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망국의 시간은 조한혜정 선생님의 짧은 글 모음집입니다. 신문 기고글이 대부분이다 보니 각 글 당 분량은 4페이지 정도로 읽기 편하고 가볍습니다. 촛불 시위에서 전환의 가능성을 읽고,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습니다. 한국을 먼저 망한 나라(先亡國)라고 심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미래에 대한 기대의 표현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교양 있고, 학생들은 똘똘하며 뭐라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뿜뿜하고 있는. 그러니까 ‘그냥’ 연세대 교수님 세상입니다. 좀 더 젠더 문제에 집착하셨다면 어땠을까 하라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신문 기고 모음인데 그게 가능 할 리가 없지요. 게다가 촛불정국 아닙니까. 여기서 교훈이 있다면, 신문 글은 그날 읽어야 하며 어제의 글은 어제의 대화처럼 조금 쓸 만한 기억일 뿐이라는 것이겠죠..
전형적인 일본어 말장난 소설입니다. 아재 개그죠. 동음 이어, 훈독, 음독을 총동원한 말장난에 약간의 통찰을 슬쩍슬쩍 기워 넣어 그럴싸하게 구라를 치고 있습니다. 책이 책을 낳는다는 유쾌한 상상이 누대에 걸친 인연으로 이어져 마침내 하늘도서관의 사서로 취업하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이야기의 주인공(?)인 유지로가 저지른 깜찍한 꼼수가 내내 맘에 걸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사족입니다. 없어도 그만이고, 넣을 생각이었으면 좀 더 고민했었어야 했죠. 끝으로 갈 수록 해이해진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단락입니다. 조금씩 끊어서 읽으면 재미있고, 한번에 다 읽으려면 지루하니 끊어서 읽으세요. 그럼 2번 읽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건 그 나름대로 좋은 일이겠죠.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
_존 브록만 엮음148명의 지성에게 묻고, 그들이 답한 짧은 글 모음. 화장실에서 읽기 좋음 _조지 레이코프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조지 레이코프의 후속작 _플로리안 일리스2016년에 만난 최고의 책. 세계대전 직전 서방세계의 모습을 각종 자료를 통해 구성해 놓았다. 미드나잇 인 파리(우디 알렌)의 영화 속으로 다시 들어간 느낌. 영화보다 더 방대하고 덜 휘둘린다. _아다치 미츠루단편집. _타니구치 지로남의 의견만으로 책을 고르면 지루하게 된다. _사무라 히로아키(무한의 주인 작가)이 자식은 좀 구역질 나는 구석이 있다. _어슐러 K. 르 귄르 귄 여사의 리즈 시절은 무섭다. 처튼 현상을 기반으로한 는 정말 놀라움. 헤인우주에 관한 영화화 작업이 없었다는게 신기합니다. _사울 D. 알린스키1990년대 알..
"제발트." "제발트." 하는 그 제발트입니다. 4편의 조금 긴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은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4명의 이방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향이 없는 삶, 고향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삶이 고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책에 실린 4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인 헨리 쎌윈 박사, 파울 베라이터,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막스 페르버에게는 그렇습니다. 아니, 사실은 고향이 없는 삶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이 이방인이며 어디를 가도 이민자일 수 밖에 없는 유대인이라는 점이겠지요. 그것도 독일이 고향인 유대인. ㅜㅜ 약간 신빙성 없어 보이는 사진들이 신빙성을 채우는 서술과 어느 구석에선가 무뎌지고 무너지는 느낌의 문장은 매력적입니다. 가 풍경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면 은 흐릿한 기억을 기억해 내는 '..
400여 종족들의 모임인 콘클라베는 행정조직이 되어야 하고, 개척연맹에는 민주주의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평화의 시대입니다. 에서 처음 소개된 세계는 이제 변화의 시기를 맞았습니다. 만 해도 세상이 변했구나였는데, 존 스칼지는 이제 이 이야기를 끝내려나 봅니다. 평화의 시대는 그에게는 맞지 않는 옷인가 보죠. 출중한 능력과 빼어난 유머 감각을 지닌 인물들끼리의 서커스 같은 두뇌 싸움과 매끈한 결말이 자연스러운 세계에서 끝나도 끝나지 않은, 지루하고 애매한 협의의 세계는 '평화'라도, '평화'라서 작가에게는 부담일 것 같습니다. 아쉽네요. 마음의 생애 뇌 적출과 뇌와 기계의 직접결합입니다. 2권 후반에 쓰다 버린 도입부를 실었습니다. 비교하면 재미있습니다. 유명 작가의 습작을 엿보는 것은 어떤 ..
리얼리즘만이 대접받는 문학이라면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없습니다. 끊임없는 고발만이 있을 뿐이겠죠. 그렇습니다. '아작'이 내놓은 은 리얼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고발보다도 아프게 고발하고, 어떤 대안보다도 자극적인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_ 반다나 싱 여자는 정말 행성이 됩니다. 그 과정 내내 남편은 이웃들의 시선과 가족의 체면만을 걱정합니다. 배경은 인도입니다. 2. 늑대여자_ 수전 팰위크 여성 늑대인간이 남자 사람과 결혼합니다. 늑대의 1년은 사람의 7년이고, 남자보다 어렸던 여자는 순식간에 남자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가 됩니다. 더 현명해진 것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버림받죠. 절묘하고 불편합니다. 3.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_ 조안나 러스 200년 전에, 그..
스스로를 '평균 이상'이라 자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사회가 왜 이 모양인지 '실험심리학'의 다양한 결과물로 설명을 시도하는 책입니다. 결국은 '닝겐이란...'으로 수렴되는 결과입니다만 뭐라도 얻어 나오려면 개인의 몫이 큽니다. 듀크 대학의 댄 애리얼리 Dan Ariela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솜씨, 논리력, 기억력을 필요로 하는 과제들을 내주고 그 보상으로 한 집단에는 평균치 일당을, 두 번째 집단에는 2주분 급여를, 세 번째 집단에는 5개월분 급여를 지급했다. 그 결과, 가장 높은 보상은 가장 좋은 성과를 끌어내기는커녕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 그 원인은 아마도 높은 보상이 스트레스를 가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높은 보상이 뛰어난 성과로 연결되는 경우는 극도로 단순한 작업을 줬을 때밖에 없다. 조..
깊은 빡침. 찰스 스트로스의 의 정서는 깊은 빡침입니다. 하긴 그럴만도 하죠. 양자 단위까지 조작이 가능한 세계를 배경으로 영생과 자유를 누리던 탱크, 정말 말 그대로 탱크였던 남자가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 언제쯤인가의 백인 사회에 속한 여자의 몸에 갇혀 버렸으니까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한심함과 저돌적인 불합리에 빡치고 빡치고 빡칩니다. 주인공 로빈/리브의 빡침이 생생하게 전해지더군요. 책날개에 있는 저자 찰스 스트로스의 사진을 보고 놀란 것은 여담이고요. 스타트렉의 전송장치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의 세계가 만들어 질 것 같습니다. 웜홀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을 전송할 수 있다는 것은 양자단위까지 인간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재조립이 가능하다면 그냥 조립도 가능하..
조성주 씀. '열정'은 사회 변화의 중요한 동력이지만 무한정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다.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열정도 수십 년을 같은 열기로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이다. 안타깝지만 사랑마저도 그러하지 않은가. (29p.)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의 의회 연설 '미국의 약속' (34p.) "흑인의 문제란 없다. 남부의 문제도 없다. 북부의 문제도 없다. 오로지 미국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오늘 밤 우리는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으로서가 아니라 미국 국민으로서 이 자리에 모였으며, 이 문제를 해결할 미국 국민으로서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라는 링의 룰은 결국 조직하는 자가 승리한다. (39p.) 자기 이익에 근거하지 않은 공익이라는 것이 추상적으..
라는 게임이 있답니다. 보드게임인데요. 차기 마왕 자리를 놓고 각자의 던전을 꾸며 용사를 포획하는 게임이랍니다. 자~ 벌써 조금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ㅋㅋ 본 작품인 전지적 마왕 시점은 를 원작으로 한 2차 창작물입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왕은 이제 아쉬울 게 없습니다. 세계 정복도 공주 납치도 다~ 젊은 날의 과오일 뿐. 이제는 마왕 랜드라는 테마파크형 던전을 운영하며 적당 적당히 인간들을 상대해 주고 있습니다. 던전에서는 만남을 추구해도 안 생기고요. 삼단 합체 켈베로스는 멸망의 괴물이지만 반려견입니다. 머 메이드는 메이드이고 중2병은 던전이 제 집이죠. 가볍게. 메타적으로다. 쿵쿵입니다. 사족: 번역 라이트노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쫌. 입이다. 어쩔 수 없죠. 시장의 크기가 다르니까요. 전지..
"신앙은 당신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질문을 멈추게 할 뿐이다." 신을 바이러스에 비유하는 이 책의 교훈을 요약하자면 위의 문장 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종교의 자유를 위해 유럽을 떠났던 초기 식민지 개척자들의 신화의 진실은 배타적인 종교 집단이였으며 지금도 미국은 매우 종교적인 국가라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비유신론자라고 해서 생활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으니까요. 미국에서는 그런가 봅니다. 복음주의의 득세로 과거와 달리 자신들에게 가장 편안한 교회를 '구매'하러 다니는 미국인에게 종교의 자유가 제한적이라는게 좀 놀랍기는 했습니다. 물론 관습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미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민주 공화국입니다. 복음주의 바이러스에게 있어 가장 효과적인 단어는 구세주가 아닌 '개인적'..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미카미 엔의 작품입니다. 비블리아 시리즈나 열심히 쓰지 이건 또 뭐냐며 짜증이 났지만. 샀습니다. 전 호갱이니까요. 이야기의 배경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낡은 사진관. 이야기는 사진관에 남아 있는 미수령 사진들의 주인 찾기. 덤으로 미스터리. 그렇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과 다르지만 비슷합니다. 주인공 가쓰라기 마유는 약점이 있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점주 시오리코의 약점은 사실은 약점이 아니라 그녀의 차밍 포인트지만 마유의 약점은 인간적입니다. 시오리코가 2D면 마유는 2.3D정도 일까요. 악인 1명, 미친 사람 1명이 등장합니다. 추리는 얼개는 성글고, 특히 마지막 사건은 어이가 없지만 빨리 읽히고, 재미있으며, 여전히 처벌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프롤로그의 떡밥은 에필..
이 책은 절판된 책입니다. 아니, 작가가 절판시켰을 뿐 시중에는 재고가 남아 있어서 아직은 살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사지 마세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말만 복직…쓰레기더미 사무실 발령 원본 위치 네, 그렇습니다. 출판 노동자 윤정기에 대한 지지의 뜻으로 '절판'한 책입니다.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잘 살고 계시겠죠. 쿨하게… 권력과는 상관없는 듯 뭐 그건 그렇고요. 이 책은 굉장히 달달한 책입니다. 2억 광년의 우주를 횡단해 사랑을 찾아온 외계인이 등장하는 사랑이야기. 이상한 이야기이지만 '수박주스' 맛이 나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한아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저탄소 생활을 하는 의상 디자이너입니다. 홍대에서 리폼 의상실을 운영하고 있지요. 그런 한아에게 10년 된..
바벨이라는 제목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언어'에 관한 공상과학소설입니다. 언어의 구조나 사용하는 언어의 형식이 사용자의 사고를 지배한다는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이렇게 되는군요. 바벨-17은 일종의 프로그램 언어입니다.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의 의식을 프로그래밍하는 언어이지요. 세뇌가 아니고 리프로그래밍입니다. ㅎㅎ 그리고 그 사실을 밝혀내는 여정이 소설의 내용이고요. 시인, 외모를 극단적으로 변형하는 미용성형, 신분 격차, 공간 단층, 다자간 결혼, 유체, 합법적인 자살과 부활, 영혼, 강화인간, 공간 잠수함, 뇌 통신기, 외계인이 등장합니다. 존 스칼지가 하인라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줄 알았더니 새뮤얼 딜레이니에게도 꽤 많은 빚을 지고 있군요. 주목: 바벨-17에는 나(我)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나가 없..
작가 장정일이 음악에 관련된 책을 읽고, 그 책을 밭삼아 써 올린 '음악과 사회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평균 5페이지짜리 글 116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개되고 있는 책의 권수는 조금 더 많습니다. 서문은 없고, 책의 첫머리에는 '신디 로퍼에게'라고 인쇄되어 있으며 114번째 글 의 마지막은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치다."로 끝납니다. 후기에 "책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내 의견을 한 번도 내세우지 않았다."더니 신디 로퍼에게 이 책을 바치고도 2편의 글이 더 있는 것을 보면 사실인가 봅니다. 591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마무리는 '우리 시대 대중문화와 소녀라는 기호'에 대한 품위 있는 글로 되어있습니다. 음악과 관련된 책, 음악에 관한 책, 음악가에 대한 책, 작품 속의 음악, 작가의 음악 등 음악은 이..
앤 레키의 데뷔작 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읽는 게 불편합니다. 어딘지 똑 잡아 "요기다!"라고 지적하기는 힘들지만 뭔가 편안한 느낌은 아니죠. 처음에는 그 이유가 외계의 지명이나 이름의 발음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소리 내어 읽거나 눈으로 읽거나 한 번에 따라 하기에는 좀 불편한 이름. 하지만 일부러 어렵게 만든 티가 나지는 않는 이름 때문에 읽기가 불편한가 싶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참 잘한 일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알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작가가 소설의 주인공인 저스티스 토렌을 통해 분명히 말해 줬는데, 몇 번이나 말해 줬는데,,, 독자인 나의 무의식은 계속 생물학적 성역활과 젠더를 구분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점을요. OTL 배경이 되는 라드츠 제국의 언어에는 성별 구분이..
역사는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만이 아닐 겁니다. '관점'을 가진다는 것은 역사에서도 중요한 관점이겠죠. 이 책의 저자 사토 마사루는 세계사의 흐름을 꿰뚫기 위해 '아날로지'를 강조하고 아날로지라는 도구를 통해 국제를 독해합니다. 여기서 아닐로지는 서로 다른 사건들을 연결해서 유사성을 찾고, 그 유사성 사이의 행간을 파악하여 교훈을 유추해내는 사토 마사루의 생각도구입니다. 단점은 정보가 발생 시점과는 관계없이 모두 현재화된다는 점입니다. 명확하게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이고요. 책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공교육 우등생이 독학을 통해 깨달은 것을 너무 자랑스럽게 진열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일본의 제국주의 이야기를 하면서 오키나와를 슬쩍 밀어 넣고 시치미 떼는 대는 '아날로지'적 ..
르 귄과 하인라인을 사랑하는 소녀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녀는 사악한 마녀인 어머니의 음모를 저지하다가 쌍둥이 자매를 잃었으며, 자신도 불구의 몸이 된 영웅인데요. ㅎ 그렇습니다. 조 월튼의 장편소설 는 톨킨의 중간계 마법의 계보를 이어온 근대 영국 마법을 기초로 궁극에는 젤라즈니의 패턴을 깨닫게 되는 작은 마녀 모리의 입을 통해 온갖가지 20세기 SF소설의 평을 시도하고 있는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 때문에 당신이 20세기에 출간된 SF소설의 팬이 아니라면 살짝 우스꽝스러운 성장소설로 읽힐 수 있습니다. 저는. 그녀의 취향 대부분에 동의합니다. 르 귄과 하인라인은 너무 좋고요. C.S. 루이스는 평범하고, 톨킨은 위대합니다. 실마릴리온은 별로지만요. 젤라즈니는 멋있지만, 가끔 질..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공직자부패방지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의 책입니다. 2004년부터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경험한 사건 중 10가지 사건의 판결 의미와 논쟁거리를 되돌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감상은. 우리 법원이 놀고 있는 것은 아니며 내 의견과 다른 판결이라고 해서 간단히 무시하기에는 여러 관점에서 두루 살펴 본 대법관의 노고가 '있다'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이 책을 살펴봄으로써 첨예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다수의견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이 진보적일 수는 없겠죠. 보통의 경우 사회가 바뀌고 나서 법이 바뀔 겁니다. 조금 앞으로 나아가고 가끔은 후퇴하지만 아직은 착실하게 앞으로 향해 있는 대한민국의 변화를 대법원 판결로 확인하는 것이지요. 긍정적인가요? ..
장자의 천균(天均)이 어슐러 K. 르귄 여사 손에서 the lathe of heaven으로 번역되었고, 한국어로 옮겨오며 '하늘의 물레'가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오역인지… 주인공 오르는 꿈을 꿉니다. 유효한 꿈. 그러니까 현실을 개변하는 꿈입니다. 어딘가에서 죽어가던 순간에 꾼 꿈속의 오르가 또 다른 꿈을 꾸고, 그 꿈 속의 오르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죠. 호접지몽. 장자의 나비를 따라가는 이야기는 여러번 보았지만 이 정도의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르귄여사를 좋아하지만 살짝 지겨워지려 했는데, 역시! 엄지 척입니다. 참, 이 이야기는 SF와 판타지를 모두 쓴다는 점에서 카운터 파트인 로저 젤라즈니의 '형성하는 자'를 연상시킵니다. 북유럽신화와 장자라는 점은 다르지만 꿈의 전능감과 그 ..
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의 이름을 보고 샀는데 엘리자베스 웨흘링의 책 같습니다. 그런거죠. 유명교수님과 공저자의 책이라면 안 유명한 공저자의 책이라고 생각하는게 맞겠죠. 그런겁니다. 이후 관점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상대방의 언어를 쓰지마!" 이고, 부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적인 것을 앞에 두라. 주장하는 가치를 큰소리로 반복해 말하라. 사실은 정직하게 사용하고, 사실과 정책을 가치에 명확하게 연결하라. 가치는 사실이나 숫자보다 강하다. 그리고 반복. 참고 : 인지과학에서는 낱말이 단순할 때 가장 강력해진다고 합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이러한 낱말은 기본층위라고 한다더군요. 기본층위 낱말은 우리 마음 속에 영상을 활성화 시키는데 예를 들어 의자는 어떤 의자를 연상 시키지만 더 상위 낱..
현대문학에서 나온 세계문학 단편선 18 입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도 좋지만, 사실 이라는 아름다운 책을 쓰기도 했지요. 제게 레이 브래드버리의 이미지는 어두운 갈색에서 노랑색 사이에 글을 쓰는 작가로 잡혀 있습니다. 총 3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요. 게중에는 다른 단편집이나 장편으로 묶여 나온 작품도 있어서 이미 읽어 본 글도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그런거죠. 로켓과 꿈, 고됨. 그리고 지난간 희망. 그래도 희망은 희망이고, 등대를 찾아 구애하는 괴물과 가짜 로켓을 타고 다녀온 진짜 화성여행. 여름이 들어 있는 테니스화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ㅎ 레이 브래드버리 -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현대문학
친구들에게 '아는 형'이라 놀림받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야기는 정세랑작가가 환상문학 웹진 겨울에 발표한 단편 (2010)의 확장판입니다. 모니터로 소설 읽는게 힘든 저는 아마도 거울의 단편선집이나 혹은 다른 지면을 통해 읽었던 것 같습니다. 찾아보기 귀찮으니 어느 지면이였는지는 넘어가기로 하고요. 언젠가 읽은 배명훈의 트위터에는 소설을 안 읽는 사람을 위한 장르소설은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를 위한 쉬운 장르소설은 힘들 것 같다는 취지의 트윗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맞습니다. 귀신은 나오지만 호러는 아닌 이 귀여운 소설에서도 가장 평범한 에피소드를 찾아내는게 일반인 독자 입니다. 결국 덕분에 창비의 팟케스트를 끊을 수 있었지만요. 흐 작가로써 정세랑의 장점은 특별한 상황..
조화의 지혜로 현명현명한 여인들의 이상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남자의 폭력성이 더 극명하게 여자들이 처한 현실을 드러냅니다. 게다가 더 나쁜것은 그 남자들이 그리 나쁜사람이 아니라는거죠. 그래서 남자들도 구조의 피해자라고요? 하하 그렇게 염치 없지는 않습니다. 체체파리의비법 우주 부동산업자의 생물학적구제법 때문에 인류는 폭망합니다. 지구는 좋은 땅입니다. 인류를 폭망으로 이끄는 약한 고리는 남성의 성적 폭력성이고요. 원죄 같은겁니다. 접속된 소녀 예전에 판타스틱이라는 SF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는 단편입니다. 그때는 사이버 로맨스물이였는데, 지금은 좀 다르게 읽혔습니다. 멋진 신세계이더군요. 특히 유사경험을 기반으로한 미래세계의 광고는 대단했습니다. SNS 발전 덕분에 작가의 탁월함을 느끼게 되는군요. 인간은..
사이파이의 세계가 전하는 공포, 스릴러 그리고 경이의 순간과 반전의 미학! 당신이 생각하는 단편의 매력과 그 이상의 즐거움이 기다린다!! 라고 책표지에 박아 넣다니… 몸서리쳐지게 촌스럽습니다. 그래도 책이 내용이지 표지인가요?(가끔 표지보고 사기도 합니다만) 한국의 장르작가 8명의 단편 8편과 일본작가의 단편 한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조커가 사는 집-김상현 표제작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취향이 좀 '고증실패' 같은 느낌입니다. 설정된 나이에 비해 너무 오래되었거나, 혹은 연습생 팬질하지 않고는 몰랐을 아이돌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옥상으로 가는 길-황태환 좀비물입니다. 사건의 재구성-이재인 추리물이여야 할텐데… 그냥 가상현실 소개 장군은 울지 않는다-백상준 ㅋㅋㅋ 근엄한 표정으로 쪼잔하게 쪼인트를 까는 ..
시작은 천관율기자의 : '견고한 남부'와 '위대한 호남' 때문이였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죠. 하긴 김욱의 은 별다른 계기가 없다면 읽기 힘든 책이기는 합니다. 그 계기는 아래와 같은 질문이죠. "호남의 진짜 정서는 뭘까?" 사실 어느 지역의 진짜 정서라는 것 자체가 딱! 이것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지금 알게 된것이 나중에 알게될 사실과 같을리도 없는 뜬구름 같은 것이라 애써 알아본들 에너지만 소비하는 일 같습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궁금한 것을… 우선 은 호남권 50대 지식인의 생각입니다. 호남 전체의 생각이라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어떤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진행된 연구도 아닙니다. 다만 저자가 본인..
황금가지 출판사의 제1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당선작입니다.1회라고 했으니 다음 회도 있을 것 같지만 세상일이란 모르죠. 장르소설 팬의 멘탈은 언제나 최악을 상상한답니다. 1회만이라도 당선작이 있고, 이렇게 빨리 출간된 것만도 기쁜일이죠. 장르소설 팬의 멘탈은 긍정적이기도 하죠. ㅋㅋ 내용은 옛애인을 찾아 다시 시작해 보려는 중년 이혼남의 시간여행 모험담입니다. 단번에 읽었습니다.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반성했습니다. 제1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하며 생각해 본 것이 있었습니다.양자 어쩌구하는 장치를 통해 과거나 미래를 엿보게 된 주인공이 출근할 때와는 다른 신분으로 퇴근하는 이야기였죠. 포인트는 주인공이 자신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것이였고요. 시간을 엿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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