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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흡연제로'운동을 한다더군요.
사내 금연은 물론 회사 바깥에서도 피우지 않는 다는 것을 목표로 혈액 검사와 퇴사까지 거론한 모양입니다.

흡연은 모든 질병의 근원 취급 받는 행위이고 보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2차 흡연의 문제는 심각한 건강상의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하니 '건강'이라는 가치를 놓고 볼 때는 올바른 조치 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는 건강이 아니라 회사가 임직원 개인의 자유를 제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와 만약 제한 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인가 라는게 쟁점이 숨어 있으니 문제입니다.

#1. 생계를 걸어 놓고 선택하기.
포스코 황은연 상무는 "담배를 피우고 안 피우고는 개인의 어떤 자유지만 승진을 시키고 안 시키고 이런 건 회사의 권한 아닙니까?"(MBC 뉴스데스크 4월 7일)라고 반문하지만 선택지에 대한 심각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확실한 불이익을 보장하는 선택과 인센티브 없는 밑져야 본전의 선택(금연에 성공한다고 해서 개인의 건강 이외에 승진의 기회가 확대 된다와 같은 이익이 없는 상태)을 제시하고는 이것을 개인의 자유로 환원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개인의 자유는 니미~뽕입니다라는 상태에서의 협박성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2.  다음에는 뭘 할껀데?
비흡연자라고 밝힌 김수현 주무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했다고 회사 정책에 따른거면 사원들은 따르는게 맞지 않나..."(MBC뉴스데스크 4월 7일)라고 말하지만 흡연문제가 아니라 다른 문제로 김수현씨 본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회사 정책이 나왔을 때 어떻게 반응할 지가 심히 궁금합니다.
금연을 권장하고, 금연 방법을 돕고, 흡연실을 제대로 운영하여 비흡연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옳은 일입니다. 그러나 회사 밖에서까지 요구하는 것은 범위를 벗어난 일이죠. 만약 김수현씨에게 회사의 정책이니 회사 밖에서도 녹색옷만 입으라고 강요한다면 절이 싫으니 떠날 작정인 건가요. 너무 이상한 예라고요? 아니 충분히 가능한 예입니다. 친환경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서 회사의 근무 복장을 녹색으로 통일하라는 회사 정책이 만들어 졌다고 합시다. 여기까지는 오케이. 그냥 회사 유니폼이다라고 생각하고 입으면 됩니다. 회사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 잖아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회사 밖에서도 회사 이미지를 위해 365일 녹색옷만 입고 다니라고 한다면 김수현씨는 따를 수 있느냐는 얘기입니다. 당신의 생계가 걸린 직장을 퇴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협박과 함께 강요한다면 취향보다는 녹색옷을 선택 할지도 모르지만 개인의 자유는 이미 구만리 너머로 빠이 빠이라는 얘기입니다. 참고로 담배는 기호품입니다.

#3. 탄소는 누가 더 배출하나?
정준영 포스코 회장은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흡연은 녹색기업을 추구하는 이미지와 배치된다며, 불만이면 소송하라고 단언'했답니다. 여기서 문제. 녹색기업을 추구하는 것과 추구하는 이미지의 병맛은 누가 보게 됩니까?
녹색기업을 추구하는 거 좋은 일입니다. 특히나 태생적으로 친환경 기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제철기업이 그래도 노력이라도 해보겠다는데 환영해줘야지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시설 투자는 뒷전이고 임직원이 담배 피면 녹색기업 이미지와 배치된다니 그럴꺼면 포항제철 굴뚝을 막아버리시든지 공장을 멈추는게 탄소를 훨씬 적게 배출하는 길이라는 것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신가 싶습니다. 긴 말 할 것 없이 임직원의 건강도 아니고 흡연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걱정하시는 분이 어떻게 제철소를 운영하시는지 심히 궁금하며, 그 정도의 초강경 울트라 친환경론자라면 포스코 회장은 너무 안 어울리는 자리라는거죠. 소송은 힘으로 하는 거라고 믿고 계신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말이지죠.


회사에 취직한다는 것은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회사가 같은 임금이면 조금 더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 받고 싶어하는 것은 현실이고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임직원의 신체 전부를 회사 마음대로 조정하고 간섭하고 통제하도록 계약한 것은 아닙니다.
회사 밖에서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지 회사가 간섭할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죠.
임금이라는 떡밥으로, 건강이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기호를 통제하려고 드는 행위는 가진거라고는 몸뚱아리 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강탈해 가는 짓거리라서 비인도적입니다.
월급 준다고 저 새끼들 몸뚱아리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발상이 무지 쪽팔린 일이라는 걸 모른다는 점은 불만이면 나를 상대로 소송하라는 말에서 충분히 알겠지만 댁이야 몰라서 당당하다고 해도 그걸 지켜보는 내가 느끼는 창피함은 어쩌나요?

국제적으로 '황당뉴스'가 될까봐서 안절부절입니다. 







P.S. 미국 담배회사들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소송걸지 않을까?