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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지젝이 만난 레닌

imuky 2013. 4. 7. 09:20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이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이름입니까?

게다가 레닌에 지젝이니...

 

흥미가 아니 동할 수 없죠. 뭐 책 두께를 보니 '죽었구나~'라는 생각이 안 떠오른 것은 아니지만 혼란의 시대를 사는 처지를 생각하면 한번쯤, 아니 두번쯤 뒤돌아보고, 옛기억이 아니라 옛감정을 다시 불러 일으킬 필요도 있겠다 싶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예상했던 그대로 X나 오래걸리고, 18. 어렵습니다.

 

이 책의 전반부 250페이지 가량은 레닌의 글입니다.

문 앞에 다가온 혁명의 순간에 쓴 레닌의 글들은 여전히 뜨겁고, 단호하며 끓어 오릅니다. 그리고 쉽죠.

혁명가의 글은 당장의 정세와 주장. 행동의 촉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방구석에 앉아 모니터를 통해 천리를 내다보는 앉은뱅이 전략가들의 세상과는 다른 시대의 글이며 다르기 때문에 낡은 것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귀한 글입니다. 적어도 그의 글에는 절망은 숨겨져 있지 않더군요.

이 땅의 진보인사라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희망을 논하는 글에 숨겨 놓은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이라는 검은 절망은 레닌의 글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옮긴이의 후기에 담긴 마지막 몇줄도 마음을 짠하게 하고요.

 

전반부의 레닌이 쓴 글들을 번역하면서 멀리는 20여 년전에 나온 번역들까지 들추어보게 되었는데, 그 결과 번역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으로서 여러 대목에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 익명의, 또는 가명의 번역자들의 뜨거움과 젊음에 경의를 표한다.   -정영목

 

그래요. 위 글을 옮겨 적으면서도 가명의 번역자들이 제게는 가명의 반역자로 읽힙니다.

보탤 말이 없군요.

 

 

 

 

 

 

 

 

 

 

 

 

 

그리고 지젝의 글은 14편이 실려 있습니다. 분량은 250 페이지 가량 되고요.

이 중 '실재의 사막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동명의 단행본에 다른 글들과 함께 묶여 나오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레닌과 관련된 혹은 레닌을 언급한 글들입니다.

문장 하나 하나를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이 단어가 어떤 단어를 꾸미고 있는지 혹은 설명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상황의 연속과 주의 깊게 보아도 알 수 없는 좌절스러운 조건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어 갈 때마다 도망가고 싶은 글입니다. 진짜 읽는대만도 시간 엄청 걸렸습니다. 게다가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보니 가지고 다니기도 버거워서 진도는 더 더뎌졌죠.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설렁설렁 넘어간 곳이 너무 많은듯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메모는해 놓고, 생각은 다음 기회에 하렵니다.

 

 

 

1.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수사는 과연 올바른가?

2. 공정함이라는 커튼 뒤에서 우리는 허용해서는 안돼는 것들을 허용하면서 지내는 지적 놀음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도마뱀 : 레닌을 반복하자는 것이 아니라 레닌이 못한 일. 그가 놓친 기회를 반복하자는 지젝의 진술은 언제나 유효하겠죠.

            '고전'이랄지, '원전'이랄지... 아무튼 쿨하기 보다는 진지해 지고 싶은 봄입니다. 

 

 

 

지젝이 만난 레닌 - 8점
슬라보예 지젝.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 레닌 외 지음, 정영목 옮김/교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