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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세계를 구한 9명의 전사는 각자 고국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합니다. 그리고 지구에 위기가 찾아오자 다시 뭉치지요.

 

연속적인 고층빌딩 폭탄테러를 수사하기 위해 모인 왕년의 용사들은 '그놈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연쇄테러가 벌어진 것을 감지하고 '그'의 정체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려고 합니다...라는 것은 의중이고, 현실은 '그'의 지시에 따라 일어나는 핵테러를 막기에 급급합니다.

 

옙!!! 그 와중이

 

무지무지하게 중2 중2 합니다.

 

중2 감성에 일본 주류의 세계관이 여과없이 투영된 009 사이보그는 현재 일본의 한계가 명확히 적시된 한편의 리포트 같군요.

 

영화는 중국의 상해를 거하게 떼려 부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일본은 미국 미사일 공격을 받고요. 세계적인 폭탄테러의 배후로는 미국의 음모를 의심합니다.

일본인인 009는 미국인인 002를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이 미국친구는 일본인이 리더라는 사실에 불만이 많습니다. 뭐 종국에는 둘이 협력해서 핵폭탄 테러를 막습니다마는 002가 내뱉는 대사들은 너무 전형적이라 짜증이 납니다. 다른 국적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군요.

 

성서를 인용한 듯한 '그'에 대한 언급에 불교를 적당히 섞어 넣으니 더욱 중2스럽고요. 모든 상황은 대사로 설명됩니다. 뭔가 있어보이지만 결국은 상황설명에 불과한 대사들은 연출력을 의심하게 되더군요.

 

작화면에서는 위화감 쩌는 그림자 처리가 망가 캐릭터를 CG로 표현하기위한 적절한 방법론을 찾지 못한 듯해서 보기에 안타깝습니다. 기계화한 인간의 원조로써 003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한참 후배인 쿠사나기 소령을 따라하기에 급급.

첫등장부터 추락해 주시기까지 하니 할말이 없네요.

 

게다가 이 영화는 철저한 내수용입니다.

올드팬이라도 어린이날 명작만화영화로 기억하는 팬이라면 느닷없는 가미사마의 등장에 깜짝 놀랄겁니다.

원작 후반부의 그것도 미완의 스토리인 기계화된 초인간의 신에 대한 도전 이야기를 귀동냥이라도 하지 않고서는 이게 뭥미?입니다. 인형사로 짐작하다 '신'으로 튀어버리니 사전지식이 없으면 당혹스럽습니다.

002와 009의 죽음과 부활은 원작 연재시에도 논란이 있었던 대목인데, 그냥 뭉게고 가더군요.

 

잦은 리부팅으로 피곤하지만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까지 포용하려고 하는 미국식 코믹베이스의 수출용 영화에 비교하자면, 자국 내에 거주하는 오타쿠만을 대상으로한 내수용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좋게 보면 일본내에 그만한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라 부럽기도 하지만 또 그것 때문에 일본 열도 내로 시장을 한계지어 버리는 일본 산업의 폐쇄성의 한 단면 같아 씁쓸하군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003과 009의 러브라인보다는 프랑소와즈는 제트와 연결되는게 더 어울린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었는데, 이거야 뭐 원작자가 엮어 놓은 관계이니 하는 수 없겠죠.

 

참, 극장안에는 일찍 퇴근하고 극장으로 달려온 남자들만 좀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이거 이거 한국의 오덕은 나이를 먹어가는데, 후진은 없는 걸까요.

2013년. 극장용 일본애니의 폭발은 마지막 불꽃인건가요?

그럼 슬픈데...

 

 

 

 

 

 

 

 

 

 

 

사족 :  009 시마무라 죠의 학교 여자친구는 데이트 장소에서부터 나타났다 없어졌다 합니다. 이건 작화 연출의 실수가 아니라 여고생 여자친구는 망상이라는 고도의 알레고리일지도 모릅니다.

 

 

 

 

믿냐?

 

 

 

 

009 사이보그
  • 감독 : 카미야마 켄지
  • 우리는 세계를 구할 강력한 영웅을 원한다.

    한때 세계를 수 많은 위기에서 구한 9명의 전사, 009 사이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