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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프라모델(이하 건프라)에 '이즘'식이나 붙이다니 거창합니다.
하긴 거창할만하죠. 이만한 브랜드가 어디 쉬운일이겠습니까?
30년이 넘는 세월을 십수개의 스토리로 이어 온 당당한 현역인데요. ^^a
MG 건프라이즘은 반다이의 건프라 카테고리 중 마스터 그레이드(MG)의 개발사입니다.
95년 7월 최초의 MG RX-78-2 출시 되었으니 어느덧 18년의 세월이 지나버렸군요.
80년대 초, 라이센스였는지 해적판이였는지 모를 건담을 만들어 보고는 15년만에 다시 잡은 프라모델이 바로 최초의 MG RX-78이였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일단 책소개를 하자면, 보통의 건담관련 서적들이 화보나 설정 자료집. 혹은 건프라 제작기법에 관한 책이라면 MG 건프라이즘은 반다이 하비사업부의 건프라 개발사이자 브랜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2012년 5월까지 내용이 담겨 있으니 상당히 최신 책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건담의 놀라운 점은 스토리와 캐릭터라는 컨텐츠와 함께 건프라라는 브랜드 '경험'영역이 함께 성장해 왔다는 것입니다.
제품의 소비자라는 개념이 아니라 유저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건프라 덕분에 건담이라는 브랜드는 경험과 참여를 이끌어 왔지요. 단순히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적인 경험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명장면을 재현하고 건프라를 소재로 보다 나은 기체를 스스로 창작하는 경험. 로봇의 외양만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내부 프레임을 갖고 있지 않을가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로봇의 내부를 조립하면서 느끼는 리얼리티의 쾌감 등은 2D를 넘어서서 경험을 추억으로 만들어 주고, 그 추억이 다시 또 다른 경험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번 걸리면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오죽하면 덕후가 되겠습니까? 다~ 이유가 있는거죠.
그리고 이런 반다이 하비사업부의 '건덕후' 육성 계획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는 지점이 MG 건프라이즘의 의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합니다마는....
그럼 사악한 반다이 하비사업부가 건덕후를 육성하기 위해서 어떤 작전을 펼쳤는지 간단히 살펴볼까요.
우선 저들은 기존의 장난감들이 가격대를 기준으로 출시되던 것을 크기를 기준으로 분류 정리했습니다. 요것이 무슨 말인고 하니, 기존의 애니관련 상품들이 가격대에 맞춰 개발되다 보니 가격대가 같다면 크기도 비슷하게 되더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가격대가 비슷하다면 우주전함 야마토와 야마토에 탑제된 함재기가 같은 크기로 판매되더라는 거죠. 그러나 여기에 기존의 밀리터리 프라모델에 통용되던 스케일 개념을 도입하면, 가격대와 상관 없이 로보트들 사이에도 키차이가 나게되고, 더 결정적인건 실제로 그런 로보트가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감각이 생겨버리는 겁니다. 리얼리티라는 거짓말의 기초가 생기는거죠.
그리고 프라모 교시로(우리나라에서는 다이나믹 코믹스에서 프라모델 로보트대작전이라는 제목으로 해적판 출간)라는 만화와 모델러 잡지에 실린 건프라 개조팁이나 애니 재현 디오라마로 '나도 언젠가 저런거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라든지 최소한 '잘 만드는 사람들은 저런것도 가능하구나...' 정도의 생각이 소비자의 머리 속에 자리잡게 만듭니다.
여기까지 MG출시 전 상황이고요.
MG를 출시하기 전에는 유저의식 조사를 실시하는 것과 동시에 월간 하비 재팬이라는 잡지를 통해 '느들이 원하는 궁극의 건담이 온다'라는 홍보와 동시에 소비자의견을 받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건프라의 아버지인 가와구치 가쓰미 명인의 인터뷰를 들어 보면
"월간 하비 재팬을 통해서 건프라 유저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효과가있을지는 일단 제쳐놓고, 실제 프라모델에게 의견을 제시하면서 시장에 대한 불만 등을 토로할 수 있는 대나무 숲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랐죠. 그런 과정을 통해 유저들도 직접 상품 개발에 참여한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라고 말하는군요.
어떤 효과가 있을지 제쳐 놓고, 의견과 불만을 토로하는 대나무 숲을 만들어서 상품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라는 마케팅 활동을 1994년에 한겁니다. 헐~
여기에 더해서 건프라란 '내 즐거움을 형태로 만들어 가는 「소재로서의 프라모델」' 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페라리의 로소 코르사는 한 가지 색이지만 샤아의 붉은 색은 어떤 색이라도 좋다."라고도 말하는 군요.
이외에 내부 프레임과 바디등의 파츠를 설계단계부터 공용화하는 동시에 내외장을 별도 런너로 만들어서 디자인 통일하여 금형개발 비용 절감 및 다양한 바리에이션 전개를 가능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좀 더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2000년에 발매된 건담 RX-78-2의 버전 1.5의 경우에는 하반신 중심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해 발매 했으며 상반신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면 버전 1.5보다 한달 전에 발매된 육전형 건담의 팔을 사용하면 된다든지, '버전 카'라는 이름으로 MG카테고리 내에 디자이너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 이야기. 가동성에서 전시성으로 개발 컨셉이 변화한 이야기 등이 나옵니다.
그리고 신제품 개발에 있어서. 모형이다 보니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마는 디자인이라고는 달랑 설정화 2장뿐이였다는 건담 유니콘 개발 시에는 디자인과 동시에 설계를 진행하면서 입체 출력한 형상 시스템 모델을 근거로 세부사항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나 건담 더블오의 경우에는 방영과 동시에 극 중 활약기체를 개발하는 온 타임 상품화를 실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작업팀과 개발진이 처음으로 협업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는 요즘 관심사와도 닿아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건프라가 요로코롬 개발되었구나라는 이야기도 관심사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도 하는 법이지요.
아무튼 승리한 브랜드에게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고, 언제나 주변에 있지만 잘 인용되지는 않는 브랜드에 관한 개발사이다보니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군요.
금형이나 소재 기술의 발달로 애니매이션 그대로 뽑아낼 수 있는 시대에 오히려 기계적인 거짓말이 필요한 역설은 뒤로하고 또 한분의 건프라 개발자인 기시야먀 히로후미의 말로 끝내겠습니다.
"마스터 그레이드는...시도의 연쇄작용으로 진화와 변천을 체험할 수 있는 보기드문 카테고리입니다"
MG 건프라이즘 - 이시이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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