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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엔진 - 8점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존 스칼지의 장점은 상호 이익이 충돌하는 집단 사이의 다툼을 현실감 있게 논리적으로 풀어 놓는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덤으로 스피디하기까지 하지요.
노인의 전쟁 시리즈에서 외계종족들이 그랬고요. 작은 친구들의 행성에서 기업과 보송이, 그리고 보송이의 친구들이 그랬습니다. 그들의 다툼에는 상충되는 이익과 논리적인 해결 방법이 있었지요. 그리고 그 속도에는 가르치려 들지 않고, 설명하려 들지 않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비밀이 있었고요. 게다가 이야기의 스피디한 진행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심각한 주제를 살짝 깔아 놓는 재주가 아주 탁월합니다. 마치 스님이 먹는 냉면가락 밑에 숨겨진 편육처럼 먹어야 할것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의뭉을 떠는 스킬을 탑재하고 있죠.
 
이번 소설 신엔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라진 점은 상충되는 이익을 나누는 것도 차지하는 것도 신이라는 점이죠.
과학이 아닌 초자연적인 신의 힘으로 움직이는 우주선은 마치 나폴레옹 시대의 함선을 보는 것 같고, 이 세계에서는 지극히 논리적인 이유로 신앙은 모든것의 근원이요 본질입니다.
 
설정은 이렇습니다.
 
기원전 신들의 싸움이 있었고, 하나의 신이 승리하여 다른 신들을 노예로 만듭니다. 노예가 된 신들은 행성간 우주선의 일부가 되어서 그들의 권능으로 우주선을 지탱하고, 행성간 장거리 여행의 동력이 됩니다. 한마디로 워프를 신의 권능으로 하는거죠.
 
^^a;;;;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사람들의 신앙심이 된 것은 지극히 논리적인 귀결이겠죠. 이밖에 소소한 설정들은 중세 카톨릭에서 빌려 왔고요. 크툴루 신화도 약간 가미되어 있습니다. 
 
작동원리는 모르지만, 믿어야 기동이 가능한 우주선은 모르는까 의심하면 멈추는 이적입니다.
 
우주선은 종교입니다. 필요해서 믿으며 믿으니까 필요하지요. 
 
그럼, 당신이 믿는 신은 믿을 만한 신인가요? 라고 묻는 순간 당신은 차디찬 우주공간에 버려진 고기덩이가 되어 버릴텐데, 안 믿을 수 없겠지요. 논리적으로요.
그런데, 어떻게 세상일이 논리적으로만 풀리겠습니까? 아니, 소설의 논리에 입각해서라면 주인공이 원하지 않더라도 의심의 순간은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그래야 이야기가 풀릴테니까요.
 
그 뒷 얘기는 읽어 보시고요.
 
172쪽짜리 짧은 소설입니다. 단숨에 읽고 아쉬워 할 수도 있고, 이게 뭐여... 이 불신자 시키!라며 던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혹은 뻔한 종교SF라며 콧방귀 한번 뀌고, 잘난 척 한번하고, 존 스컬지를 불쌍히 여길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은 당신이 책을 읽었을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