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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고리 -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창비 |
제목이 <토성의 고리>라고 해서 SF소설은 아닙니다. 물론 제목만 보자면 고전적인 청소년 SF의 냄새가 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저자는 W.G. 제발트로 사이언스 픽션은 써 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디스토피아적이라면 만만치 않은 내공이지만 미래세계를 그리는 것은 아니며 과학이 원인인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보다는 과거, 과학보다는 마법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의도와 결과는 연관성이 없으며 모든 것은 천천히 쇠퇴해갈 뿐이라는 소설의 이미지는 어떤 디스토피아 SF소설보다 더 절망적입니다.
일단 기둥 줄거리는 주인공이 영국 동부를 도보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몰락의 현장이고, 쇠퇴한 인간과 영락한 핏줄. 그리고 고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사적 인물과 현실의 인물이 여러갈래로 교차하고 화자가 소개하는 사람들의 진퇴는 헷갈립니다. 사실 여부도 의심스럽죠.
전체적인 느낌은 젤리 안에 빠진 파리가 된 기분이랄까요. 소설 덕분에 느닷없이 떠올린 프랑스 카르나크의 열석은 소설의 배경인 영국 동부와는 관계없지만 어쩐지 제 뇌 속에서는 겹친 이미지로 떠오릅니다.
읽는 내내 어쩜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주제넘게 '우주적인 절망감'에 빠진 '척'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껄껄... 나름은 문학 소년이 된 것 같아 뿌듯한 순간이였죠. ㅋ
이 책은 라디오 책 다방의 황정은 작가가 제발트를 노래하지 않았다면 안 읽었을 책입니다. 서점의 한쪽 서가에서 발견한 제발트라는 이름이 멋지고 익숙해 보여서 덥썩 사고보니 그 이유가 황작가의 거듭된 추천 때문이더군요. 그런데 다음엔 이 작가의 이민자들도 읽어 볼까 싶은 것을 보면 황 작가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은가 봅니다. 적어도 1명 추가요~입니다.
* SF소설이라니 역전앞 같아 영 찝찝한데...도... 뭐 Σ(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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