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보수화된 시민 32명을 심층 인터뷰한 박사학위 논문을 발전시킨 책입니다. 결국 나름 객관적인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논문 기본이잖아요. 일단 개인적인 인상평이 아닌 신뢰할만한 자료라고 생각하고 읽어보면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객관적인 경제지표와 정책성과들을 살피면 그다지 무능하지않았던 진보가 어쩌다 무능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보수는 유능하다 믿어지는가?"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말수가 적지만 묵묵하게 자기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을 모범적인 대상으로 판단한다. 박원순 시장이 강남3구에서도 선전한 이유도 그렇다. -종북 담론은 단순한 반공담론이 아니다. '진보는 유약하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요인이며 '유약함=무능'과 관련이 깊다. -서민층이 진보정당을 외면하게 된 것은 진보..
왕과 군대, 영주와 신하의 역사에서 평민, 도공, 상인 삶을 궁금해 하더니 이번엔 '빅히스토리'입니다. 큰 질문과 독자의 교양력을 2포인트 쯤 올리는 통찰. 재미있지만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믿음으로 꽤 인기를 끄는 책인가 봅니다.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식물을 멸종시킨 연쇄학살자이며서 밀과 쌀의 노예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는 잡식성 유인원입니다. 수렵채취인보다 더 열악한 농부의 삶은 어쩌면 개~구라를 구체화하기 위한 사원을 짓기위해 벌판에 모인 노동자들의 식량공급을 위해서 인지 모르겠고요. 인간이 만든 모든 질서는 내적모순을 지니고 있고, 문화가 이런 모순을 중재하려고 끊임 없이 노력하는 과정이 변화의 불이라는군요. 그 중 최고는 돈인데 왜냐하면 종..
정치는 여자에게 맡기고, 의례화된 노래로 물리적인 폭력을 대신하는 인간사회를 지구인이 망칩니다. 헤인우주에 지구인이 등장하다니 웬일? 했더니 바로 구토를 유발하는군요. 지구인의 욕망은 더럽게 편협하고, 노골적으로 충실합니다. 지구인은 해충입니다. 해충은 배제되어야 하고, 배제는 폭력을 부릅니다. 그리고 폭력은 살인을 잉태하지요. 한 번한 살인은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살인에 합당한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ㅜㅜ 참, 설정된 배경이 존 스칼지의 '작은 친구들의 행성'을 연상시킵니다. 숲, 털북숭이 원주민, 개발업자 등등. 하지만 진행은 완전히 다르군요. 살만한 시대의 SF는 디스토피아가 평범한 비전일 수 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긍정이 필요한 시대이니까요. 1970년대는 분명 살만한 시대..
한장의 사진. 19명의 젊은이. 그 중 한명은 박헌영이고, 나머지는 누구인가? 이렇게 시작된 추적은 20세기 초, 극동 아시아와 미국 땅을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기록이 됩니다. 현앨리스. 독립운동가 현승의 딸. 그리고 1955년 북한의 부수상 겸 외상이었던 박헌영을 북한이 미제의 고용간첩 및 공화국 전복 혐의로 숙청 할 때. 그 혐의를 확증하는 중요한 인적 증거로 활용되었던 여자. 그의 시대를 추적하는 것 만으로도 395쪽입니다. 상상으로 채워 넣은 가상 대화 한번 없이 순전히 기록에 쫓아 행적을 따라가는데만도요. 휴~ 1903년 선교를 목적으로 하와이로 떠난 현승 목사의 딸로 미국땅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이지만 서울에서 자라고, 독립운동가인 아버지를 따라 상하이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박헌영과 사회주의를 만났..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행정 결과에 따른 책임 있는 의사 결정권자를 찾을 수 없습니다. 권력은 보이지 않고, 이해는 상충하지만, 관계는 복잡한 사회. 푸코는 "어쩌면 오늘날 목표는 우리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무엇인가를 거부하는데 있다."고 했습니다. OO답게 행동하길 거부하는 저항. 상상할 수는 있는데, 방법은 모르겠는 어떤 저항. 이 책의 내용은 그런 저항보다는 문제의 본질. 즉 '정치적인 문제'를 시민성의 결핍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다양한 종류의 시민으로 구성하는 임파워 의지, 시민성 테크놀로지, 통치술에서 찾고 있습니다. 무관심, 무기력은 정치적인 문제의 원인도 결과도 아니라는군요. 민주주의 통치가 작동하려면 시민은 반드시 '구성'되어야 하며 임파워 의지의 정치적 효과를 ..
3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처음으로 신비한 소녀 요츠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는 아니라는 에피소드입니다. 가족이 있고, 그에 어울리는 배경도 있겠지요.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즈마 키요히코의 그림 선이 좀 변한 듯합니다. 조금 굵어졌다고 할까, 디테일이 조금 무뎌졌다고 할까... 뭐 그렇습니다. 기가 질리게 하는 그림 솜씨 자랑을 좀 자제하고 있습니다. 스토리에 어울리게 그림 연출을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전에는 스토리와 관계없이도 요츠바랑에서는 그림 솜씨 자랑을 했었는데 의외입니다. 나이 탓일까요? 아님, 다른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튼 "요츠바~ 다음엔 언제 올 거니?" 이렇게 끝낸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는 만화라 요츠바랑! 13 -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미쿡 시골에서 독일차 전문 정비소를 운영하는 인디언출신 여자 정비공의 이름이 메르세데스 톰슨입니다. 이게 얼마나 터무니 없는 설정인지 아시겠습니까? 존재자체가 판타지입니다. 파트리샤 브릭스의 문 콜드 3편은 이런 그녀가 요정보호구역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요정들은 강력한 존재들이고, 마법적입니다. 게다가 심술궂고 변덕스러우며 신뢰하기도 힘든 존재이지요. 그런 그들이지만 '덕후'에게는 쉽게 죽임을 당하는군요. 누가 뭐래도 양덕 아닙니까. 이길 수가 없죠. 참. 새무얼과 아담 사이에서 드디어 결판이 납니다. 결론은 아담이고요. 이후에도 4편 정도가 더 있다는데 늑대, 뱀파이어, 요정에 어장관리까지 끝냈는데 뭘 더 했을까요? 혹시 드라마나 나와야 더 번역 출간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아..
파트리샤 브릭스의 어번 판타지 '문 콜드'의 2번째 책입니다. 1권을 2010년에 읽었으니 무척 오래간만에 보는 머시 톰슨입니다. ^^)a 여주인공인 머시는 여전히 독립적이고, 더욱 강력해 졌더군요. 이번에는 흡혈귀 사회 내에서 발생한 말썽을 해결합니다. 사건 초기에는 남자들의 장식품 혹은 보조 정도였는데,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는 머시 톰슨입니다. 본인의 능력과 본인의 지혜로 자신 보다 몇배나 강력한 힘을 지닌 남자들을 구하고 그 보다 더 강력한 남성을 물리쳐 버리더군요. 뭐, 물론 하이틴 로맨스류의 밀당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거부할 수 없는 남성적 매력에 하염없이 빠져드는 것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다른 하이틴 로맨스 여자 주인공들과는 다릅니다. 적어도 2권까지 독립적입니다...
지구를 정복하러 온 외계 부동산 개발 회사의 부장님은 단신부임하면서 촉수괴물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지구를 지키는 5명의 마법소녀는 촉수괴물에 약합니다. 책의 크기는 '문고판' 표절과 문화권력, 출판의 미래, 울분, 분석과 전망, 마케팅, 현금흐름, 서점의 역활 등등에 고민하는 동안 '할말있는 중생'과 '읽을거리가 필요한 잉여'는 이렇게 책을 만들고, 유통하고 읽고, 버립니다. 출판의 희망이 아니라 다른겁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 만화 시장을 살려낸 것은 기존의 만화 출판업계가 아니라 다른 토양에서 자란 기술자와 이야기 소비자, 그리고 이야기 그림꾼들이었군요. 그런겁니다. 출판업계 여러분 힘내세요. 황혼입니다. 단신부임 부장님은 촉수 괴물을 기른다 - 카라차 지음/에픽로그
보기드문 중국 SF소설입니다. 그러나 띄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2015년 휴고상 수상작이라면 이건 보기드문 정도가 아니라 놀라운 중국SF인겁니다. 소설 삼체는 중국판 세티 프로그램인 '홍안'을 배경으로 문화대혁명, 인간 혐오, 그리고 삼체 세계를 이야기의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중 삼체 세계는 3개의 태양이 서로 공존하는 카오스로 외계이며 침략자입니다. 앞으로 이야기는 지구와 외계인의 생존 전쟁이 되겠지요. 삼체는 작가 류츠신의 '지구의 과거'연작의 1부인 것입니다. 2, 3부는 어찌될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서양의 SF가 미니멀(?)해지고, 한국의 SF는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의 모서리로 구겨들어갈 때. 중국은 이런게 처음이라는 듯.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는 듯. 우주와 인간, 존재와 도덕, 그리고..
서양이 상상하고, 이용해 온 전설의 땅 리스트. 평평한 지구와 대척지, 성서 속의 땅, 사제왕 요한의 나라, 피라미드, 아틀란티스와 뮤, 엘도라도, 울티마 툴레와 히페르보레아, 아발론, 알라무트, 코케인의 땅, 지구의 내부와 아가르타, 렌르샤토 등등 서양 사람들이 현실로 받아들였던 전설의 땅들에 대한 이런저런 주해와 인용구,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의 능청이 480쪽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의 양장본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보다는 생각 날 때 주섬주섬 읽어야 제맛인 책이지요. 읽는데 2달 정도 걸렸습니다.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들을 읽어 본 독자라면 들어 본 지명들과 그 지명의 출처들을 만나면서 이 할배의 평생 축적의 일부분들을 엿보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허구가 어떻게 현실..
다스베이더 경의 4살 아들 이야기와 쪼오금 세월이 지난 후 출간된 막 10대가 된 딸의 일상물입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명장면과 대사들을 적절히 활용한 상황들이 발군입니다. 특히 베이더 경의 대사들은 마치 베이더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것처럼 몰입감이 있습니다. (저만 그럴지도....) 한글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미묘하게 틀어지거나 말 맛이 떨어지고 이해도가 낮아지는 경우가 눈에 띕니다. 어쩔 수 없지요. 그러나 스타워즈 팬이라면 충분히 알아듯고 웃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변화이니, 당신이 스타워즈 팬이라면 '즐기세요.' 재미있습니다 ^^ 스타워즈 : 다스 베이더와 아들 - 제프리 브라운 글.그림, 임태현 옮김/시공사(만화) 스타워즈 : 베이더의 꼬마 공주님 - 제프리 브라운 글.그림, 임태현 옮김/..
'이번에는 미로다!' 띠지 카피 그대로 발터 뫼어스의 가 로 돌아왔습니다. 부흐하임 대화재 이후 이백 년. 의문의 편지를 받은 미텐메츠는 다시 한 번 부흐하임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며 책이 끝나죠. 그렇습니다. 18!, 이 책은 상권입니다. 하권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요. 책표지 어디에도 분권 표시가 없는데, 가장 흥미진진한 대목. 진짜 이야기의 시작에서 떡하니 이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분권 했습니다 라니! 이건 사기이고 충실한 독자에 대한 배신입니다! 쓰레기에 담아 먹는 커피. 위대한 고전의 냄새 맡기와 읽기라는 여유의 시대를 뒤로하고 이미지의 시대가 되어 버린 현대 차모니아의 풍경. 영화, 영화, 영화, 그리고 4D 영화. 기타 등등 따위의 놀라움 보다 옮긴이의 뜨거운..
필립 K. 딕의 파편들은 다양하고 모호한, 흥미와 권태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한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실린 20편의 단편들은 PKD가 우리에게 상상하도록 만든 여러 이미지들의 원류이자, '현대적인'이라고 불리는 것들의 꾸러미입니다. 위브는 그 너머에 머문다. 신체를 강탈할 수 있는 외계인 등장. 수호자 부도덕한 인간을 보호하며 지구를 재생하고 있는 선량한 로봇문명에 대한 이야기. 후일 이라는 장편의 기초가 되었다는데, 확인하지 못했음. 두 번째 변종 영화 의 원전이며, PKD가 쓴 단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아닐까 함. 대부분의 PKD원작의 영화들이 PKD완 무관한 그들의 작품인데 비해서 는 비교적 충실했던 것으로 기억. 콜로니 인간을 적대시하는 사물. 페이첵 이것도 영화로 만들어졌었..
역기를 드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울 경우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역기의 무게를 줄이거나, 역기 드는 것을 그만 두는 것이죠. 그러나 21세기 초. 회복력 훈련, 마음챙김, 인지 행동 치료 전문가들은 다르게 조언합니다. 고통에 대한 관심을 줄이라는 것이죠. ㅎ 왜 그러는걸까요? 그 이유를 가르쳐 주겠다는게 저자의 집필 이유입니다. 우선 자본과 정부는 우리에게 어떻게 행복을 팔아 왔는가에 대해 역사적인 고찰이 따라 옵니다. 꽤 오랜 역사가 있더군요. 그래도 우선 벤담의 공리주의부터 시작은 합니다. 이후 자본은 여러각도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노동자의 심신과 소비자의 의도를 조종하기 위해 노력했더군요. 모든 것의 척도를 화폐로 삼고 있는 자본은 '지불용의 조사법'이라는 기법을 이용하여 1,000여 마일에 달하는..
살레인 해리스의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를 처음 접한건 판타스틱이라는잡지였습니다. 당시에는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시리즈가 유행할 때였죠. 처음 이 이야기의 느낌은 '나른'하고 여주인공은 벨라에 비해 훨씬 독립적이며 뱀파이어들은 사회적이였습니다. 남부라니 어쩐지 뱀피에게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러다 세월이 흘러 살레인 해리스의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는 재정가 도서가 되었고, 가격이 싸진 김에 한권 사게되었습니다. 새로 읽은, 아니 제대로 읽게된 는 처음의 느낌과는 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트와일라잇보다는 타겟 연령대가 좀 더 높고, 그걸 위해서라면 설정도 제멋대로 고칠 수 있는 편리한 소설이였습니다. 섹스를 할수 있는 뱀파이어라니… "이런!"입니다. 차라리 쪽이 '충실'하달 까요. 적어도 장르로서는요..
리베카 솔닛이 블로그와 이런저런 매체에 발표한 9편의 에세이입니다. 그녀가 만든말은 아니지만 맨스플레인의 첫고발이였다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시작으로 가해자를 이해해 달라는 남성폭력의 정치. 스트로스깐의 환상과 현실. 평등결혼라는단어에 담긴 파괴력은 동성결혼의 대체어 정도가 아니라는 사실. 할머니, 버지니아 울프, 그리고 카산드라.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변화. 비록 점진적이지만 의미있는 싸움들의 이야기입니다. 모르는건 대부분 죄가 아니지만 젠더문제에서만은'무지'는 죄입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창비 가웨인과 마녀 이야기 아서왕이 포로로 잡혔는데. 적국의 왕은 아서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수수께끼를 냅니다. 그것은 '여자가 진정으로 원하는것..
어느새- 꾸준히 토성맨션은 출간되고 있었습니다. 세미콜론, 감사합니다. 뭐든 시리즈물을 완결까지 내주는 출판사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충분히... 그건 그렇고, 토성맨션의 미덕은 일상입니다. 헬조선에 살아도 우리의 생활은 언제나 성실하듯이 궤도링에 살아도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꾸준하게 성실합니다. 어떤 극적인 사건도 결국은 일상으로 이어지고, 사회 시스템의 구심력은 "그후로도 오랫동안"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인생이란 게임오버 이후에도 이어지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살아지는게 사람이고요. ㅎ 토상맨션 최대의 사건인 지상강하 후 링으로의 복귀 방법은 이런쪽 장르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맥 빠져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요. 스포일링은 여기까지 입니다만 토성맨션을 읽은 분이시라면 그..
마일즈의 나이 30살. 그레고르 황제는 약혼을, 사이먼 아저씨는 은퇴를 합니다. 약혼과 은퇴라… 그래요 이제 세대가 바뀝니다. 전작인 의 마무리이기도 하고요. 죽음으로 통합된 2개의 영혼 중 어떤쪽이 마일즈인지는 확실합니다. 덕분에 엘리 퀸을 떠나보내지만 그게 인생이죠. 성장한다는 것은 성장한다는 겁니다. 그점에 있어서 부졸드 여사의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가볍지만 자신있게, 조심스럽지만 확실하게 성장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좋은 소설이에요. 르귄여사의 좀 젠채하는 우아함도 좋지만 아이에게 권하기는 보르코시건 시리즈가 더 좋겠습니다. 아~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시리즈. 마일즈 보르코시건 : 메모리 -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이지연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
Trolley는 노면전차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트롤리학이라고하면 전차학이로군요. 그렇다고 전차 제작 기술이나 운전 기술을 다루는 학문은 아니고요. 전차를 소재로 이런 저런 사고 실험을 하는 윤리학의 하위분야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죠. '다섯 사람이 철로에 꽁꽁 묶여 있고 제동장치가 고장 난 폭주 전차가 돌진해 오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 옆엔 선로 조종기 있고요. 자~ 그런데 선로 조종기를 돌려 기차를 지선으로 보내려는 찰나 뚱뚱한 남자가 지선의 선로에 묶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다섯 사람을 살리기 위해 전차의 진로를 바꾸면 그 뚱보는 죽게 됩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것인가요?' 이 사고실험은 꽤 많은 변종이 존재하고 그만큼 많은 질문을 하고 있지요.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답은..
레프 톨스토이. 많이 들어 본 이름이지만 사실 읽어보지는 않는 작가. 그런데 왠지 알고 있는 척해야만 할 것 같은 작가. 그 톨스토이를 읽었습니다. 제일 짧은 것으로 첫번째로 당신이 톨스토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지만 전쟁과 평화를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권하고 싶습니다. 짧지만 그가 왜 대가인지, 어째서 그리도 오래동안 읽히는 작가인지 알 수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상수를 대하는 사람의 기본값은 변함이 없다는 걸 알려주더군요. 출생과 성장. 사랑, 결혼. 출세. 어느 것 하나 열심히 안한 것이 없으나 무엇하나 얻은 것 없이 죽게되는 남자의 이야기가 130년이 돼가는 지금도 심금을 울립니다. 특히 점점 소원해져가는 부부관계와 그만큼씩 일에 몰두하는 이반의 모습은 지금 서울하늘 아래에서도 흔하디 흔한 일..
김보영 작가는 참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책을 사면 부록으로 피망과 아삭이를 팔더니, 이번엔 프로포즈용 SF소설이랍니다. 게다가 이게 실화라는군요. 정말로 이 소설을 낭독하는 것으로 프로포즈를 한 사람이 있답니다. ㅎㅎㅎ 프로포즈를 위해 작가에게 소설을 의뢰하다니 이분 진짜 멋진 분입니다. 아무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SF소설의 새로운 성과입니다. 미쿡과 일본의 흉내도 아니고, 한국적이라는 것에 대한 강박도 없고, 덕덕한 오마쥬도, 마이너의 자부심과 자의식도 없이 온전히, 순수하게, 소설입니다. 드문 성과죠. 심히 보기에 아름답습니다. 우라시마효과를 배경으로 남자는 떠돌며 여자를 기다리고, 여자는 정주하며 남자를 기다립니다. 하루에 하루씩, 한달에 한달씩, 한해에 한살씩 서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괴수는 비일상입니다. 괴수 이야기는 비일상이 일상처럼 펼쳐지는 구라이거나, 일상이 일상적으로 그 괴물성을 드러내는 허구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괴수의 죽음으로 끝이나죠. 작가가 괴수를 안 죽이고 끝내겠다 결심하는 순간! 이야기의 결론은 미궁이 되어버리니까요. 여기 거대괴수로 이어진 6개의 미궁이 출간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거대 괴수 앤솔로지'. 개미집(류호성) : 가장 괴수물 다운 괴수물입니다. 제목과 마무리에 개미집은 사족인 듯하고요. 할망의 귀환(전혜진) : 제주, 역사, 상처, 현재 그리고 신화가 어우러진 단편입니다. 말린다고 말려지는 신도 신기하지만 말린 사람은 더 신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Who's Monster(SAE) : 누가 괴물이긴요. 니가 괴물이지요. 흔한 일상..
부제는 시오리코 씨와 운명의 수레바퀴. 선대로부터 이어지는 인연의 실타래들이 시오리코와 다이스케 주위로 풀려갑니다. 정의로운 고서탐정 할아버지와 냉혹한 희귀본 수집가 외할아버지(추정). 다자이 오사무가 좋아 다자이 오사무를 닮은 불우한 연구가와 그의 연약한 가계는 3권의 희귀본을 매개로 얽히고설킵니다. 두사람의 연애는 운명인가 봅니다. 헐~ 안 그래도 되는데 말이죠. ㅜㅜ 1권의 사건이 6권으로 이어집니다. 후기에 작가가 다음 권이나 그다음 권에 비블리아 시리즈는 막을 내린다는 것을 보니 다음 권은 전/후편 2권으로 나올 확율이 높습니다. 드디어 엄마 등장인가요? ^^ 참, 달려라 메로스가 다자이 오사무였다니 충격입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
2014년 4월16일. 초인을 꿈꿨습니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 배를 번쩍 들어 올리면 배에 찼던 물이 막 떨어지며 물보라가 일었겠지요. 요란한 쇠찌그러지는 소리도 그때는 참 아름답게 들렸을 것입니다. 그래요. 때론 초인을 꿈꿉니다.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요. 한국의 장르소설 작가 9명이 초인이라는 주제로 9편의 단편을 쓰고 묶었습니다. 개중에는 장편의 일부분이거나 프로토타입인 것도 있고, 주문배수도 있습니다. 질문과 농담, 풍자와 헛발질이 난무하는 9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산-존재의 비용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며 가격은 가치에 비례합니다. 큰힘에는 큰댓가라 따르는 법이죠. 대차대조표를 맞춘건 사기 같지만 영웅의 삶과 영웅의 힘을 교환한 것은 재미있는 질문이였습니다. dcdc-월간영웅홍양전 이 ..
마일즈가 돌아왔습니다. 2014년 연말, 박스세트를 팔길래 '아~ 이제 끝이로구나."했었습니다. 시리즈물의 끝은 박스세트이다 보니 결국 전권 출간은 물 건너갔나 생각했죠. 매출이 안 나오면 어쩔 수 없죠. 뭐,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와우~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중에서도 중요한 터닝 포인트인 가 출간되었군요. 기쁜 일입니다. ^^ 마일즈 최대의 위기 캐릭터 서커스에서 스페이스 오페라가 성취할 수 있는 최대치를 노리고 질주합니다. 읽는 내내 뒤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좀 소심해서 조마조마한 걸 잘 참지 못하거든요. 주인공은 무탈하여질게 뻔한데도 페이지를 넘겨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이 불끈뿔끈입니다. 마일즈가 총에 맞거든요. 주인공이 죽을 일이야 없겠지 싶은 대목에서 마일즈의 냉동된 ..
도서정가제의 여파로 책을 고를 때 좀 더 신중해졌습니다. 아무래도 그렇쵸. 신중에 신중. 신중을 기해서... 책 제목을 보고 질렀습니다. 멋진 제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재버튼을 클릭하고 배송을 받을 때까지지 기대에 기대를 거듭했죠. ^^;;; 책 내용은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뛰어 넘지도 못했습니다. 라스코 벽화의 어두운 벽을 밝히던 등잔불부터 시작해서 어두운 거리의 시대를 지나 공공의 불빛인 가스 가로등을 거쳐 전기의 시대까지. 인간이 사랑하는 빛의 역사를 따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진행 됩니다. 어두운 동굴, 침침한 집안에서 등불은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는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어둠을 물리치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불빛 아래에 사람들은 모여 등뒤의 어둠을 잊은척 했겠지요. 그렇게 과거의 빛은 ..
열정페이가 관행일 수 있었던 것은 현재의 무보수가 미래의 수익이라는 전망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이 땅에서 열정페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절망은 현재의 수익만을 요구하기 때문이겠죠.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은 88만원 세대 이후 유행을 탄 세대론의 완결판입니다. 이제 젊은이에 대한 동정도, 질타도, 희망 고문도 끝낼 때가 되긴 되었지요. 대의 없는 세상에서 (만약 그런 단일 세대가 있다면) 젊은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이유는 가까운 세계, 자기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세계를 침범 당했을 때 뿐이랍니다. 문제이자 다행인 점은 우리가 사는 사회는 심각하게 침범 당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절망적이기도 하지요. 절망했기에 일상을 소소한 행복으로 채울 수 있는 젊은이들의 문제는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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