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글을 배우게 되면 책받침을 쓰게 했었다. 처음 배운 글씨를 힘주어 꾹꾹 눌러 쓰다 보면 뒤 페이지까지 자국이 남기도 했거니와 책받침을 받치면 푹신하던 공책이 도로 포장한 것처럼 적당히 딱! 연필을 받쳐줘서 글씨도 더 잘 써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책받침에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의 주인공들이 그려져 있었고, 뒷면은 구구단이 인쇄되어 있거나 지도 같은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인쇄되어 있었다. 한쪽 끝에는 눈금이 그려져 있어 자로도 쓸 수 있었고. 어떻게든 아이들 맘에 들어서 많이 팔고 싶은 장사꾼의 마음과 문방구이니 학습에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는 어른의 마음이 함께 하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책받침은 글씨를 쓸 때 공책을 받치는 용도 외에는 주로 따먹기..
정보혁명 이전, 자료의 과거는 전문 안내자가 없이는 걷기 힘든 미로와 같았고, 과거의 자료를 찾는 일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투자한 시간 만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던 시절을 끝낸 것은 인터넷 대중화의 부수효과인 '정보혁명'이었죠. 이후 과거의 자료는 생성된 시간과 관계 없이 모니터 상에서 동시성을 얻었습니다. 과정이라는 맥락은 정보 수색자의 몫이 되었고요. 30년 전 기록도 오늘 찾으면 오늘의 자료이고, 어제의 사건도 오늘 알았으니 오늘의 사건입니다. '지금'의 맥락은 '내'가 구성합니다. 1999년의 신경림의 농무와 2016년의 류근이 같이 비교되며 예술적 평가에 윤리적 가치를 적용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1. 윤리적 가치'만'으로 예술을 평가하는 것은..
1996년 아버지라는 소설이 있었습니다. 김정현 작가의 이 소설은 한국인 아버지에 관한 온갖 가지 클리쉐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돈 벌어다 주는데 자기 공은 알아주지 않는 가족에 대한 섭섭함. 한번도 입 밖에 내놓지 못한 가족에 대한 사랑. 그래도 나는 가족을 위해 산다는 자기만족. 달콤한 외도와 복귀의 판타지. 그리고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죽음까지요. 이 소설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대중문화 속에서 아버지는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죠. 이제 대발이 아버지는 없습니다. 이 소설의 반대편에 신경숙의 어머니라는 소설 있었습니다. 베스트셀러이고 한국인 어머니에 대한 온갖 판타지로 지면을 가득 채운 책이었죠. 희생과 희생과 희생. 그리고 실종. TV를 켜니 김혜자씨는 소녀가 되어 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매스미디어는 재앙을 스펙터클화 한다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입니다. 4월 16일. 3백 명의 아이들이 물에 빠져 죽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았습니다. 선원들은 무책임했고, 해경은 신뢰할 수 없었으며, 기자는 기사작성의 메커니즘을 숙지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사상최대의 구조작전 중에 물에 들어간 사람은 없었으며 뻥치고 약파는 사이 아이들이 눈 앞에서 죽어 갔습니다. 그날 이후 가슴에는 개흙 한 덩어리가 얹어진 듯 묵직하고, 그것이 가끔 목울대를 치고 올라와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울어버리면 이 슬픔이 눈물에 흘러 몸 밖으로 빠져나가 버릴까 봐 울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눈물은 저렴하고, 기억은 믿을 수 없기에 이 슬픔만은 온전히 가슴 속에 담아 불..
2014 런던도서전을 앞두고,소설가 황석영은 먼저 "한국 문학을 제대로 영문 번역할 만한 좋은 번역자가 많지 않다"면서 "그것이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가장 큰 핸디캡"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영어 번역자들이 우리 문학을 제대로만 번역한다면 우리 문학에 대한 반응이 좋을 거로 생각한다"면서 "영문 번역자를 키우고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소설가 이문열 역시 "제일 큰 문제가 번역 문제가 아닌가 싶다"며 동의했다.라고 하네요.그러나 묻고 싶습니다.과연 서점의 하루키는 일본인 번역자 덕분에 네임드가 된 것일까?출판사 사장님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좋은 영문 번역자를 골라 미국에서 출판하면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이 되는 것일까요? 우리는 외국에서 잘 팔린 콘텐츠나 잘 팔릴만한 콘텐츠를 사다가 적확한 번역자에 ..
톰 크루즈의 SF신작.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예고편과 포스터를 보니, 강화복을 입고 있더군요. 1997년에 폴 버호벤 감독이 '스타쉽 트루퍼스'를 만들 때, 전투 강화복 대신 버그에 올인하는 덕분에 스타쉽 트루퍼스의 땅개들이 방탄조끼 하나 입고 떼로 볼려다니며 기관총을 쏘는 총알받이들 처럼 되었죠. 아니, 집게받이였던가요? 아무튼, 그러나, 1997년에는 CG기술도 예산도 받쳐주지 않아서 포기했던 전투강화복이 이제는 실현 가능한가 봅니다. 이렇게 되면, 원작에 충실한 도 꿈이 아니군요. 이왕 리메이크한다면 폴 버호벤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하인라인으로 돌아 갔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소망입니다. 가장 최근의 스타쉽 트루퍼스 소식->'클릭'
포스팅할게 없어서 쉰적은 많치만 시간이 없어서 포스팅을 쉰건 오래간만이군요. ㅜㅜ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매주 과거의 유명한 가수 한분을 모셔 놓고(글자 그대로 모시고) 후배가수들이 선배가수의 노래를 나름의 창법과 편곡,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식하는 프로그램이지요.지난 히트곡들을 다시 들어 좋고, 새롭게 들어서 좋은... 저도 참 즐겨보는 방송인데요. 그런데, 그것뿐일까요?좋았던 노래를 다른 맛으로 요리한 순수한 음악적인 쾌감만으로 이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걸까요?저는 여기에 잠시 의문이 생겼습니다.원조인 나는 가수다의 급격한 침몰과는 달리 어째서 불후의 명곡은 계속 순항하는 걸까.... 어쩌면 혹시 우리는(나는) 든든한 선배와 그런 선배를 존중하는 후배들의 아름다운 관계를 소비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거죠. 거기다 너무 가혹하지 않는 경쟁이 주는 재미는 덤이고요. ..
책만드는 장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과 제향사 게자 쉔(Geza Schoen), 그리고 영국 잡지 월페이퍼가 함께 만든 페이퍼 패션(Paper Passion)입니다. 빨간 내지의 책모양의 패키지가 인상적인 향수지요. 슈타이들이 생각하는 책과 잉크의 냄새입니다. 사실 책향기는 주관적인 것이잖아요. 누군가에게는 이사하려다 찾아낸 오래된 책에서 나는 퀘퀘한 냄새이기도 하고, 책냄새인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담배냄새일 수 도 있고 말입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갓나온 종이냄새일 수도 있고요. 제겐 책냄새라고 하면 아직 마르진 않은 잉크에서 풍기는 휘발성 냄새와 먼지 냄새가 각각 떠오릅니다. 그만큼 냄새가 주관적이라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책냄새란 결국은 각자의 추억과 연동된 경험의 냄새이라..
오늘은 아버님의 칠순 생신이였습니다. 그렇다고 거하니 잔치를 벌일 것도 아니여서 어머님과 함께 여행을 떠나시기 전에 가족끼리 모여 식사나 한끼하려고 여러 식당을 알아 보았지요. 그러다 알게 된 곳이 경기도 양평의 '산당'입니다. 경치 좋은 곳에 예쁜 식당이 자리잡고 있고, 음식도 퓨전 한정식으로 훌륭하다고 해서 지난 화요일에 예약을 했지요. 그리고 토요일 오늘 찾아가게 된 것입니다. 1시 예약. 도착은 주말 교통을 감안하여 조금 일찍 출발한 덕분에 15분 먼저 도착했습니다. 우선은 잠시 기다려 달라더군요. 그런데 정작 1시가 되니 앞 손님이 아직 일어서지 않으셔서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다렸지요. 그런데 이 조금이 "조금만...조금만..."하면서 10분이 되고, 20분이 되더니 30분..
전기차 공동이용서비스 시범사업 민간체험단에 선정되어서 기아자동차 레이 전기차를 타봤습니다. 겉모습으로는 문짝에 표시만 없다면 일반적인 레이와 동일합니다. 물론 내부도 같고요. 다만 계기판이 쪼오금 다릅니다. 오른쪽에에는 충전량이 표시되고요. 왼쪽의 계기는 파워와 충전이 표시됩니다. 관성으로 운전하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충전되나 보더군요. ^^a 일단 첫느낌은 조용하다입니다. 시동을 걸어도 시동이 걸린건지 안 걸린건지 모를 정도이고요. 가속을하면 낮게 위잉소리가 들리는 듯하면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수준입니다. 자유로쪽으로 살짝 나가 봤는데 도심 자동차 전용도로는 아무런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수준이였습니다.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 성능을 보여주더군요. 문제는 풀차지를 하고서도 전..
2011년에는 총 71개의 도서목록을 작성하였군요. 기억에 남는 책으로는 와 정도입니다. 어쩐지 일년간 책을 소비해 온 느낌입니다. 2012년에는 보다 좋은 책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11/12/29 [책] Fat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 2011/12/26 [책]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남자 2011/12/18 [책]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2011/11/27 [만화] 도라에몽 최신 비밀도구 대사전 (@.@)b 2011/11/27 [만화] 너의 파편 (완결) 2011/11/22 [책] 자음과 모음 R 2011. 가을 : 다음 세대를 위한 인문교양지 2011/11/17 [책] 칼 이야기(카타나가타리) : 니시오 이신의 시대극? 글쎄? 2011/11/11 [책] 화성..
고양 아람누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과 ICAFE(국제만화예술축제)를 다녀왔습니다. 2011년 마지막 문화생활이겠군요. ^^ 테즈카 오사무 선생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분(모르면 검색)이시니 각설하고, 전시물을 소개하면 정말 많은 육필원고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를 비롯하여 의 컬러원고들과 다수의 만화원고들이 관람객을 맞이 합니다. 원고들의 보관 상태도 한국작가들의 원고에 비해서 보존 상태가 깔끔한 것이 미리 미리 잘 챙겨 놓으신 것 같습니다. 게다가 국내 미출간본이거나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 등의 원고들도 최소한 1페이지 이상씩 전시되어 있어서 한국에서 펼쳐진 최대규모의 테즈카 오사무 전시회라는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소감. 리본의 기사 원고를 보니 헤어스타..
엄혹하던 시절. 가위질 된 것이라도 좋으니 영화라는 것을 보고 싶던 때가 있었다. 물론 그때도 시내극장가에서는 언제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에로틱한 방화들과 세련된 헐리우드산 외화들. 그리고 이소룡의 부제를 코미디로 채우던 홍콩산 무협물 같은 것들은 언제나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몇번의 불신검문을 뚫고 찾아간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올 때쯤이면 어쩐지 햇빛이 낯뜨거웠고, 애써 까보인 민증이 아까울만큼 공허했다. 아무런 이야기도 생각나지 않는 영화들. 토론의 여지가 없는 영화들은 한창 잘난척에 맛들린 청춘에게는 갓잖아 보이기 일수였고, 보다 굉장한 영화들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지적 호기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거리를 배회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마디로 ..
지오이드(geoid) : 지구 전체의 중력을 한 눈에 보여주는 고해상 중력장지도입니다. 위의 동영상은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한 중력장 및 해양순환 탐사위성 ‘고스’가 10조분의 1 수준의 극히 미세한 중력차까지 감지할 수 있는 측정장치로 지구의 중력을 측정해 가상의 표준 지표면과 지형의 높낮이를 표시한 중력지형도로 파랑색일수록 약한 중력이고 빨강과 노랑색일수록 중력이 높은 지역이랍니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우리나라는 중력이 높은 지역이고, 인도는 중력이 낮은 지역에 속하더군요. 혹시 삶의 무게도 이와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정말 땅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높은 지역에 살고 있군요.
1982년 코모도어 인터내셔널이 내놓은 8비트 가정용 컴퓨터 코모도어 64를 기억하세요? 베이직 언어를 사용하고 롬 20KB, 램이 64KB였던 가정용 컴퓨터의 명작이지요. 한때는 IBM PC나 애플의 컴퓨터보다 더 많이 팔렸던 이 전설의 컴퓨터가 인텔의 아톰 CPU를 달고 30년만에 부활했답니다.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채 듀얼코어 아톰 525 CPU (1.80Ghz)와 nVidia ion2 그래픽 칩셋을 탑재. 키보드는 무려 오리지날 체리 기계식 스위치랍니다. 본체좌측에는 DVD-RW가, 우측에는 각종 슬롯을 달고, 뒤쪽에는 DVI, RGB, HDMI 단자에 4개의 USB 2.0 포트, 유선랜등이 달려있습니다. 오리지날은 320x200에16칼러였는데, 이 보다는 좋아졌겠죠? 하하하하 C64x Basic ..
나는 가수다. MBC 우리들의 일밤의 한 코너. 매주 7명의 실력있는 가수들이 나와 자신의 곡이 아닌 새로운 곡을 편곡해 미션에 도전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일반인 500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의 심사를 받아 1명이 탈락하고, 나중에 새로운 가수가 이를 채워가는 방식. 여기까지가 프로그램 설명이다. 그리고 첫회는 1박2일 보는라고 안 봤다. 그런데 그 다음날 난리가 난게다. "너무 재미있다." "꼭 봐라." 등등 결국 내가 낼테니 봐라면서 IP-TV 결재까지 해주면서 들이 미는 바람에 시청했다. 그리고 반.했.다. 이것이 가수로구나... "역시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햐"라는 맘이 절로 생기는 멋진 무대에 반해버렸다. 당연히 2주 연속 시청. 그간 스포일러도 있었지만 방송의 재미를 위해 스포일러 찾아보기를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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