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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명예의 전당 3 : 유니버스 - 10점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지음, 벤 보버 엮음, 최세진 외 옮김/오멜라스(웅진)

 

SF명예의 전당 시리즈는 미국SF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의 추천과 투표로 만들어진 모음집입니다.

앞서 소개된 1,2권이 단편만을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번 3권은 그보다 긴 중편 및 경장편들 중에서 골랐군요.

 

참고로 미국SF작가협회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편, 중편, 장편의 구분과는 조금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작품의 길이에 따라 short story(단편), novelette(단편 또는 중편), novella(중편 또는 경장편), novel(장편)의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단어 수를 기준으로 하여 short story는 7,500단어 미만, novelette는 7,500~17,500단어 사이, novella는 17,500~40,000단어 사이, 그리고 40,000단어 이상은 novel로 간주한답니다.

선정된 작가의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버트 하인라인

테오도어 스터전

존 W. 캠벨 주니어

월터 M. 밀러 주니어

레스터 델 레이

C. M. 콘블루스

잭 월리엄슨

H. G. 웰스

폴 앤더슨

헨리 커트너, C. L. 무어

 

아시모프와 클라크는 빠졌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미국SF작가협회에서 선정한 것이지 세계SF명작선은 아니니까요.

미국이 세계는 아닌겁니다. 종종 잊고 살기는 하지만...

 

아무튼 <SF 명예의 전당 3>의 작품들을 소개하자면,

 

조라고 불러다오 Call me Joe - 폴 앤더슨

소설의 무대는 목성과 그 위성에 자리잡은 연구소입니다. 목성의 묘사는 소설의 발표된 시기를 고려해야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원격조정 가능한 인공신체 아이디어는 기념할만 합니다.

게다가 외계행성에 적응하기 위해 만든 인공신체의 조정자가 신체장애자이고, 결국은 육체 갈아타기를 성공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영화 <아바타>의 원안이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물론 영화 <아바타>에는 워낙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녹아 있어서 딱 꼬집어서 이게 원안아야 돈 내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마는 주인공의 처지와 인공신체로의 전의를 통해 제2의 삶을 외계에서 살게 된다는 아이디어의 원천은 '조라고 불러다오'에 있습니다.

 

유니버스 Universe - 로버트 A. 하인라인

'세대우주선' 아이디어를 대중화 시킨 하인라인의 1941년 발표작입니다. 뒤이어 나온 후속 중편 <상식 Common Sense>과 합쳐져서 1963년 <하늘의 고아들 Orphans of the Sky>라는 제목으로 단행본 장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조던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기적의 책에서 완역판이 나왔습니다. 

 

끝없는 얼간이들의 행렬 The Marching Morons - C. M. 콘블루스

어니스트 존 발로는 의료사고로 장기간 동면에 들어갔다가 수세기만에 깨어납니다.

그가 만나게 된 미래는 얼간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소수의 엘리트들이 겁나게 고생고생하면서 유지하고 있는 사회이지요.

뭐 잘난 사람들이 산아제한을 하는 동안 멍청이들은 계속해서 애를 낳는 바람에 전 지구적으로 멍청이들의 사회가 되었고, 소수의 똑똑한 사람들은 멍청이들이 눈치 못까도록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는 설정은 한마디로 새까만 농담입니다.

만약 농담이 아니라면 작가의 머리를 의심해야 하겠죠.

아무튼 과거로부터 온 사나이 발로는 금성이 살만하다는 여론조작을 통해 멍청이들이 제발로 죽음의 길로 들어서도록 만듭니다. 갈수도 없고,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유토피아 금성을 차지하기 위한 멍청이 국가들의 식민지 경쟁도 경쟁이지만 대량학살의 대가가 독재자 등극이라는 우습지도 않은 진행은 풍자라기 보다는 '직절화법'입니다.

결론은 세상은 엘리트들만 남고, 발로는 용도폐기입니다.

 

기념할만한 계절 Vintage Season - 헨리 커트너 C.L.무어

어느해 5월. 주인공 올리버 윌슨의 집에 신비로운 세입자 세명이 당도합니다. 여자2명과 남자 1명으로 구성 된 이들은 어느면으로보나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지요. 그렇습니다. 이들은 인류가 괴멸적인 타격을 받기 직전 너무나도 완벽했던 5월을 즐기위해 찾아 온 미래로부터의 손님이지요. 인류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파멸하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미래로 부터 온 손님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주 멸망은 안했나 보더군요. 그러나 미래에서부터 찾아 온 손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들이 뭔가 행동을 취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바뀔 것이고, 그들의 현재가 바뀔 것이니 시간여행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관광 밖에는 없습니다.

전혀 진취적이지 않은 시간여행물이지만 합리적이기는 합니다. 어쩐지 나른한 분위기가 넘치는 작품이고요.

참, 미래로부터 온 여행자들은 앞선 기술로 인류를 구원하지는 않지만 인류가 겪는 참사를 기반으로 예술을 창조하기는 합니다. 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 에릭 프랭크 러셀

지름 240미터 길이 1.5킬로미터의 전함. 승무원, 군인, 관료로 이루어진 이 전함의 임무는 블리더 드라이브라는 행성간 여행 장치가 발명된 이후 인류의 폭발적인 외부 이주의 뒷수습입니다. 행성들을 찾아다니며 지구연방가입을 권유(?)하는 일이지요. 비이글호나 엔터프라이즈호를 조롱하고 있는 듯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쪽이 비이글호보다는 늦고, 엔터프라이즈보다는 빠릅니다. 아무튼

스스로를 간드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행성에 도착한 이들은 평화주의라는 무기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집니다. 무력하게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은 코믹하게입니다. 지구연방 우주선의 관료주의와 자유롭고 개인적인 간드인과의 대립은 일종의 사고실험으로 개인사를 파헤쳐서 어떻게든 사회문제와 연결하는 한국소설보다 이런 SF소설을 더 좋아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결론적으로 지구연방군은 떠나고 간드인들은 남습니다.

간드는 간디와 와전이며 '의'라고 번역된 대체화폐경제도 흥미롭습니다. 51년 작품인데 벌써 서비스 교환으로 성립되는 지역화폐를 상상하고 있군요.  

 

방황하는 '씨멜의 연가 The Ballad of Lost C'Mell - 코드웨이너 스미스

1962년 작품으로 '인류대행기관'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대행기관'은 핵전쟁 이후 생겨난 강력한 경찰조직의 변형으로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면서 400년에 달하는 수명을 누리며 군림합니다. 이 작품의 기본 구성은 대행기관 소속인 제스토코스트라는 지도자와 씨'멜이라는 고양이 인간(=직업 창부)의 로맨스이며 일종의 노예인 언더 피플이라는 변종인간들의 권리신장을 돕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로맨스는 마음에만 담겨있고, 권리신장도 혁명보다는 뛰어난 개인의 노력으로인한 위로부터의 시혜에 가깝습니다. 작가의 개인이력에 미군 정보국 소속 심리전 전문가가 있는 것을 보니 그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작가의 본명은 폴 마이런 앤소니 라인버거라네요.

 

 

 

이 책에 실린 글이외에 명예에 전당에 선정된 글은 4권에 실려있다네요.

분량 때문에 분권되었다는데 4권은 언제 읽어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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