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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엔더의 그림자

imuky 2010. 12. 21. 14:33
엔더의 그림자 - 8점
올슨 스콧 카드 지음, 나선숙 옮김/루비박스

올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의 후속작. 혹은 시차소설...

엔더의 게임이 엔더 위긴의 입장에서 버거전쟁을 묘사한 것이라면 이 책은 엔더의 소대원이였던 빈이라는 아이의 입장에서 같은 시간, 같은 사건을 묘사한 소설입니다.
덕분에 전작의 전투실 묘사는 줄어들었고, 빈의 성장배경과 생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페이지를 얻었습니다.
훨씬 좋군요.

전작을 읽고 남겨 놓은 메모를 보니 소설 '엔더의 게임'의 맛을 '라이트'라고 써 놓았더군요. 아마도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서 진짜 전쟁을 수행한다는 아이디어가 이제는 식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원작의 창작 연도를 생각하면 신선한 시도였을 테지만 제가 그 책을 읽은 것은 2008년이니 식상할만도 하죠. 그러나 1999년 작인 엔더의 그림자는 컴퓨터 게임보다는 주인공 빈에게 집중함으로써 유행을 좀 덜 타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라프 대령의 엔더에 대한 편애는 여전하고, 전작 덕분에 생기는 한계도 도처에 널려 있지만,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천재 소년이 빈민굴에서 고아로 성장하다가 세상을 구할 군인이 된다는 것도 어찌보면 라이트 소설의 스테레오 타입 같지만 그래도 엔더 보다는 입체적인 성격인데다. 엔더라는 전작 덕분에 빈은 어찌되었던 2인자라는 제약이 소설을 더욱 기름지게 만들었나 봅니다.
막판에 친부모도 찾는 상황에서 빈이 세계를 구해버렸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라이트노벨이겠죠. ㅎㅎ

참, 문득 든 생각인데 노인의 전쟁의 CDF는 하인라인의 군대 보다는 엔더와 빈이 소속된 IF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노인과 아이라는 차이는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