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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異夜 - 밤에 읽는 열 개의 이야기>는 알라딘 사이트 오픈 14주년을 맞아 출간하는 <14×2>의 소설편으로, 미스터리와 스릴러, SF와 환상소설들로 엮은 단편집입니다.

 

<14X2>의 교양편은 십이지라는 제목으로 각 분야의 지식인이 지금 한국사회의 교양 키워드를 설명하는 기획물입니다. 교양편은 무료 e-Book으로 볼 수 있고요. 소설편은 이런저런 프로모션을 통해 배포해 주고 있죠.

 

실린 작품은

 

사형 집행일 / 헨리 슬레서
첫 출근 / 장은호
얼굴 / 마쓰모토 세이초
담배 / 코넬 울리히
소원의 집 /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아담과 이브 / 귄터 쿠네르트
종의 기원 / 김보영
바라우미초등학교 / 미야자와 겐지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 / 조현
푸리오신 해변 / 다카하시 겐이치로

 

이상 10편입니다. 알라딘에 책 주문하면 딸려오는 부록이지만 꽤 재미있습니다.

 

먼저 헨리 슬레서의 '사형 집행일'은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에 수록되었던 단편으로 일과 사랑의 정점에 서 있던 남자가 한 순간에 추락하는 평범함이 돋보이는 단편이고요.

 

장은호의 '첫 출근'은 '누구에게 지시 받는지?', '지금 하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대한민국의 삶을 잔인하게 은유하고 있습니다. 영화 브라질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좀 있습니다만, 그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이 소설을 어디선가 읽었던것 같은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얼굴은 긁어 부스럼의 원단이지요. 도둑이 제발 저린다지만... 조심할수록 죄는 더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는군요.

 

코넬 울리히의 담배는 예전 TV프로그램인 환상특급을 보는 기분입니다. 세상에 대처할 줄 모르는 남자가 이리저리 핑볼처럼 튕기다. 뜻밖의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의 유쾌함이 있습니다.

 

정글북의 작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원의 집은 사랑을 위해 고통을 짊어진 늙은여자의 일생을 친구에게 고백하는 형식으로 들려줍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무런 의문 없이 등장한다고 거창하게 신이 없는 세상의 일그러진 욥기 따위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이런 초자연현상은 오히려 지난 세기에는 너무나도 흔해서 의문을 표시할 이유도 없었다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권터 쿠네르트의 아담과 이브는 인류 멸망 후 둘만 남은 우주 비행사가 인류의 기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2명의 남자 중 1명은 여자가 되어야 하는데, 누구 될 것이며 어떻게 되는가가 충격적입니다.

이런 방향으로는 처음보는 이야기라 그 기괴함에 치를 떨었습니다.

 

김보영의 종의 기원은 로봇세상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언제나 신화적인 이야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멋진 SF도 쓰는군요.

다만 어떤 세상이든 그 끝을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슬픕니다. 해피엔딩은 언제나 중간에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미야자와 겐지의 바라우미초등학교는 여우학교 이야기입니다.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지브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지만 결말은 부조리만화를 보는 것처럼 급작스럽습니다. 인상적이더군요.

 

조현의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은 작가의 신춘문예 당선작입니다. SF이고요.

먼 미래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오해가 주를 이루고 있고, 그 오해가 현재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작품의 재미보다는 장르 소설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선정된 사연이 더 궁금합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푸리오신 해변은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