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치팅컬처 - 10점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서돌

어느 땅에 속해있든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 것일까?

미국의 속임수 문화를 비판한 글이 어쩌면 이리도 지금 여기, 우리와 닮았는지.
탐욕의 글로벌화의 증거를 읽고 있는 기분이다.

구체적으로 보자.
이 책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미국은 소득격차는 급증했으며, 좋은 대학에 들어가거나, 좋은 직장을 얻거나, '잘나가는' 기자가 되거나, 월스트리트에서 큰돈을 벌거나, 높은 타율을 자랑하거나, 그 밖에 크게 성취한 인물이 될 경우 얻는 게 무한정 많은 사회가 되었다.
갈수록 심화되는 불평등은 미국의 계층 분화를 부추기며 사회 구조를 약화시키고, 그 결과 우리 모두는 '한 울타리' 안에서 똑 같은 규칙으로 묶여 있다는 개념이 점점 훼손되고 있다.
불평등은 미국의 정치판도 다시 짜고 있다. 부자들은 돈을 영향력으로 바꾸어놓는데 더욱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왜곡하는 한편, 규칙을 위반하고도 벌을 받지 않는다.
상위 소득자에게 급격하게 부가 몰리면서 나머지 사람들의 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산층 가정에서도 돈 때문에 걱정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결국 저자에 따르면 미국사회에서 '공정함'이라는 사회적 합의는 깨어졌으며 속임수는 생존전략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규칙 위반자나, 속임수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승자가 되는 예가 너무도 많아서 오히려 반성은 커녕 나도 이제는 좀 약게 살아야 할텐데라는 때늦은 후회를 할 정도이다.

하긴 24만원을 횡령한 배달부는 감옥에 가도 2천4백억원을 횡령한 CEO는 회사 경영을 위해 꼭 필요한 비자금을 조성한 불가피한 편법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집행유예를 받는 대한민국에서 뒤 늦게 후회해 본들 이미 떠난 기차에 손 흔들기일터이고 보면 이제라도 사회계약을 다시 맺어 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기는 할 것이다. 어렵고 고리타분하고 별반 소득없어 보이더라도 말이다.

함께 읽어서 좋을 책으로는 박노자의 우승열패의 신화를 추천.
미국의 속임수 부추기는 문화의 베이스인 승자독식의 생활방식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뿌리 내렸는가를 추적한 글로 치팅컬처가 현재의 이야기라면 우승열패의 신화는 뿌리에 대한 이야기가 되시겠다.

과거와 현재를 알았으면 미래를 준비하는 의기가 생겨났으면 좋겠는데, 대책이 아니라 여전히 '의기'인 것이 못내 씁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