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잡동사니의 역습 :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의 심리학

잡동사니의 역습 - 랜디 O. 프로스트 & 게일 스테키티 지음, 정병선 옮김/윌북

제게는 수집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장난감이죠. 제 스스로는 추억을 산다고 진단 내리고 있습니다 마는 아무튼 양이 좀 되다보니 수납이 문제이기는 합니다.
결국 수납의 문제로 수집을 자제하는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지요(그렇다고 버리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수납이나 효용성, 가치, 경제적인 문제 등등에 곤란을 겪으면서도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들이 전채인구의 5%정도 존재한답니다. 한국인구를 5천만이라고 할 때약 250만 정도이군요.

오옷! 놀라운데요.

저장강박.
이것이 죽어도 못 버리는 병의 이름입니다.
 
강박-충동 장애의 일종으로 저자들에 의해 비로서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일종의 정신 장애입니다.

사물과의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고 물건으로 인해 정체성을 구성하거나, 정보에 대한 과도한 집착. 혹은 사물의 효용성에 대한 판단장애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때로는 낭비에 대한 공포심이나 동물들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고요.
아무튼 수집하고 저장하는 일은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어쩌다보니 뇌회로가 쫌 다르게 구성되어서 일상생활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정도로 수집 및 저장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저자는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서 집안에 쓰레기를 쌓아 놓고 사는 사람들의 행태를 설명합니다.
아직은 원인을 확정하지는 못하고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리고 있지만 장애라는 인식은 명백합니다.

그러다 보니 앤드 워홀의 타임캡슐(워홀은 책상 옆에 종이상자를 비치해두고 충동이 생기면 책상위의 물건을 전부 상자에 쓸어 담았으며 날짜를 기입하고, 한쪽으로 치워 보관하였답니다. 그렇게해서 쌓인 상자가 600개가 넘고, 그 중 100여개는 개봉되어 전 세계의 박물관에서 전시된다네요) 이나 부유한 쌍둥이 형제 앨빈과 제리의 수집물들의 기이함과 매력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유한 쌍둥이 형제가 자신들의 팬트하우스에 발 디딜틈조차 없이 쌓아 올린 각종 미술품들과 보석, 가구들이 저자들의 눈에는 대책 없이 쌓여서 집안 통로를 막고 있는 잡지더미와 마찬가지로 잡동사니인 것입니다.
물론 당장 쓸모 없고, 생활에 고통이 되는 물건들인 건 맞지만 좀 드라이하잖아요(의사라 그런가?)

뭐 결론적으로 전 저장강박은 아닌가 봅니다.
추억의 물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버리지 않으려 한다든지. 장래에 유용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당장은 쓸모없는 물건을 보관하는 정도로는 저장강박이라하기에는 한참은 모자라다는게 저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장강박이라고 불리 울 정도면 일단 집안에 생활공간이 모자를 정도로 물건으로 채워야~ "아~ 이 친구가 좀 장애가 있구나" 한답니다.
그러나 우리 삶 곳곳에 들어찬 물건들을 다시금 보게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책입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지나치게 욕망을 자극 받는 것과 동시에 과도하게 쌓인 물건을 경쟁적으로 대량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소유'로 정체성을 규정해 주는 사회에 소속되어 있으니까요.

'소유'보다는 '경험'이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줌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