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구시렁 구시렁

책받침

imuky 2017. 2. 5. 22:01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글을 배우게 되면 책받침을 쓰게 했었다. 처음 배운 글씨를 힘주어 꾹꾹 눌러 쓰다 보면 뒤 페이지까지 자국이 남기도 했거니와 책받침을 받치면 푹신하던 공책이 도로 포장한 것처럼 적당히 딱! 연필을 받쳐줘서 글씨도 더 잘 써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책받침에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의 주인공들이 그려져 있었고, 뒷면은 구구단이 인쇄되어 있거나 지도 같은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인쇄되어 있었다. 한쪽 끝에는 눈금이 그려져 있어 자로도 쓸 수 있었고. 어떻게든 아이들 맘에 들어서 많이 팔고 싶은 장사꾼의 마음과 문방구이니 학습에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는 어른의 마음이 함께 하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책받침은 글씨를 쓸 때 공책을 받치는 용도 외에는 주로 따먹기 놀이의 도구로 쓰였다. 말이 책받침 따먹기지 사실은 책받침의 옆 날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책받침을 깨부숴 버리는 놀이라 이긴다고 해서 상대의 책받침을 따먹지는 못했다.

 

아무튼, 조금 더 자라서는 플라스틱 책받침을 버리고 피비 케이츠나 소피 마르소 혹은 마츠다 세이코, 키쿠치 모모코의 사진코팅으로 바뀌었지만 공교육을 받는 기간에는 책받침을 꾸준히 가지고 다녔다.

요즘 아이들은 책받침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공책의 종이가 좋아진 것인지 더는 연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런데 어째서 책받침은 공책을 받치면서 책받침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