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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 6점
정민우 지음/이매진

자기만의 방은 흥미로운 책입니다.
고시원이라는 특정한 주거형태를 통해 청년세대를 조망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저자인 정민우의 석사논문을 기초로 했기 때문에 쓰인 용어가 딱딱하고 친근하지 못한 학술용어라는 점이겠지요.

매정한 단어 사이에 담긴 청년세대의 응어리를 전달하기에는 학술용어의 벽이 제법 높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면서 집이 아닌 고시원이라는 주거공간에 갇힌 청년세대의 현실은 외면하기 힙듭니다.
이는 꼭 청년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주거문제와 곧바로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라도 '홈리스'가 될 수 있다는 상시적인 위협은 청년세대뿐만이 아니라 기성세대까지를 아우르는 문제라는 불편한 질문. 이 불편한 질문을 시작하는 첫단계로써 <자기만의 방>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하나의 집을 떠나 또 다른 집을 만들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청년세대의 주거 경험을 통해, 집이 물리적인 구조물이나 공간을 화폐화한 자산, 또는 안정적인 공간이라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주장합니다.

그렇습니다.
집에 관한 열망과 불안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떠들썩한 광장일 것입니다.

그리고 딱! 그만큼, 주거와 비주거 사이의 틈새 공간에 머무르면서(실제 고시원 경험을 통해) 살펴 본 그의 주장은 교과서적입니다. 알만한 이야기를 학교용 언어로 표현했다고 할까요? 특히나 대문자 집.은 일반인의 언어라기 보다는 특정 커뮤니티 안에서 통용 될만한 언어인데, 별다른 설명 없이 쓰이고 있어서 무척 불친절합니다.

오히려 울림이 깊은 것은 그가 만나고 인터뷰한 고시원 거주자 혹은 고시원 거주 유경험자의 생생한 육성입니다.
그들의 소리 안에는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불안과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드물게는 씩씩함도 함께요.

그러나 그 씩씩함을 근거로 섯부른 희망을 보거나, 청년세대의 당당함을 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먼저입니다. 그 씩씩함 사이에 담긴 불안과 현실, 그리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상처들이 너무 큰목소리로 기성세대인 저를 질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기왕에 책으로 출간할 것이였다면 논문의 글쓰기를 버리고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용어와 풀이로 만들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학술의 영역에 가두어 두기에는 담긴이야기가 너무 절절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