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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캡틴 하록은 남자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등을 졌지만 결국은 세상을 구하는 간지남 이야기는 오래오래 사내아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었지요.
출중한 능력을 숨기고, 오해를 받아도 한마디 변명조차 하지 않으며,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제길을 가는,그리고 그 길 끝에서 전설이 되어버린 사나이의 이야기는 '사나이'라는 말이 의미를 잃어갈수록 어떤 낭만의 이름으로 살아 있었더랬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4년 사나이 캡틴 하록이 3D 극장 애니메이션이 되어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안타깝게도 간지만 살아서요. 흑흑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인류는 우주를 개척했지만 쇠퇴합니다. 쇠퇴의 이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쇠퇴'이며, 지구로 돌아와 지구를 차지하려는 전쟁을 벌였다는 퇴행의 결과입니다. 이 전쟁의 와중에 하록은 모두의 지구를 지키려다 지구를 망친 주범이라는 설정입니다.
아무튼, 하록은 자신의 실수를 무로 돌리기위해 시간의 매듭을 풀어 우주를 리부트하려하고, 이를 막기위해 하록의 해적선 아르카디아호에 잠입한 야마군은 박쥐 같은 활약으로 지구에 아직 희망이 있음을 밝혀냅니다. 여기서 월.E의 희망 아이템은 하록의 마음까지 움직여서 지구의 새로운 희망을 지키기 위해 영원한 저항의 상징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야마군과 그의 형 이즈가군의 관계는 폼을 위한 폼이고요.
 
향상된 CG기술은 이 폼나는 사나이들과 꽃같은 아가씨들을 어떻게 간지나게 구현할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 간지나는 그림들이 아깝고 아까워서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위에 서술한 스토리에 맞춰서 이어 붙이면 애니메이션 캡틴 하록이 되는 것입니다.
 
관객이 보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하는 영상을 최소한의 스토리에 얹어서 "보라~ 이것이 늬들이 원하는 영상이 아니더냐!"라며 쉴새없이 쏟아낸다는 점에서는 포르노영화의 연출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멋진 하록. 많이 감상했습니다. 그런데 이럴꺼면 그냥 화보집을 내시지 그러셨어요.
 
 
 
 
 
추가메모
 
ⓛ 로보틱스 이론 중에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거의 인간에 가까운' 형상이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점이 감지 되었을 때, 보는 쪽과 보이는 대상이 상호작용에 실패하여 시체를 보는 듯한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인지영역을 가리키는데요. 캡틴 하록의 캐릭터 디자인과 움직임에서 이러한 불쾌한 골짜기가 살짝 느껴집니다.
만화 캐릭터라는게 시각적으로 확실한 '겨울왕국'의 캐릭터들이 인간과 유사한 몸동작을 보일 때 느껴졌던 감정과는 구분되는 이러한 어색함은 리얼한 얼굴에 비현실적인 팔, 다리의 기럭지로 디자인된 캡틴 하록의 캐릭터디자인의 문제에서부터 시작되어 CG애니메이터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왜곡된 인간 동작과 감성적인 요소가 배제된 프로그램된 인간 동작 데이터 사이에서 만들어진 부조화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 캐릭터인 케이의 입주름 같이 확연히 발전한 테크놀로지에도 감성적으로 CG퀄리티의 향상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고요.
 
② 그래도 케이는 예쁩니다.
 
③ 함대함 전투씬의 앵글이나 아르카디아호의 디자인 등은 스타트랙 리부트 극장판에 빚진게 많아 보입니다.
 
④ 순간의 반복이 영원이라면 아무로의 심정으로 묻습니다. 인류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⑤ 인류의 쇠퇴는 일본의 쇠퇴로 들립니다.
 
⑥ 사나이는 한창 때의 젊고 씩씩한 남자일뿐 고독한 능력짱짱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진짜 하록이 돌아 올것 같습니다.
 
⑦ 영화를 보고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⑧ 더빙판이 아닌 자막판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더빙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왜 그랬는지 의문은 가지고 있습니다.

 

 

 


 

캡틴 하록
  • 감독 : 아라마키 신지
  • 캡틴 하록! 그는 우주를 파괴하는 적인가, 인류 최후의 영웅인가!
    미래의 인류는 우주로 진출하고, 남은 개척지가 없..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