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애니메이션, 그것도 주로 재팬애니메이션을 보며 꿈과 희망만 키우다. 나도 '아빠'라는 것이 되고 보니 새삼 아버지 혹은 아빠의 존재에 대한 고정관념 같은 것에 부데끼면 살게 되었다.
그래도, 이 시대의 아버지상이 어쩌고 하는 것은 내겐 너무 부담스러운 애기이고, 다만 내가 젤로 많이 접하고 사랑하는 매체인 애니메이션에서 아버지들은 어떤 모습이였나 회상이나 해보자.
우선 먼저 생각나는 것이 요술공주 샐리의 아버지인데, 1966년판에서 샐리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엄친이였던 것으로 기억 된다. 쉽게 만난 볼수도 없고, 대체적으로 북풍한설을 배경으로 목소리로만 명령을 하는데다가 반론의 여지조차 없다. 여기서 어머니는 그저 딸과 남편사이에서 중재자 역할, 그것도 가장의 의지를 딸에게 설득하는 역할에 불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왼쪽 그림의 망또 휘날리시는 분이 샐리의 아버지 되시는 분이다.
사실 <별나라 요술공주>시절에는 이분 모습 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6~70년대 엄친의 이미지는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현저하게 바뀌어서 1989년에 제작된 두번째 TV시리즈에서는 그저 외동딸에게 절절매는 유약한 아버지가 되고 만다. 아버지의 모습이 이렇게 변하니 당연히 어머니의 모습도 변해서 2번째 시리즈에서 어머니는 딸의 교육을 위해 팔불출 아빠를 적절히 통제하면서 딸을 험난한 인간세계에 교육적인 목적으로 유학보내는 강력한 조연으로 자리매김한다.
이러한 어머니의 역할과 아버지 역할의 변화는 이미 1982년 작 요술공주 밍키에서 확실하게 보여주는데, 아시다시피 밍키의 아버지는 팔불출의 선을 넘어서 '다른 무언가'가 되어 버린다.
어찌보면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다면 민감한 변화인데 권위적인 아버지 보다는 팔불출, 혹은 그저 돈 벌어다주는 하숙인 아빠와 교육의 주체인 엄마의 모습에 더 익숙해져 버린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 되겠다.
하긴 요즘 아이들에게 밥상을 엎어버리고, 기껏해야 스테이크 사주면서 생색내며, 모처럼 외식하러 나온 레스토랑에서 젓가락을 찾는 아버지는 개그 캐릭터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바로 그 문제의 아버지가 바로 거인의 별에 등장하는 아버지인데
이 만화를 소년중앙 부록으로 읽은 노땅들이 아니라면 '짤방'으로 사용하는 것 말고는 사실 쓸 곳도 없고 추억도 없다.
사실 6~70년대 아버지상은 우리나라나 이웃 일본이나 거기서 거기라서 완전히 부재하거나(전쟁으로 희생되었건, 일하느라 가정을 돌볼 여유가 없던) 권위적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자우지간 업보만 잔뜩 물려 준 유도보이(태풍소년)의 아버지나 미친 과학자인 할아버지 손에 자식을 방치해 놓고 그레이트 마징가 만드는데 시간을 보내던 쇠돌이(가부토 코지)의 아버지나
가정 혹은 자식 보다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던 아버지인건 확실하다.
그래도 이런 자기 중심적인 아버지가 사회에서 권위의 이름으로 통용될 때는 애니메이션에 아버지가 나오기라도 했지.
아주 타도의 대상에 인간말종이 되어버린 아무로 레이의 아버지 같은 분은 주인공에게 정신적 외상을 안겨주는 것 말고는 할 일도 없어졌다.
결국 현실 생활에서 아버지의 자리가 없어지는 만큼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도 아버지의 존재가 없어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포켓몬스터에서 지우 아버지가 누굴까 궁금해 하는 것은 살다보니 아버지가 되어버린 나란 놈 말고 얼마나 더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알게 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이놈 애비는 누구냐?
아무튼 우리의 유성가면 피터 소년처럼 아버지를 찾아서 헤메는 아들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애니에서도 현실에서도...
쓰다보니 이거 얘기도 길어진데다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결국 결론은 교훈적이게도 '힘내라 아빠!'인데 그래보이 밍키 아빠 꼴 날까바서 이것도 참 대책없다.
그래도 겐도만은 되지 말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