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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8점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장성주 옮김/황금가지

화성 연대기의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선집입니다.
이 책을 내놓을 때까지 레이는 장편이 없었기 때문에 화성 연대기는 비슷한 주제의 단편을 엮어서 한권으로, 나머지 단편들은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되었습니다. 한 남자가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보여주는 신비한 문신을 새긴 남자를 우연히 만나 같이 노숙을 하며 그 신비한 남자의 문신 속 이야기에 빠져든다는 설정 아래. 브래드버리의 시적이며 풍자적인 글과 과학적인 엄밀성 보다는 사회적인 풍경이 담긴 18개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초원에 놀러 오세요(The Veldt)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집이 등장합니다. 심지어는 육아까지도 대신해 주지요.
결국 아이들은 부모보다는 집을 선택합니다.
아이들은 잔혹하고, 화성연대기의 '부드러운 비가 내리고'의 자동주택을 연상시킵니다.
아이들이 만든 세상(The World the Children Made)라는 제목으로 1950년9월 23일자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실렸습니다. 1951년에 미국 CBS 방송국에서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더군요.

만화경처럼(Kaleidoscope)
우주선 사고로 우주에 흩어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우주 조난자들의 고립감과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심리 변화가 탁월합니다.

역지사지(The Other Foot)
화성연대기를 구성할 때, 몇편의 이야기들이 더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니 아마도 그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화성에 이주한 흑인들에게 핵전쟁으로 지구를 파괴해 먹고 거지꼴이 되어버린 백인들이 찾아옵니다.
이들의 운명은 전적으로 흑인들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도로가 전해 준 소식(The Highway)
핵전쟁이 일어나는 지도 모르는 시골 농부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알거나 말거나 그도 죽음을 당하겠지요.

그분이 오셨습니다(The Man)
제3항성계 43호 행성에 착륙한 하트 대장은 그분이 오셨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가 결국에는 모든 사실이 진리라는 것을 깨닫고 그분을 찾아 우주로 떠난다고해도 그는 언제나 한발 늦어서 그분을 영접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이미 오셨으니까요.
아무리 쫓아가도 잡을 수 없는 그분은 출발점에 계십니다. 무지 종교적인 우화로군요.

기나긴 비(The Long Rain)
낙오된 병사들이 금성의 끊임없는 비에 정신이 씻겨내려가고, 서서히 미쳐갑니다.
아무래도 월남전의 우화 같아 보이는데 소설의 창작시점으로 보면 2차대전이로군요. 
좋은 작품은 시대를 타지 않는가 봅니다. 
1950년 플래닛 스토리에 비에 맞아 죽다(Death by Rain)로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로켓맨(The Rocket Man)
잠깐 집에 들린 로켓맨 아버지를 아들의 시각으로 묘사했습니다. 언제나 일을 위해 집에 없는 아버지와 집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어머니, 그리고 자식의 관계가 미래라고 해서 바뀌지는 않는군요. 서로 사랑하지만 부재는 어쩔수 없습니다.
1951년 캐나다판 매클린스 3월호에 발표되었으며 1972년 엘튼 존이 같은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습니다. 이 노래를 작사한 버니 토핀은 브래드버리의 단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으며 본 작품에서 로켓맨은 남성적이고 강인한 직업인이지만 얼튼 존의 노래에서는 삶에 찌든 생활인으로 그려집니다.

불덩어리 성상(The Fire Balloons)
화성으로 선교를 떠나게 된 신부님의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세계에는 새로운 지성과 새로운 죄악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합니다만 이런!! 화성인들은 이미 모든 죄악을 초월했으며 죄는 인간 개척단 마을에만 존재하는군요.
진지한 종교적 주제를 다룬 과학소설의 효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상의 마지막 밤(The Last Night of the World)
모든 사람이 똑 같은 꿈을 꾸고, 그것은 종말의 계시임도 똑 같이 깨닫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동요하지 않는군요.
종말의 밤을 앞두고 담담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화성의 미친 마법사들(The Mad Wizards of Mard)
1949년 캐다다판 매클린스 9월호에 처음 발표했으며 이후 망명자들(The Exiles)라는 제목으로 태양의 금빛 사과에도 수록되었습니다. 모든 상상문학들이 폐기된 미래에 화성으로 망명하여 살고 있던 에드거 앨런 포를 비롯한 작가와 등장인물들에게 화성탐사대의 도착은 재앙입니다.
화성연대기의 어셔2와 연관이 있으며, 포에대한 작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단편입니다.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닌(No Particular Night or Morning)
아무것도 믿을 수 없고 증명할 수 없게 된 남자가 우주로 걸어 나갑니다.
"증인이 없으면 우주도 우주론도 아무 쓸모가 없다." (2000년도 전미 도서재단 평생 공로상 수상 연설)

여우와 숲(The Fox and the Forest)
1950년 콜리어스 5월호에 미래로(To the Future)라는 제목으로 처음 발표했습니다. 전쟁에 몰두한 미래의 전체주의 국가에서 과거로 도망쳐 온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여우는 숲으로만 도망치듯이 사람은 사람들 속으로만 도망칩니다. 결국 잡히는군요.

방문자(The Visitor)
1948년 작품입니다. 피가 녹스는 불치명인 혈록병 환자들은 화성으로 추방당합니다. 이 곳에 환상을 보여줄수 있는 초능력자가 방문하는데 서로 차지하려다가 죽여버리는군요. 거위가 죽자 달걀도 없습니다.

콘크리트 믹서(The Concrete Mixer)
전쟁을 거부하고 징병을 피하던 화성인 에틸이지만 결국 지구 침략군의 일원으로 지구에 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지구인들은 침략자 화성인들을 환영합니다. 그들의 친절 뒤에 숨은 음모 따위는 없습니다. 다만 엔터테이먼트가 있을 뿐이지요. TV와 영화. 각종 오락과 자동차만으로도 화성인들을 충분히 괴롭히고 남습니다.

마리오네트 주식회사(Marionettes. Inc.)
마눌님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기위해 자신과 꼭 닮은 마리오네트를 주문한 주인공은 자리바꿔치기를 시도하지만 마눌님을 사랑하게된 마리오네트가 영원한 자리바꿔치기를 해버립니다. 덧붙여서 주인공의 친구는 마눌님이 마리오네트였군요. 털썩~

도시(The City)
1950년 스타틀링 스토리스 7월호에 목적(Purpose)라는 제목으로 첨 발표했답니다. 우리나라에는 토탈호러(1993. 박상준 엮음. 서울 창작)에 같은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고요.
외계의 도시가 2만년을 기다린 이유는 언젠가 자신들을 멸망시키고 떠나가버린 인간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랍니다. 인간은 과거를 잊었지만 도시는 잊지 않고 2만년만에 찾아 온 지구인 탐험대들을 잡아 내장을 파네고, 기계를 채운 다음에 세균폭탄을 들려서 지구로 돌려 보냅니다.

제로 아워(Zero Hour)
역시 토탈 호러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아이들을 놀이가 어른들을 죽여버리는 상황은 대초원에 놀러오세요와 일맥상통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아이들 스스로 그런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드릴이라는 침략자의 꾐에 빠진 것이죠.

로켓(The Rocket)
1950년 수퍼 사이언스 스토리스 3월호에 별에 못가는 사람들(Outcast of the Stars)로 처음 발표했었습니다.
미래의 세계에서도 로켓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고, 화성여행은 고물상을 하는 주인공 보도니 가족에게는 꿈도 못꿀 일이였습니다. 그러나 보도니는 남은 저축을 몽땅 털어서 운행이 불가능한 껍데기 로켓을 삽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필요한 새로운 기계와 바꾼 모양만 로켓을 가지고 보도니는 아이들을 태우고 1주일간의 화성여행을 떠납니다. 물론 우주공간은 영상일 뿐이고 로켓의 엔진은 고물 자동차 엔진이 덜덜거리는 것에 불과하지만, 1주일간의 우주여행을 다녀온 아이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잆는 소중한 추억과 꿈이 남습니다. 정말로 눈물이 나도록 좋은 아버지입니다. 주인공 보도니씨는....

마술 같은 꿈을 자아내는 로켓.

과학소설이라는 것이 그런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