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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레키의 데뷔작 <사소한 정의>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읽는 게 불편합니다. 어딘지 똑 잡아 "요기다!"라고 지적하기는 힘들지만 뭔가 편안한 느낌은 아니죠.
처음에는 그 이유가 외계의 지명이나 이름의 발음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소리 내어 읽거나 눈으로 읽거나 한 번에 따라 하기에는 좀 불편한 이름. 하지만 일부러 어렵게 만든 티가 나지는 않는 이름 때문에 읽기가 불편한가 싶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참 잘한 일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알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작가가 소설의 주인공인 저스티스 토렌을 통해 분명히 말해 줬는데, 몇 번이나 말해 줬는데,,, 독자인 나의 무의식은 계속 생물학적 성역활과 젠더를 구분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점을요.
OTL
배경이 되는 라드츠 제국의 언어에는 성별 구분이 없다고 이야기해 놓고, 3인칭 대명사를 '그녀'로 통일하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해 버렸습니다. '그'라고 통일했다면 이렇게 혼란스러웠을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앤 레키는 3인칭 대명사를 '그녀'로 통일하는 사소한 마법 하나로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돈과 혈통에 의한 위계질서가 확고한 라드츠 제국에서 그녀들 사이에 이익을 위해 엎드리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주인공인 브렉 가이아드/저스티스 토렌의 성별을 모호하게 합니다. 아니, 거의 모든 등장인물의 성별을 모호하게 만드는군요. 그리고 그 상황은 생각보다 신경을 긁는 상황입니다. 뭐가 잘못된 지는 모르는데 불편하거든요. ㅎㅎ
게다가 하나이면서 여럿인 함선과 여럿이면서 하나인 군주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 나와 가면의 관계를 변주하면서 독자를 교묘하게 속입니다.
개인의 작은 정의는 제국을 변화시키는 출발이 되는 전혀 사소하지 않은 정의가 되고, 라드츠 제국의 가장 밑바닥의 층에 자리 잡은 살아있는 시체 병사는 제국의 가장 고귀한 시민이 됩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이야기의 시작이로군요.
사소한 정의 -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아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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