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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 4점
장정일 지음/마티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나온 것이 1994년 이니까. 벌써 20년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사람도 책도 변하는게 당연하겠죠.

 

처음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 그 책은 장정일의 독후감 모음이였습니다.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과 생각, 그리고 약간의 사족이 붙어있는 독서일기는 장정일의 독서량에 대한 질림과 질시를 느끼게 하는것과 동시에 장정일이 읽은 책에 대한 호기심도 같이 선사했었더랬습니다.

 

그후 장정일의 독서는 작가의 주요활동이 되었고, 그 활동의 결과는 공부라는 제목을 거쳐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 되었지요.

 

책 제목이 바뀌면서 형식도 변화합니다. 일기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읽은 날자와 함께 제시되던 장정일의 서지 목록은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 되면서 주제에 따라 책을 묶어 소개하는 형식이 되었지요. 그리고 이번 3권에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날짜, 이슈에 어울리는 책이 소개되는 절충형이 되었습니다. 일기라는 형식을 유지하면서 주제별로 책을 소개하기 위한 방편이겠지요. 뭐 그렇습니다. 요약하자면 사회적 이슈가 있고, 책이 있고, 장정일의 주장이 있습니다.

 

더 이상 작가의 독후감 모음이 아니라 저널에 실린 칼럼 모음집이 된것이지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모은 560쪽에 달하는 장정일의 주장은 경청할만 합니다. 다만 더 이상 텍스트 뒤에 숨지 않는 목소리는 모던의 포스트가 아니라 근대로 돌아간 계몽의 목소리로 들립니다. 주장은 시급하고, 결론은 확고합니다. 안타깝게도 소개한 책을 읽고 싶다는 호기심이 스며나올만한 틈새는 더 이상 없습니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통해 다른 책을 만나고, 다른 저자를 소개 받고 그들을 만나러 가는 출발점이 되는것이 아니라 장정일만을 만나고 온 기분입니다.

 

시대 탓일까요? 아니면 장정일이 변한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제가 건방져진 것일까요?

 

20년 세월의 변화는 확연한데, 호불호는 알 수 없습니다.

 

 

 

덧붙입니다.

 

접어 놓은 아래에 이번 책의 목차를 옮겨 놓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문학 작품'은 없습니다.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