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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벽두부터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리는 국제 만화 전시회에서 벌어진 일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소식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오역과 오독, 오해가 좀 있었지만, 어쨌거나 정리하자면 한국측에서 준비한 '위안부 고발 만화전'은 무사히 개최. 일본측에서 대항하기 위해 준비한 만화전시회는 불허. 그리고 그런 일본측에 대항하기 위해 급조한 한국측의 사전설명회는 무산입니다.

결국은 만화가 정치를 다루는 것은 얼마든지 권장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만화를 이용하려는 시도는 불허한다는 입장으로 정리된 것인데요. 이 두가지를 구분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혼란스러운 줄타기로 보이겠지만, 나름 확고한 원칙과 집행이라 이 정도 태도를 견지한 앙굴렘측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정치 만화와 만화를 이용한 정치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예술만화와 만화예술을 구분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지요.

 

만화를 예술로 보는 사람도 드문 마당에 예술만화라 함은 소설 같은 스토리를 말하거나, 영화 같은 구성, 혹은 죽이는 그림으로 대변되지요. 하긴 척 봐서 그림이 예술 같으면 예술만화입니다. 보통은요.

 

그리고 그런 점에서 최강 여고생 마이의 작가 후루야 우사마루는 특출난 작가입니다.

 

최강 여고생 마이 - 8점
후루야 우사마루 지음, 김동주 옮김/애니북스

 

어마무지하게 압도적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예술 같습니다.

아마도 펜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을 총동원한 덕분인 것 같은데요. 사실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구도도 그림체도 예술만화려니 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포스가 있기는 합니다. 직접 보시면 돌을 던질 사람도 분명 존재하겠지만요. 허허

 

제게는 <파레포리>에 이어서 2번째 조우인데, 뭐 여전하다는게 첫 감상입니다.

형식적인 실험이나 부조리함은 <파레포리>쪽이 더 강렬합니다마는 사회문화 비판적인 점은 이쪽이 더 두드러집니다.

덕분에 앙굴렘의 '위안부 고발 만화전'과 같이 연상되기도 했고요.

 

정치적인 이슈든 일상의 이슈든 고발할 수 있는 자는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고발은 인민이 일상적으로 당하고 있지만 모르거나 차마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상처를 소독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비록 부조리한 삶을 견디게 하는 마약 같은 거라도 말입니다.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