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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으로 가는 안내서 - 10점
존 배로 지음, 전대호 옮김/해나무

무한이라... 이 얼마나 매력적인 구덩이입니까?
유한한 삶을 살면서 설마 단 한번도 무한이라는 것이 가지는 매력에 눈돌려보지 못한 사람은 없겠지요.

이 책은 철학, 수학, 우주론, 신학에 등장하는 온갖 형태의 무한을 한 권에 담았습니다.
제목만 보면 '영성'관련의 정신세계 이야기 같지만 과학교양서인거죠.
그러나 단순한 과학교양서는 아닙니다. 무한을 다루면서 어찌 과학적이기만 하겠습니까?
무한 앞에서는 수학도 철학이 되어버리더군요.

질문은 이렇습니다.

과연 참된 무한이 우리의 유한한 우주 속에서 실현될 수 있는지, 무한을 사건을 부적절하게 기술할 때 생기는 헛것에 불과한지, 우주의 논리적 일관성을 기술하는 원리에 의해 실재에서 추방당한 것인지, 수학에서는 어떻게 더 큰 무한과 더 작은 무한을 구별하게 되었는지 등등

이 책에서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한’이라고 해서 다 같은 무한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주와 같은 거대한 무한도 있고, 끝없이 쪼개어지는 손바닥 안의 무한한 내부 공간도 있듯이, 저자는 ‘수학적인’ 무한도 있고, ‘물리적인’ 무한도 있으며, ‘절대적인’ 무한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다양한 무한을 믿거나 믿지 않는 입장들은 모두 정당하다”라고 말하죠.

정말 온갖 형태의 무한이 등장합니다. 답은 없지만 그래도 답을 찾아가는 인류의 무한한 노력에는 경의를 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수학적 증명된 더 큰 무한과 더 작은 무한, 그리고 셀 수 있는 무한과 셀 수 없는 무한의 구분이 인상적이였습니다.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는 테드 창의 소설 <숨결>이 떠 올랐고요.

이 책을 읽는동안 <빛보다 빠른 입자>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의 상당부분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쪼오금 맥이 빠지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그런들 어떻겠습니까. 새로운 사실은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또 다시 새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하겠지요.
그때까지는 저자인 존 배리가 던져준 무한을 가지고 꿈을 꾸어 보렵니다.
무한은 게으른 자에게도 꿈을 꾸게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 뱀다리

나는 불사(不死)로 불멸을 얻고 싶다.
나는 주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나의 아파트 속에서 살고 싶다.

우디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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