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논객 한윤형하면 똑똑한 젊은이, 의식있는 20대가 떠오릅니다. 이곳저곳에서 접했던 그의 글이 그렇고, 여기저기서 인용된 그의 견해에 대한 의견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의 글은 소비했으나 그의 저작을 사보기는 처음이로군요. 일단은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의 뽐뿌질과 선배의 책자랑질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하필 그날 그때 충동구매라는 형식으로 만나고 말았습니다. 한윤형의 20대를 마감하는 잉여탐구생활 요약 정리본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입니다. 의미불명의 사진들과 흰색 반팔티를 입은 남자의 실루엣. 그리고 레터링체를 흉내내기 위해 기존의 문화방송체를 조금 손본 폰트가 어우러져. '과연 청춘을 형상화하는 것이란 이리도 어려운일이로구나~'를 실감시키는 표지 디자인부터 난감한 이 책의 내용은 이 시대에 청..
나오미 노빅의 테메레를 시리즈 7권은 황금의 나라 잉카입니다. 스페인의 침략을 물리친 역사상 존재했던 잉카제국 보다 더 크고 강력한 잉카가 배경이로군요. 나폴레옹의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이번엔 남아메리카까지 날아와서 잉카와 동맹을 맺고, 브라질의 포르트갈 섭정왕자를 핍박합니다. 이렇게 계속 밀리다가는 20세기에는 유럽은 프랑스 단일제국의 영토이고, 대영제국의 영광은 오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대체역사 소설이라지만 이젠 너무 멀리가버린 평행우주로군요. 헐~ 기본설정으로 전제되어 있는 용과 승무원의 관계를 비틀어서 각 대륙마다 조금씩 다른 사회특징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약간은 대등한 관계처럼 보이는 중국과 인간 위주의 유럽. 용을 조상의 환생이라고 믿는 아프리카에 이어서 잉카에서는 ..
제목 그대로 맥스 브룩스의 의 외전입니다. 짧은 에피소드들이 모여 거대한 전쟁의 총체적인 인상을 구성하는 전작 에 포함되지 못한 아이디어와 편집된 에피소드들을 모아서 출간한 책입니다. 전작의 성공이 없었다면 절대 세상에 나올 책이 아니지요. 하긴, 모든 외전이 본전이 본전이상을 건졌을 때. 가외 수입을 위해 태어나는 보너스 트랙 같은 것이니, 딱히 할말은 없습니다. 오히려 아쉬움을 달래준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작가와 출판사는 돈을 벌고, 독자는 허기를 채웁니다. 여기서 쟁점은 은 과연 독자의 허기를 얼마만큼 채워줄 수 있느냐인데요. 이게 좀 애매합니다. 총 4개의 에피소드 140페이지 짜리 이 책은 가격도 착한편이라 4,500원입니다. 요즘 왠만한 책값을 생각한다면 가볍게 사서 읽어볼만 합니다. 물론 를 ..
이 책의 타겟은 비건입니다. 비건(vegan)이란 다양한 이유로 인해 동물성 제품의 섭취는 물론, 동물성 제품을 사용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채식주의자들은 육식만을 피하지만, 비건은 유제품, 계란, 가죽제품, 양모, 오리털, 동물 화학 실험을 하는 제품도 피하는 보다 적극적인 개념의 채식주의라 할 수 있지요. 저자는 비건으로써의 생활을 접고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도 The Vegetarian Myth이지요. 아무래도 한국어 제목이 더 자극적입니다. 책의 의도는 원제에 더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마는 한국시장을 고려한 편집자의 선택이겠지요. 아무튼 이 책을 읽기전에는 약간의 사전 지식이 필요합니다. 우선 극단적인 채식주의를 알고 있어야 하고요. 산업형 축산의 잔인함에 대해서도 ..
건담프라모델(이하 건프라)에 '이즘'식이나 붙이다니 거창합니다. 하긴 거창할만하죠. 이만한 브랜드가 어디 쉬운일이겠습니까? 30년이 넘는 세월을 십수개의 스토리로 이어 온 당당한 현역인데요. ^^a MG 건프라이즘은 반다이의 건프라 카테고리 중 마스터 그레이드(MG)의 개발사입니다. 95년 7월 최초의 MG RX-78-2 출시 되었으니 어느덧 18년의 세월이 지나버렸군요. 80년대 초, 라이센스였는지 해적판이였는지 모를 건담을 만들어 보고는 15년만에 다시 잡은 프라모델이 바로 최초의 MG RX-78이였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일단 책소개를 하자면, 보통의 건담관련 서적들이 화보나 설정 자료집. 혹은 건프라 제작기법에 관한 책이라면 MG 건프라이즘은 반다이 하비사업부의 건프라 개발사이자 브랜드 철학을 엿..
몇년 전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처음 접했을 때, 첫 인상은 후기 고도 서비스정보화 사회의 잉여물이였습니다. 300쪽짜리 잉여물은 슬쩍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누군가 세계대전Z는 꽤 괜찮다는 얘기를 했고, 브래드 피트 주연으로 영화화까지 된다고 하더군요. 그때도 좀비라는게 낮이고 밤이고 단체로 몰려다니며 우~ 우~거리는 골빈 보수파 군중을 놀려 먹기위한 유치한 장난쯤으로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읽는 것을 조금 미룬다고 크게 아쉬울것 없었지요. 그런데, 후회되네요. 진작 읽었야 하는데 말이죠. 는 좀비와 인간 사이의 전쟁이 대충 마무리된 단계에서 작성된 UN전후 보고서의 후일담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좀비전쟁이라는 아포칼립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이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이름입니까? 게다가 레닌에 지젝이니... 흥미가 아니 동할 수 없죠. 뭐 책 두께를 보니 '죽었구나~'라는 생각이 안 떠오른 것은 아니지만 혼란의 시대를 사는 처지를 생각하면 한번쯤, 아니 두번쯤 뒤돌아보고, 옛기억이 아니라 옛감정을 다시 불러 일으킬 필요도 있겠다 싶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예상했던 그대로 X나 오래걸리고, 18. 어렵습니다. 이 책의 전반부 250페이지 가량은 레닌의 글입니다. 문 앞에 다가온 혁명의 순간에 쓴 레닌의 글들은 여전히 뜨겁고, 단호하며 끓어 오릅니다. 그리고 쉽죠. 혁명가의 글은 당장의 정세와 주장. 행동의 촉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방구석에 앉아 모니터를 통해 천리를 내다보는 앉은뱅이 전략가들의 세상과는 다른 시..
애니를 뭘 완본에 해독까지라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아마 반드시 계시겠죠. 그러나 각자의 삶에 닥친 임팩트는 모두 다르고, 90년대 초 대한민국의 청소년 중 많은 사람들이 서태지를 청춘의 기둥으로 삼았듯이 95년 첫 TV방영을 시작한 에반게리온 역시 일본의 청소년들에게 방향없는 질풍의 지향이자, 노도의 방파제 구실을 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아직도 신극장판에 열광하고, 이런 독본이 천연덕스럽게 출간되고는 하는 것이겠지요. 여러모로 인생의 스탭을 남들보다 뒤늦게 밟아가는 저로써도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젊은이들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에바의 영향은 꽤 큰것이였고, '이것 참, 어쩔 수가 없군.' (-.-;;)a 하면서 어느새 이 책을 집어들고 있더군요. 그다지 싼가격도 아닌데 말입니다. (많이 팔릴리 ..
작은 친구들의 행성 -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노인의 전쟁'의 존 스칼지의 신작입니다. 2011년 작품으로 H. 빔 파이퍼가 쓴 1962년 휴고상 후보작 의 리부트 작품입니다. 리메이크가 아니고요. 리메이크와 리부트의 차이는 작품의 줄거리와 사건들을 다루는 작가의 자유도 차이입니다. 영화에서는 특히 만화 원작의 히어로물에서는 자주 써 먹는 방법인데 이번엔 소설이로군요. 원시행성의 자원개발을 독점하고 있는 갤럭시적인 기업집단과 원주생명체인 보송이 사이에서 곡예를 부리는 전직 변호사의 법정 서커스는 결말이고요. 본 내용은 이제는 잊은듯한 시원시원한 스페이스 어드벤쳐입니다. 존 스칼지는 마치 우리가 아직도 아폴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처럼 낙관적이고 풍요로우며, 믿음직한 미래를 제시..
프라하의 묘지 1 -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이게 몇년만인가요? 움베르토 에코가 소설가로 돌아 왔습니다. 위 발언,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덧붙이자면... 전작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이나 '바우돌리노', '전날의 섬'은 소설의 탈을 쓴 움베르트교수님의 이론서이지 결코 재미진 구라는 아니였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결론은 '푸코의 진자'이후 작가 움베르트 에코가 선보이는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겁니다. '프라하의 묘지'는. 그렇다고 쉽다는 얘기는 아니지만요. 하하하 (-,.- ;)a '프라하의 묘지'의 주인공은 시모네 시모니니입니다. 허구의 인물이고요. 주인공 이외의 인물은 실존 인물이라는군요. 물론 사건도 실재 사건들입니다.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수많은 명사들과 거렁뱅이..
신들의 사회 -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가끔은 번역서의 제목이 원제보다 더 멋있을 때가 있습니다.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도 그 중 하나이지요. 빛의 왕이라는 원제를 그대로 사용했다면 책의 내용은 변화가 없겠지만 향기는 반으로 줄었을 것입니다. 멋진 제목입니다. '신들의 사회' 그건 그렇고, 제 나이 만큼이나 오래된 이책을 다시 읽으며 역시 좋은책은 시간이 지난만큼 더 많은 것이 보인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내용이야 여전히 힌두신들의 투쟁사이지만 신 하나하나의 개성과 사연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으며, 특히 2장은 멋진 불교SF입니다. 모든 것이 처음 읽었던 20년 전보다 반짝거립니다. 종이는 훠얼씬 누래졌는데도요. 또 한가지. 과거에 강대한 힘을 가졌던 사내의 몰락과 부..
국내 유일의 단편 중심의 환상문학 웹진 거울의 2010년 결과물 묘생만경입니다. 이런 자그만 틈바구니가 너무 좋습니다. 척박하다는 말을 꺼내기도 지겨운 한국의 장르문학 판에서 가끔 만나는 거울의 중단편선은 장르문학의 팬이로써 그저 반갑고 대견합니다. 그래도 호불호는 있어서 22편의 작품들이 모두 사랑스러운 것은 아닙니다.제게도 취향은 있으니까요. 하하 우선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은 표제작 묘생만경이로군요.귀촌한 도시 중산층 가정의 안마당에서 벌어지는 가축들의 사랑과 복수의 드라마입니다.아내의 유혹보다 재미있군요. 어디에도 만만한 삶은 없습니다. 그밖에 직장인의 영원한 테마 승진의 비밀을 갈파한 승진과학혁명과 악마와의 두뇌싸움을 다룬 세 가지 소원을 이루는 법도 꽤 재미있습니다. 이주 산업 횡단 사령부 최..
불국사에서 만난 예수 - 최상한 지음/돌베개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의 역사는 18, 19세기부터 시작됩니다. 저자는 이 역사를 어떻게든 삼국시대까지 끌어 올리고자 노력하고요. 그러나 팩트는 부족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건 상상과 정황증거 뿐입니다. 뭔가 새로운 사실을 기대했다면 실망합니다. 의지가 역사를 규정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더군요. 제시한 증거가 설명하는 것보다 저자가 설명해야할 것들이 더 많은 이 책을 역사서로 분류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누군가 쓸지도 모르는 재미진 픽션의 레퍼런스 정도라면 오케이입니다. 그외의 용도라면 비추이고요. 제 자신부터가 정말 어렵게, 어렵게 읽었습니다. 결국 2012년에 시작해서 2013년에나 읽기를 끝냈군요.
2012년 마지막 주문, 2013년 첫 책. 박성환 작가의 입니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서 김지운 감독이 맡은 '천상의 피조물'의 원작이기도한 표제작 '레디메이드 보살'도 쫗치만 '관광지에서'는 다시 읽어도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좋은 단편입니다. 작가가 자비로 만들어서 http://foolsgarden.cafe24.com/bsf 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제 30권(01/07) 남아 있군요. 엄청난 초레어 아이템입니다. ^^ 레디메이드 보살처음부터 집착과 갈애 없이 스스로 정각의 상태로 조립된 것을 처음 깨달은 로봇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공두뇌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한 작품입니다 재와 이름지극히 불교 편향적인 무협단편입니다. 작가의 변에는 무협과 SF를 이어보려 했다지만 어디..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 아즈마 히로키 지음, 장이지 옮김, 선정우 감수/현실문화연구(현문서가) 저자인 아즈마 히로키는 일본에서는 서브컬처 비평가로 이름이 높은 사람인가 봅니다. 이라는 책이 꽤 유명한데, 전 이분을 소설 로만 접했군요. 소설가인 줄 알았는데 비평가랍니다. 비평가인 줄 알았는데 소설가와는 좀 다른 느낌이로군요. 전작인 의 후속편 성격이랍니다. 라이트노벨이라는 서브컬처를 중심으로 일본 문학의 포스트모던화를 논하고 있습니다. 데스터베이스 소비라는 개념은 신선하군요. 단순 감상평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정리해 볼 필요를 느낍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그리고 이 책으로 한가지 오해를 푼것이 일본이 그렇게나 게임과 애니 같은 서브컬처가 발달해 있고, 오덕의 고향이며 발상지인데 어째 독설 돋..
조이 이야기 -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샘터사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시리즈의 외전 입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노인의 전쟁 시리즈 마지막권인 을 시리즈 주인공인 존 페리와 제인 세이건의 양녀인 조이 부탱 페리의 시점에서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어쩐지 올슨 스콧 카드의 를 연상 시킵니다. 존 스칼지가 올슨 스콧 카드보다 약은 점은 완결된 이야기의 외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본시리즈에서 외전용으로 깔아 놓은 떡밥을 충실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로군요. 에서 남겨진 떡밥 중 가장 큰덩어리인 조이가 어떻게해서 콘클라베 내부의 권력투쟁을 종식시키고 콘수의 선물을 받아 올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펼쳐집니다. 덤으로 정치적인 그늘에 가려져 있던 식민지 내의 삶에 대해서도 조금 다루고 있고요...
상식의 역사 - 소피아 로젠펠드 지음, 정명진 옮김/부글북스 우리가 상식이라고 부르는 Common(공통) Sense(감각)의 역사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앎의 한 방법으로서의 상식과 너무나 변화가 심한 정치적 삶 사이의 연결에 맞춰져 있으며 '상식(공통감각)이라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어떤 경로로 (전문적 지식이 없는)보통 시민들이 정치적 판단에 동참하도록 자극해 왔는지를 살피고 있습니다. 귀족과 부르조아지(재산을 가진 사람)의 손에서 정치적 결정권의 일부라도 찾아 올 수 있었던 것은 엘리트주의에 맞선 인민주의. 즉 포퓰리즘의 성과이며 포퓰리즘의 기저에는 누구나 전문지식이 없이도 의심없이 동의 할 수 있는 공통감각(상식)이 존재한다는 아이디어가 깔려있다는 거죠.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레이건 시절까지. 꼼..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 장정일 지음/마티 이 글은 독후감에 대한 독후감입니다. ㅎㅎ 써 놓고 보니 포스트모던하군요. 1994년에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처음 출간되었으니 어느새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는 2011년 출간이니 또 다른 한권의 책이 나올때도 되었군요. 대단합니다. 일기라는 형식을 버린 후 장정일의 독서 시리즈는 '인용문으로 구성된 장정일의 주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초창기 일기라는 형식을 빌어서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기는 했었습니다마는 그 때의 글들이 장정일이라는 주인공의 일기를 통해 인용문으로 소설쓰기 같았다면 은 보다 직설적인 주장의 힘이 두드러집니다. 그의 주장을 살펴보면 천부인권은 없으며 "인권은 본래 정치적이다."(앤드류 클래펌)랍니다. 막스 베버와 최장집, 박상훈의 ..
SF 명예의 전당 3 : 유니버스 -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지음, 벤 보버 엮음, 최세진 외 옮김/오멜라스(웅진) SF명예의 전당 시리즈는 미국SF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의 추천과 투표로 만들어진 모음집입니다. 앞서 소개된 1,2권이 단편만을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번 3권은 그보다 긴 중편 및 경장편들 중에서 골랐군요. 참고로 미국SF작가협회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편, 중편, 장편의 구분과는 조금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작품의 길이에 따라 short story(단편), novelette(단편 또는 중편), novella(중편 또는 경장편), novel(장편)의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단어 수를 기준으로 하여 short story는 7,500단어 미만, novelette는 7,500~17..
위키드 1,2(합본) - /민음사 오즈의 서쪽에 살고 있는 사악한 마녀의 이야기 는 이상한 책입니다. 독립적이고, 똑똑하지만 외모는 꼴불견인 여자의 인생 실패담이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니?!! 아시다시피 는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1900년에 발표한 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1939년 주디 갈랜드 주연의 헐리우드 영화로 기억하지만 는 자신의 꿈을 드러내고, 믿으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힘을 이미 스스로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진짜 미국적인 첫 번째 동화'라고 일컬어지는 작품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저 멀리 무지개 넘어가 아니라 이미 내게 있다! 그것을 깨닫고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 이 얼마나 간편하고 교훈적이며 생명력있는 주장입니까? 굳이 ..
조선의 탐식가들 - 김정호 지음/따비 이 얼마나 매력적인 제목입니까?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지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시도때도 없이 섬세한 맛과 호화로운 음식을 추구하며, 게걸스럽게 많이 먹는 사람들을 추적할 것만 같은 제목. 기기묘묘한 음식과 희안한 식재료를 찾아 온갖가지 요상한 행동을 일삼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책을 펼친 것이 당연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자가 밝혔듯이 조선시대라는 것이 성리학을 기반으로한 사회이고, 글을 쓴다는 지식인들이 음식에 대한 탐욕을 꺼려하다보니 기록이 매우 적습니다. 결론은 조선 선비들의 음식 문화를 써 놓고 탐식가 이야기라고 우기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요. 생각보다 평범한 식단이랄지. 아무튼 그저 옛 어른들은 이런 음식을 즐겼구나라는 측면이 강합니다. 아마도 글쓴이 자신이 음식..
죽도 사무라이 6 -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애니북스 무사는 기본적으로 살인하는 사람입니다. 무사의 능력은 얼마나 사람을 잘 죽이느냐에 달렸습니다. 아무리 사무라이의 도를 외쳐도 사무라이가 계급이 아니라 무사라고 생각한다면 사무라이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또 자기 자신이 누군가의 손에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죽도 사무라이 6권에선 그간 등장하던 명문가의 애물단지. 일명 게 도련님. 미코시 다이자부로가 죽습니다. 평화의 시기에 무사가 되길 꿈꾸던 이 못난 남자가 겨우겨우 무사가 되어 사선에 서는 이야기. 이게 이번 6권의 내용입니다.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죽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 갈때야 비로소 명검 '쿠니후사'에 실린 혼령을 바라보게 된 바보무사 미코시 ..
제저벨 - 이영수(듀나) 지음/자음과모음(이룸) 듀나의 신간 은 픽스업 소설입니다. 픽스업 소설이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단편들이 유기적으로 묶여 장편의 모양새를 갖춘 소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반 보그트의 이나 레이 브래드베리의 같은 책들이 유명하지요. 아무튼 듀나의 은 작가가 창조한 링커우주가 배경입니다. 링커우주란 듀나의 다른 단편집 에 실린 표제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 소개되었던 개념입니다. 링커 바이러스로 통칭되는 일군의 우주 바이러스들이 자신과 숙주의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자신과 숙주와 새로운 환경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한 세계입니다. 쪼오금 풀어보자면 링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그곳이 어느 우주의 환경이든 그 환경에 적응할만한 생명체로 폭발적으로 진화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북스토리 첫인상은 "에에~엣 경우 이거?!?!" 입니다. 4번이나 영상화 되었다는 것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단촐한 이야기입니다. 극단적으로 압축하자면 '여고생이 라벤더향을 맡고 과거로 갔다.'입니다. 사건도 극적이지 않고, 환상특급으로 치자면 메인디쉬 사이에 끼여있는 간식 정도의 에피소드입니다. 65년 발표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것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러나. BUT! 시간여행과 여고생의 조합은 첫사랑, 추억, 간질거림과 융합하여 다른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나 봅니다. 1972년에는 TV드라마로도 만들어졌고, 1983년에도 영화화 되었습니다. 뭐 제가 본 2006년판 애니메이션 는 정확히 원전을 영상화한 것이 아니라 원작..
가짜 이야기 - 상 -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VOFAN 그림/파우스트박스 가짜 이야기 - 하 -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VOFAN 그림/파우스트박스 , 에 이은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 시리즈 후속작입니다. 내용은 주인공인 아라라기 코요미의 두 동생 이야기로 상권은 큰동생 카렌이 '벌'에 얽히는 이야기이고, 하권은 막내인 츠키히가 '피닉스'라는 괴이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작. 특히 에서 청소년기의 불안과 방황을 괴이, 즉 요괴에 얽히는 이야기로 풀어내서 재미를 본 니시오 이신이 그저 이야기에 도취되어서 자판이 흘러가는데로 써내려간 이야기라는 느낌입니다. 시리즈 첫 작품의 힘은 떨어지고 이야기만 쾌속질주랄까요. 특히나 정의는 상대적인 것이며, 정의의 아군이라고 자처하는 것이 결국은 정의..
히틀러의 딸 - 재키 프렌치 지음, 공경희 옮김, 기타미 요코 그림/북뱅크 제목이 좀 쎄죠. 그렇습니다. 히틀러의 딸 이야기입니다. 체구도 작고, 피부는 까무잡잡하며 얼굴에 큰 반점이 있고, 다리를 약간 저는 히틀러의 딸 이야기입니다. 이름은 하이디이고, 바로 위에 적은 이유 때문에 세상에 알리지 않고 몰래 기르던 아이입니다. 물론 픽션이죠. 하지만 질문은 무겁습니다. “사람들은 옳은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자기가 옳은 일을 하는지 그른 일을 하는지 어떻게 알까?”라든가, “어떻게 하면 선과 악의 차이를 알 수 있을까”라든가,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틀렸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좋은가?”라든가, “아버지가 극악무도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그러나 글은 아동용입니다. 5학년 아이..
파레포리 - 후루야 우사마루 지음, 오주원 옮김/세미콜론 아마도 대한민국에만 있는 분류일 것 같지만, 세상에는 카툰과 만화가 있습니다. 만화는 아시다시피 만화인 것이고, 카툰은 대한민국의 성인남녀들이 보시기에 쪼오금 예술적이라고 느껴지는 한컷, 혹은 4컷이하의 만화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라면. 는 카툰입니다. 사실은 만화지만 말이죠. 후루야 우사마루의 는 일본 대안만화 잡지인 '가로'에 연재되었던 4컷 만화 시리즈의 모음으로 연재지면의 특성 상 시각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파격적입니다. 어떤면에선 진정한 성인만화라고 할 수 있죠. 부조리한 개그를 부조리를 위해 소모하는 만화를 청소년들에게 선뜻 읽히기에는 제 심장이 너무 작습니다. 근친상간과 개복(開腹), 소아 강간, 살인을 거리낌 없이 유희의 소재로 삼아..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22 - 카마치 카즈마 지음, 김소연 옮김, 하이무라 키요타카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한동안 손 놓고 있던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을 정주행했습니다. 장장 10권! 그러나 이제야 1부 끝! 세계 3차대전씩이나 벌려 놓고도 아직 뿌리까지는 가지도 못했고, 이제야 겨우 외부정리가 된 형국입니다. 아마도 평생 연재할 작정인듯 합니다. 헐~ 지난번에 멈췄던 12권이후 전개는 질풍노도! 영국의 쿠데타를 막더니, 그대로 로마정교와 러시아정교회 연합과 학원도시+영국청교가 벌이는 세계대전으로 달려갑니다. 중간에 '하느님의 오른쪽자리'와의 전투도 한계를 모르는 거함거포(?)들의 난전이였고요. 아무래도 카미조 토우마의 진정한 이능력은 오른손의 이메진브레이크가 아니라 튼튼한 몸인듯 싶습니다. 수 미터..
환상문학 웹진 '거울'의 2007년 중단편선입니다. 환상문학 웹진 '거울'은 2003년 6월. 국내 최초로 중단편 소설 중심의 웹진으로 창간되었답니다. 이후 매월 창작 단편, 해외 번역 단편, 리뷰 및 독자 우수 단편을 게재하며 작가 중심의 웹진으로 운영되어 왔지요. 2004년 한 해 동안 모인 창작 중단편을 모아 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로 꾸준히 매해 중단편선을 출간하고 있는 저력있는 웹진입니다. 그 중 2007년 중단편선이 이번에 읽은 입니다. 모두 19편의 작품이 게재되어 있으며 문단이라는 시스템 없이도 작가로 태어난 사람은 작가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수록작은 적어(김주영)의 문이 열린다입니다. 아내를 잃어버리고 미쳐가는 한욱의 이야기라고 단순화하면 재미없지만 두..
창작집단 몽니의 동인지 8호와 9호입니다. 동인지라고 하니 만화책 같지만 엄연히 소설책입니다. 모여서 독서회도 열고, 칼럼도 쓰고, 창작소설도 모아서 종이책으로 내놓은 피(?)와 땀의 결과물입니다. 개별적인 단편의 재미와 수준을 떠나서 이렇게 하나 하나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집단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히 칭찬 받아야 하며, 칭찬과 함께 관심도 받아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재된 글들은 대부분 환상문학 쪽에 속하는.... 한마디로 장르소설들입니다. 아쉽게도 SF는 드물며 있어도 어딘가 정돈이 덜 된듯한 느낌의 습작들입니다마는 좋아하는 장르의 글을 스스로 창작하려는 열기만은 뜨겁습니다. 그래도 사족을 달자면, 현실은 아니더라도 현실감은 있어야 할텐데 아무래도 그게 부족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역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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