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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10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한 작가의 전작을 읽는 것은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게다가 전작품의 출판 년도와 이에 따른 판형과 출판사의 변화, 원고에 얽힌 뒷이야기, 개정판마다 달라진 부분, 책 디자인의 차이점 등등까지 챙겨서 조사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고요. 거기다 작가의 특성에 맞는 이야기를 짜넣는 것은 얼마나 노력이 필요한 일일까요? 그리고 그 작가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작가라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권. 시오리코 씨와 두 개의 얼굴은 에도가와 란포를 축으로한 이야기입니다.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엄청 유명한 작가죠. 알만큼 알려진 작가의 책을 배경으로 작가 생전에 활용한 트릭을 이용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시리즈 전체의 전환점까지 챙긴 소설이 이번 4권입니다. 대단한 써커스입니다. 이 작품 1권이 문제가 아니라 4권째 이어오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 했습니다. 순수하게.
 
^^)a "못 당하겠어~"
 
아무튼, 이번 책에서 소재로 삼고 있는 란포의 책은 '외딴섬 악마', '소년탐정단',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입니다. 물론 이외의 작품들도 풍부하게 인용되거나, 등장하거나, 언급되거나, 설명됩니다. 심지어는 당대에 연재되었던 소년지의 관련 부록까지 챙기는 것보면 '뭘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결국 본문에 '오타쿠'라는 단어가 등장하더군요. 하긴 왠간한 란포 오타쿠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무리 능력이 하늘을 찌르는 작가라도 힘들었겠지요.
 
일본에서는 연초에 5권이 발매되었습니다. 번역되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궁금합니다. 작가의 후기로는 이제 후반이라는데, 5권은 전체 시리즈를 위한 쉼표가 될 것 같습니다. 4권에서 최종보스도 등장했고, 두근두근 고백도 했거든요. 뭐 일본책이 한국책으로 변신하면서 가격은 2배가 되는 마술이 펼쳐지지만 일어를 못하니 기다릴 수 밖에요. 일어를 못하면 돈을 내라라고 하는 심플메시지입니다. 여기에 자비는 없죠. ㅜㅜ
 
그런데, 고서점 주인과 고서 수집가는 둘 다 책을 좋아한다는 점에서는 같은데 한쪽은 팔고, 한쪽은 쟁여놓는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아니, 수집의 소유욕은 알겠는데 사랑하지만 팔 수 있는 태도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주인공 시오리코는 환상일 뿐, 서점 주인은 책이 아니라 돈이 목적일 때 가능한 직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이 만큼이 나 많이 책에 대해서 알고 있는 멋진 '나'가 목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