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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MBC 우리들의 일밤의 한 코너.
매주 7명의 실력있는 가수들이 나와 자신의 곡이 아닌 새로운 곡을 편곡해 미션에 도전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일반인 500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의 심사를 받아 1명이 탈락하고, 나중에 새로운 가수가 이를 채워가는 방식.

여기까지가 프로그램 설명이다.
그리고 첫회는 1박2일 보는라고 안 봤다.
그런데 그 다음날 난리가 난게다.
"너무 재미있다."
"꼭 봐라."
등등

결국 내가 낼테니 봐라면서 IP-TV 결재까지 해주면서 들이 미는 바람에 시청했다.
그리고 반.했.다.

이것이 가수로구나... "역시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햐"라는 맘이 절로 생기는 멋진 무대에 반해버렸다.
당연히 2주 연속 시청. 그간 스포일러도 있었지만 방송의 재미를 위해 스포일러 찾아보기를 자제하며 본방사수를 했다.
이런 식으로 밖에는 가창력있는 가수가 주목 받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워낙 좋은 가수들이 '능력자'인증을 하는데야 안 볼수가 없었다고 할까? 아무튼 멋진 무대에 감동했다고 할까...뭐 그런거였다.

그런데 결과는...
이게 뭐란 말인가?

당대 최고라는, 저희들끼리는 천재라고 하는, 그리고 출연진 중 가장 선배인 김건모가 탈락하면서 사단이 발생했다.
놀랍기는 했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출연진 모두 각오했을 일이며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김건모도 떨어지는데...라며 이후부터 탈락의 공포나 자존심 대결의 구도를 완화시켜 줄 절묘한 상황이려니 했다.
탈락자가 밝혀지는 순간까지 쪼이는 맛도 좋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선배의 의연한 모습과 이를 응원하고 걱정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대미를 장식할 줄 알았다.

정말로 김건모의 재도전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눈물 흘리고, 간청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인간적으로 좋아보였다.

그러나

김건모의 재도전이 500명의 평가단이 다 나간 사이에 제작진의 긴급회의로 결정되고 받아들이는 순간.
지켜보던 시청자(그러니까 )와 평가단은 바보가 되었다.

전문가와 동료, 제작자가 야합하면 룰은 언제라도 바꿀 수 있는 것이고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성의있게 의견을 제시한 일반인들은 없는셈 치는 것이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중간에 자신이 윤도현을 뽑은 이유를 성실하게 답했던 평가단 아저씨는 없는 사람인 것이다.

힘있는 사람이 장땡!
힘있는 사람에게는 내 동료, 내 선배, 이소라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떨어지면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왕 가지고 있는 힘이니 이 참에 룰을 조금만 바꾸자는데 일반인 무지렁이들은 떠들거나 말거나 상관 없는 것이다.

어휴~
이건 현실에서도 매일 겪는 아픔이다.
동료들의 간곡한 설득과 진심 때문에 어려운 선택이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 보겠다는 거.
지겹도록 봤다. 이제 제발 그만 봤으면 할 정도로 지겹게 봤다. 뉴스에서...
그런데 이걸 주말 방송에서 또 봐야하는 가?
좀 편안하게 집에서 가창력 있는 가수들의 실력을 보면서 쉴수는 없는 것인가?
꼭 이따위 현실을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봐야하는가?

이런 리얼 다큐를. 세상이란게 이렇게 돌아가는거야. 억울하면 힘을 길러. 일반인 따위 500명이든 1000명이든 소용없어.
라는 메시지를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봐야하는가?

나같은 무지렁이는 현실에서는 비록 그렇지 않더라도 실력을 펼치고 결과에 승복하는 꿈도 꾸면 안돼나 싶어서 가슴이 아프다.
주말 TV가 제공하는 환상을 깨주시겠다는 의도였다면 당신들은 너무 잔인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타 방송국에서는 여전히 여행이라는 꿈을 방송하고 있으니 그거라도 봐야지.
가수들은 가수들끼리 놀겠지.
지들끼리 서로 천재라고 상찬하며 선배 봐주고, 후배 도닥이며 살겠지.

그러라고 해야지. 뭐
대신 다음주부터는 1박2일 보며 떠나지 못하는 꿈을 대리만족하며 살아야지 별 수 있겠나.

그래도 한가지.
요즘 농심의 신라면이 고생하더라.
왜 그런지는 MBC.
니들이 좀 생각해 보지 않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