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의 원인

참혹함과 당혹감이 어느 정도 가라않자 떠오르는 생각이 도대체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까? 입니다.
김석기 경찰총장 내정자의 평소의 성향과 뭔가 보여주려는 공명심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무리한 진압을 지시한 때문이라던지, 전문 데모꾼들의 소행이라든지... 하여튼 여러가지 원인분석과 상환판단들이 난무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불이 화염병에 의한 방화(일리는 없지만)라는 주장이나, 실화라는 주장, 전동공구에 의한 불똥 때문이라는 주장, 그리고 컨테이너가 박스가 망루를 찍어 눌렀기 때문에 그 서슬에 화염병으로부터 신너에 불이 옮겨 붙었다는 주장 모두 모두 왠지 본질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재의 원인이야 앞에 열거한 여러가지 주장 중 하나가 맞을 것입니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의  의견 에는 절대 동의 못하지만)

화재의 원인이 규명 되었다고 참사의 원인도 함께 해결된 것일까요?
절대 그럴리가 없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간단치 않은 세상, 그러니 한번 따져봅시다.

용산 참사는 재개발 사업과 보상금 문제로 시작되었습니다.
누구는 그래서 생떼쓰는 사람들이 폭력시위하다 벌어진 일이니 자업자득이라는 늑대 같은 소리도 서슴없이 합니다. 그런데 묻습니다. 그게 정말 생떼인지...

이번 참사의 희생자 중 한분의 직업은 복집 사장님 이셨습니다.
여유롭지는 않아도 먹고 사는데는 지장 없었을 평범한 가장이셨습니다. 어쩌면 본인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셨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분이 망루에 올랐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꼴랑 2,400만원 보상 받고 어디서 복집을 다시 열겠나 싶은 것이 절망적인 심정이셨을 것 같습니다. 한 가족의 생계가 걸린 일인데, 하루 아침에 중산층에서 빈민으로 전락할 위기인데 어느 가장이 극단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까? 아마 저라도 눈이 뒤집혀서 가슴을 치고, 피눈물을 흘리며 세상에 호소하러 나갔을 일입니다.

뉴타운 월평균 소득이 653만 4천원이랍니다. 이전에 평균 207만원을 벌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그 3배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살던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죠. 게다가 그냥 집을 빼앗기는 것이라면 다른데 가서 살지라며 편하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마는 그 알량한 207만원 벌던 수단을 빼앗기고 653만4천원을 벌어오라는 것은 죽으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재개발의 문제는 생계의 거리를 최고급, 초고층 주택과 맞바꾸는데 있습니다.
거리의 사장님들을 도시의 빈민으로 만드는 이런 재개발이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지지 않는다면 용산의 문제는 용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가 됩니다. 소상공인들의 경제 활동을 부동산 투기와 맞바꾸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투기꾼들 역시 제 꾀에 제 발목을 잡혀 꺼꾸러지는 일이 반드시 일어납니다. 집을 살 돈을 벌려면 경제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경제활동 수단을 빼앗긴 사람들이 늘어나고 돈을 못 버는데 미래의 집을 살 사람도 없겠지요. 그때도 부동산 규제 푼다고 삽질 할 겁니까? 이미 더 이상 풀 규제도 없는데.

중산층을 빈민으로 만드는 뉴타운 정책은 반드시 재고 되어야 합니다.
재개발을 당장 중단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재개발을 하자는 얘기입니다.
올해, 내년에, 3년 후에 보이는 번듯한 건물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삶을 지키며 환경을 개선해 나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제2, 제3의 용산 참사가 일어 나지 않도록 도심 재개발 정책을 근본부터 재고하길 바랍니다.
다음번 투표에 표가 필요하다면 표를 서명이 필요하다면 서명을 돈이 필요하다면 성금을 보태겠습니다.
다시는 이런일이 서울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함께하겠습니다.

제발 돌아가신 분들 욕보이지 말고 삶을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