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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음의 지배자

imuky 2014. 2. 23. 15:56
마음의 지배자 - 4점
김현중 지음/온우주

 

김현중은 장르소설가입니다. 그리고 그의 단편선 제목은 '마음의 지배자'입니다.
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게중에 몇개는 다른 앤솔로지서 읽어 본적이 있는 작품들입니다. 이로 짐작컨대 제가 한국 장르소설의 몇 안된는 팬이거나, 김현중이 대한민국에서 몇 안되는 활동적인 장르 소설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물 밖의 대중들은 어째서 우물 안을 드려다보지 않는 것일까요?
지금은 출판계 전체의 위축이나, 책을 읽지 않는 독자들의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논하는 것은 피합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했고, 그다지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닌고로. 지금 이 페이지는 김현중이라는 작가를 중심으로 생각해 볼꺼리만 메모해 놓습니다.
 
일단 이번 단편집에는 글 말미에 짧게 작가의 변을 달아 놓아서, 작품이 어떤의도로 쓰여졌는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다행이죠.
 
우선 묘생만경에서는 작가의 어린시절이 괜찮은 물건들로 가득찬 금고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마음의 지배자는 정말 특별한 존재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과연 그를 지켜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작가의 답이고요. 그의 지구 정복은 어떻게 시작됐나는 우리나라에에서도 재미있는 SF단편이 가능하다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 이후 처음 쓴 단편이랍니다.
이 밖에 영리해지는 게 가능한 세상이 오면 마치 지금 다 비슷하게 생긴 연예인들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더 예뻐지고 있는가, 라고 자문해 보는 것처럼 '과연'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의 제목이(헉,헉)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이고, 물구나무서기는 민망한 꿈이 발전한 단편으로 어쩐지 초능력자는 항상 불행해지는 작가의 버릇을 확인하는 단편입니다.
피노키오는 우리가 좋은 일을 하든 나쁜 일을 하든 그 카운터는 똑 같은게 아닐까?라는 이야기이고, 부안 왕손이는 제2 롯데월드 부지에서 몇년씩이나 무의미한 작업을 반복하던 어떤 포클레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뱀과 소녀는 막막함에 대한 이야기라네요.
 
김현중 작가는 독자에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걸지 않습니다. 그는 화자이지만 관찰자의 입장을 더 선호하고, 흥미를 끌기 보다는 거리를 두려고 하는 듯합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이야기가 '소용없음'으로 끝납니다. 온갖가지 영물이 등장하는 묘생만경에서도 물구나무서기에서도 그의 지구 정복...에서도, 피노키오에서도. 등장인물들의 모든 행위는 세상을 바꾸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중요한 일도 세계사적으로는 흔하디 흔한 푸념일 뿐이듯이. 세상은 진심과 무관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작가는 무관하게 진심을 관찰하려 하고 있지요.
여러 층위의 엇갈림이 인상적이였던 부안 왕손이를 제외하고, 그리 친절하지도 흥미롭지도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기인한 듯 합니다. 세상물정 다 알고 있는 작가의 거만함이 엿보인다고 할까나요. 크 크
아니, 거만함이 아니라 게으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노키오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가 더 나갈 수 없을리가 없습니다.
 
그런 뜻에서 좀 더 흥미있는 문장부터 써 주시길...
 
재미있는 설정도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결국 문장이라는 형식이고,
친절해도 외면하는 손님을 돌려세우는 것은 입맛이니까요.
 
참, 뱀과 소녀의 막막함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할 듯 합니다. 마지막 상황만으로는 막막함 보다는 이야기의 중단으로 보입니다. 그건 답답함이지 막막함이 아니며, 답답이라도 하려면 적어도 앞의 이야기가 흥미를 확 끌만큼 재미있어야 하겠지요. 의도만으로는 불충분 한겁니다.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