작은 국가가 어떻게 큰국가를 물먹였는가라는 방법이 아니라 과연 이 책이 출간 시점이 적절한가 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풍자문학이란 사회 또는 개인의 악덕·모순·어리석음·결점 따위를 비웃음, 조롱, 익살스러운 모방, 반어법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비난하거나 때로는 개선하기 위한 의도로 쓰는 예술 형식이라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풍자문학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그 글이 쓰여진 시점의 정치경제 상황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 한국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냉전은 끝났고,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침공해 버리는 절대폭력이 현존하는 세상에서 그랜드 펜윅의 해결책은 그저 순진하고 뒤쳐진 이야기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2005년에 한국에서 출간된 것이 문제라는거죠.
월스트리트, 달나라, 석유시장으로 이어지는 그랜드 펜윅의 정복기 또한 바로 이런 이유로 읽어볼 흥미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이 책이 쓰여진 1953년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얼마든지 혼자 키득거릴만한 읽을거리입니다.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석유시장 쟁탈기>는 1981년에 쓰여진 책이라니 그나마 흥미가 돋기는 합니다마는 일단 개인적인 동력이 떨어진 상태라 언제쯤 읽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읽게 된면 그때 소개 올리도록하고, 오늘의 교훈 : 풍자는 타이밍니다. 그럼으로 사회적인 이슈를 바탕으로 글을 쓰려면 머뭇거리지 말고 서둘러라를 기억하며 이만 총총입니다.
뱀다리 : 풍자는 아니지만 사회적인 이슈라는 점에서 공지영작가는 참으로 부지런한 분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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